HL1AZH의 교신일지 (2)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HL1AZH의 교신일지 2

"DE HL1AZH K"

        기대를 가지고 다시 수신해 보았으나 이번 역시 JH1쪽을 불렀다. "R UR 599 BK"  파일업이 더 심해지면서 교신도 짧게 이루어졌다. 역시 다이폴 안테나에 80와트 출력으로는 힘드는 것일까? 다시 수신해 보았다. "QSL VIA LA5UF QRZ DE JW5UF K" 이웃나라 여러 국들이 동시에 각자의 호출부호를 타전했다. 이번에는 송신하지 않고 조금 기다려 보았다. "JN7EOH 599 BK" "R TU 599 BK" 이번에도 역시 이웃나라 국이 교신에 성공하였다. 이렇게 일, 이분 지나가니 더 많은 국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파일업에 참여해서 열기가 더해가고 교신하기가 점점 힘들어져 갔다. 다행인 것은 JW5UF국이 비교적 교신하기에 가까운 북유럽 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신호는 여전히 589, 수신하는데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교신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많은 국들이 송신하고 있는 복잡한 주파수를 피하기 위하여 송신주파수를 300 Hz 쯤 올려 보았다. 다시 "DE HL1AZH K" 하고 타전했다. 혹시나 하고 수신했더니 역시나 이었다. "JH8KFE 599 BK" "R UR 599 K" 조심스레 JH8국이 송신하는 주파수를 확인해 보니 내가 송신한 주파수 보다 약 200 Hz 정도 높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약 300 Hz 쯤 높여서 21,004.6 kHz에서 송신을, 수신은 21,004 kHz에서 하였다. "DE HL1AZH K" "HL1AZH 599 BK" "R 599 TU NEW ONE BK" 불과 20여 초 동안 이루어진 교신이었지만 매우 흐뭇하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소리가 있다고 하다면 그 가운데 하나가 혼잡한 파일업 속에서 진국이 다른 많은 국들을 제치고 자기 호출부호를 불러 주는 소리일 것이다.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 다시 파일업에 끼여들어 몇 분 씩 심지어 몇 시간 씩 자기 호출부호를 외치거나 타전하는 것이다. 흐뭇한 마음으로 교신일지를 채웠다. UTC 시간으로 오전 7시 55분, 스발바르 제도 지역시간으로는 오전 8시 55분. 간혹 교신하다 보면 교신시간을 기록하는 것을 잊어 먹는 수가 있다. 특히 진국과 교신 후에는 그 기쁨으로 인해 시간을 바로 기록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추측으로 기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JW5UF국은 아마 아침에 일어나자 말자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운용을 시작한 것 같았다. 2월 중순이면 북위 79도에 위치한 운용 장소는 해가 나즈막하게 뜨고 기온은 영하 일, 이십 도는 족히 될 것 같았다. 어떤 업무 차 또는 순수한 햄 활동 차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악조건에서 운용해준 여러 노르웨이 OP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덕분에 나는 새로운 컨트리를 한 국을 교신일지에 기입할 수 있게 되었다.

        빙하의 섬들이 모여 있는 북극해 상의 노르웨이령 제도. 면적은 남한 크기 절반이 조금 넘는 약 6만 km2. 주요한 서스피츠베르겐섬과 기타 여러 다른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섬의 85%는 빙하에 덮여 있다. 1596년 네덜란드인 항해가 빌렘 바렌츠가 처음 탐험하였으며 1670년대에는 고래·바다사자 등의 포획이 전성기를 이루었다. 이 무렵부터 석탄 매장이 알려졌고 1900년대에는 많은 개인 및 회사가 광구를 가졌으나 20년의 파리조약으로 이 제도는 노르웨이의 통치에 들어갔으며, 광구는 정리되어 노르웨이와 러시아가 소유하게 되었다. 겨울은 평균기온 -15 , 여름은 평균기온 6 이며, 연간 약 300 mmm의 눈이 내린다. 식물은 지의류와 이끼류가 대부분이며, 키 작은 버드나무와 자작나무가 이곳에 자라는 유일한 나무들이다. 동물로는 북극곰·순록·북극여우·갈매기·도요새·흰멧새·뇌조·솜털오리 등 60여 종이 있으나 인간의 간섭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킹만은 북극해 탐험의 근거지이며, 1925년 아문센, 1926년 버드의 탐험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해 12월 18일 영국으로부터 한 장의 QSL 카드, 편지 그리고 사진을 받았다. 편지는 구식 타자기로 정성스럽게 타자된 2장의 편지였다. QSL 카드를 살펴보니 11월 29일 21 MHz에서 CW로 교신한 영국 글로체스터에 사는 프랭크로부터 온 것이었다. 교신일지를 꺼내어서 그 때 교신을 더듬어 보았다.

