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5)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HL1AZH의 교신일지 5

 HL1AZH 이은주  ejlee@plaza.snu.ac.kr

 

대망의 2000년도 벌써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었습니다. 올 한 해도 보람있는 햄생활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전파상태가 비교적 좋았던 관계로 많은 동호인들이 새로운 컨트리(Entity)와의 교신을 즐겼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중순, 직장에서 돌아올 저녁 시간쯤이면 벌써 밖은 어둑어둑해집니다. 저녁 식사하고 리그 앞에 앉으면 빨라도 저녁 7시 또는 8시가 되죠. 전파상태가 어떨까 하고 21 MHz부터 점검을 해보면 늦가을이라 그런지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에 잘 들리던 유럽 신호가 오후 7시경이면 조금씩 약해지면서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하고 8시경이 되면 유럽 신호가 조용히 사라집니다. 7 MHz로 내려가면 국내 신호는 점차 이웃나라에서 들어오는 신호로 인해 혼신이 심해지고 상태도 점차 떨어집니다. 이쯤 되면 많은 동호인들은 9시 뉴스를 시청하기 위해 리그 스위치를 내리고 무선국을 떠나게 됩니다. 자연적으로 밤이 긴 겨울이 되면 국내외 교신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관심도 조금 낮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리그 스위치를 내리기 전에 한번 전 밴드를 살펴보세요. 먼저 높은 밴드부터 찬찬히 주파수 아래쪽에 있는 CW 밴드를 음미하면서 정신을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직장에서 돌아오는 초겨울의 저녁 시간대이면 28 MHz는 대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아마 신호가 거의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일단 21 MHz로 전환해서 들어보세요. 초저녁(오후 6시-7시)이라면 유럽 신호를 들을 수 있지만 8시 이후에는 상태가 나빠집니다. 저녁 8시 또는 9시경이라면 7 또는 14 MHz가 주된 교신 밴드가 됩니다. 또한 CW만 운용할 수 있는 10 MHz도 먼 곳으로부터 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하죠. 10 MHz에서 DX 신호는 주로 10,100 kHz에서 10,110 kHz사이에 많이 나옵니다. 10 또는 14 MHz를 운용할 수 있는 자격증이 없다고요? 그럼 이번 겨울 동안 부지런히 CW 교신을 수신하면서 내년 상급시험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만약 7, 14 MHz 또는 10 MHz에서 들리는 CW음이 매력적으로 들리고 어떤 내용들이 오고갈까 궁금하다면 이번 겨울 동안 전신을 꼭 배우세요. 7 MHz 국내 교신이 이웃나라의 혼신으로 어려워질 때 먼 곳에 있는 외국의 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하죠. 겨울 저녁이 되면 높은 밴드는 상태가 좋지 않지만 낮은 밴드(1.8, 3.5, 7 MHz)와 10, 14 MHz는 살아 있는 바다와 같이 겨울 밤 동안 끊임없이 먼 곳으로부터 신호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노련한 선배 햄들은 대부분의 햄들이 일일연속극을 즐기고 있을 저녁 시간대를 이용해서 낮은 밴드에서 매일 밤 외국과의 교신을 즐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리그의 스위치를 넣고 한번 꼭 들어보세요. 7 MHz 안테나 밖에 없다고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수신만 하는데는 별도로 동조된 안테나를 필요치 않습니다. 저녁 시간대라면 3,500-3,525 kHz, 7,000-7,030 kHz 또는 14,000-14,050 kHz 사이를 주의 깊게 들어보세요. 현재 여러분이 듣고 있는 CW 신호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초원의 나라 아르헨티나(LU)나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해변에서 즐기고 있는 뉴질랜드(ZL)에 살고 있는 햄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11월 중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리그를 켰다. 리그 옆에 있는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38분. 잠시 21 MHz를 살펴보니 신호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어 바로 14,000 kHz에 주파수를 맞추었다.  아래 주파수에서부터 14,060 kHz까지 올라가며 잠시 들어보니 전 밴드가 비교적 조용하고 강하게 들어오는 신호는 거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4,025 kHz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CQ CQ CQ DE HL1AZH HL1AZH K하고 쳤다. 조용했다. 아직 밴드가 열리지 않았나? 생각하며 다시 CQ를 내었다.

"CQ CQ CQ DE HL1AZH HL1AZH K"

"HL1AZH DE 9M…"

"QRZ 9M?? BK"

"DE 9M2… 9M2…"

신호가 조금 가물가물했다. 신호는 449 정도.

"9M2? DE HL1AZH TNX FER CALL UR RST 449 OP LEE LEE HW? KN"

"R GE DR LEE DE 9M2/G3PMR TNX FER RPRT UR RST 549 549 NAME ALAN ALAN HW? KN"

말레이지아에 사는 앨런이 CQ에 응답해 왔다. 9M6에서 나오는 동말레이지아 햄과는 몇 번 만났지만 서말레이지아 국과의 교신은 흔하지 않았기에 기뻤다. 말레이지아의 앨런과의 교신을 마치고 계속 CQ를 내었다.

 

"HL1AZH DE 3W …  3W …"

야호! 베트남으로부터의 응답!

"3W2LWS DE HL1AZH GE DR OM UR RST 589 589 …"

"R FB LEE UR RST 5NN 599 FB NAME IS HANS HANS ES QTH IS MOCAY MOCAY ABT 85 SOUTH OF HOCHIMINH CITY ES WX CLEAR ES PWR 100 WTTS ANT 3EL YAGI ES FB AGN QSL VIA WA1LWS HW? KN"

7시 55분에 시작한 베트남 모카이에 있는 한스와의 약 5분간의 교신을 마치고 나니 기다리고 있던 많은 국들이 와글와글 3W2LWS를 불렀다. 조용히 주파수를 내어 주고 14,014 kHz에서 스웨덴 SM7EL의 CQ에 응답하였다. 신호는 559. 약 20분만에 열대의 나라 말레이지아, 베트남, 북유럽의 스웨덴과 교신을 마치고 9시 뉴스를 시청하기 위해 리그 스위치를 내리고 방금 마친 교신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무선국 문을 닫았다.

 

일반적으로 CW 교신은 대개 호출부호를 확인하고 신호 리포트, 이름, 운용장소를 알려 주고 끝나는 교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혹 재미있는 교신이 성립되기도 한다. 지난 11월 7일 오후 14,014 kHz에서 CQ를 내어 보았다. 시간으로 보아서 먼 곳과의 교신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응답은 예상보다 먼 곳에서 날라 왔다.

 

"HL1AZH DE N6MD N6MD K"

"R GE DR OM UR RST 539 539 OP LEE …"

"R DR LEE UR 549 549 QTH OREGON OREGON ES NAME BOB BOB HW? KN"

"R BOB FB COPY ES WISH GL ON PRESIDENT ELECTION TMR … "

"TNX FER UR CONCERN ON ELECTION …"

이렇게 약 10분