"R GE DR LEE TNX FER QSO UR RST 579 FB BT HR QTH GLOUCESTER ES OP FRANK BT WX IS CLOUDY ES TEMP 8C BT RIG 100 WATTS ES ANT IS 85M DOUBLET BT MY CAR DAEWOO FB CAR HI HI BT IM OLD TIMER ES AGE 84 YRS ES LICENSED SINCE 1935 HW COPI? BK"

"R FB DR LEE ES CONGRATS ON UR FB DIPOLE ES 80 WATTS BT I RETIRED FROM GAS INDUSTRY ...... MANY TNX FER FB QSO BEST 73 HL1AZH DE G5BM SK"

교신일지를 읽어보니 프랭크와 처음 만나 약 25분간 CW로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대개 신호리포트, 이름, 주소를 교환하고 끝나는 일반적인 5분 짜리 교신에 비해 84세 된 OLD TIMER와의 뜻깊은 장시간 교신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인터넷 콜북에서 주소를 찾아서 직접 QSL 카드를 보낸 기억이 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도 전인 1930년대 약관 19세에 개국해서 지금까지 65년 간 햄 생활을 즐겨온 프랭크OT! 어쩌면 나는 아마추어 무선 역사의 산 증인을 만난 것이 아닐까? 이것이 아마추어 무선의 진정한 매력인 것이다. 보낸 온 편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OM에게

보내준 QSL 카드와 편지는 며칠 전에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 잘 읽어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11월 29일 21 MHz에서의 CW 교신은 정말 즐거웠고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가능하면 21,058 kHz에서 와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멤버로 있는 FISTS CW CLUB의 네트 주파수입니다. 클럽 멤버들은 고무도장을 찍는 듯한 형식화된 교신보다는 대화를 나누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또한 주로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 반부터 (08:30 UTC) 독일 키엘에 있는 DJ0WCY의 전파예보를 점검하고 나서 21, 18, 24, 또는 28 MHz를 운용합니다. 이OM의 다이폴 안테나와 80 와트로 송신한 신호는 영국에서 깨끗하고 강력하게 수신되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저가 사용하는 안테나는 85미터  길이의 더블렛 오픈 와이어 안테나로 9 밴드 모두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160 미터 밴드는 85미터 길이의 더블렛 엔드 페드를 사용합니다. 리그는 출력 100와트 송수신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튜너는 손수 만든 것이고 1.8에서 29 MHz 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9년 간 Samson German El-keyers의 판매대리인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그만 두었습니다. 집은 25년 된 단층벽돌집에 현재 살고 있습니다. 마당은 조금 넓어서 약 만 여평 되고 여러 가지 나무들이 자라는 큰 정원도 있습니다. 과실수로는 사과나무, 배나무, 자두나무가 있고 구즈베리와 나무딸기도 있어 매년 열매를 따서 먹고 있습니다. 지금이 늦가을이라서 삼, 사일에 한 번씩 낙엽들을 치워주고 있으며 여름엔 잔디들을 깎아 주어야 하는 등 일들이 많답니다. 이OM도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날씨만 허락하면 해야할 일들이 끊임없습니다. 저가 사는 동네는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위 사방이 트여 있어서 아마추어 무선을 즐기기에는 그만입니다. 현재 저의 자동차는 CW 교신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산 자동차입니다. 4년 간 타고 다녔는데 현재까지 아무 문제가 없으며 한국 자동차 대리점에서도 서비스를 잘 받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3년 간 부품, 5년 간 문제 발생에 보증을 해 주기 때문에 듬직합니다.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저가 사는 집 바로 옆이 포도밭이랍니다. 그래서 매년 맛있는 백포도주와 적포도주가 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언제 와서 한 번 맛보세요. 부인과는 16년 전에 사별하고 저는 현재 딸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참, 지난주에 오래된 교신일지를 뒤져보니 저가 G5BM 호출보호를 처음 받은 것은 1935년이 아니라 1934년입니다. 정정해 주세요. 점심 시간이 다되어 가는군요. 즐거운 성탄절과 새천년 되시고 2000년에 다시 한 번 교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999년 12월 8일

73! 프랭크, G5BM "

 

또 다른 기억에 남는 교신 이야기.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6일까지 미얀마에서 6개국 24명 OP들로 이루어진 DX 페디션이 있었다. 아마 많은 우리나라 햄들도 교신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의 운용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7, 14, 21 MHz에서 SSB 및 CW로 교신을 할 수 있었다. QSL 카드는 매니저인 W1XT로 보냈는데 아직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 2일 저녁 7시 20분 경 저녁 식사를 마치고 리그 앞에 앉아서 스위치를 넣고 14 MHz를 수신하다가 14,028 KHz에서 빈 주파수를 발견하고 "QRL?"를 쳤다. 응답이 없었다. 천천히 "CQ CQ CQ DE HL1AZH HL1AZH K" 수신하려고 헤드폰을 귀에 쓰니 바로 응답이 들어 왔다. "HL1AZH DE XZ0A XZ0A K" 나는 내 귀를 의미하였다. 설마 미얀마 페디션 국이 나의 CQ콜에 응답을 했을까? "QRZ?"하고 다시 확인해 보았다. "HL1AZH DE XZ0A K" 확실히 미얀마에서 불러온 것이었다. "R XZ0A DE HL1AZH TNX FER CALL UR RST 579 579 HW? BK" "TU DE XZ0A GE UR RST 599 599 ES OP HR GEORGE ES QTH THAHTAY KYUN IS ES IOTA AS 144 ES WX HR FINE ES TEMP 32 C HOT HI HI HW? BK" 이렇게 시작된 CW교신은 약 8분간 이어졌다. "R TNX FER UR DX PEDITION ES GOD BLESS YOU GEORGE 73 E E" 마지막 메시지를 타전하고 나서 교신일지를 기록하면서 수신하였다. 다른 몇 국들이 수신하고 있다가 교신이 끝나자마자 XZ0A국을 부르고 있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나의 CQ콜에 DX 페디션국이 응답해 왔고 그것도 8분간의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니. CQ콜에 어느 곳, 누가 응답해 올지 모르는 기대감이 아마추어 무선을 더욱 재미있는 만드는 요소인 것 같다. QSL 카드를 작성하면서 카드 한 모퉁이에 짧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DR OM GEORGE, IT WAS VERY INTERESTING QSO AND I'LL NEVER FORGET THIS QSO. TNX ES 73! DE HL1AZH"

        미얀마! 공식 이름은 미얀마 연방(Union of Myanmar). 옛이름은 버마. 70년대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대표팀과 용호상박 하던 나라. 이번에 페디션이 운용된 곳은 태국의 푸켓섬에서 비교적 가까운 안다만 해에 위치한 메르귀 제도에서 이루어져 전세계 수 만 국에게 새로운 컨트리와의 교신 기회를 주었다.

 

        지난 3월 초 멕시코 서부 앞 바다에 있는 클리퍼톤섬에서 FO0AAA가 나와서 각 밴드에서 치열한 파일업을 일으켰다. 아침 시간과 오후 늦은 시간에 14, 21 MHz에서 FO0AAA 신호를 들을 수 있었다. 몇 번 CW로 줄기차게 불러 보았다. 파일업이 심하였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이었다. 며칠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운용 기술로는 극심한 파일업을 뚫을 수가 없었다.  다음 번 페디션을 기대해 본다. 햄 생활도 인생과 같다. 교신에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CW 교신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다음 홈사이트를 추천하고 싶다. http://www.koreacwclub.orghttp://home.alltel.net/johnshan 이 두 사이트 모두 CW에 관심 있는 내가 자주 찾는 사이트이다.  

 

(KARL지 200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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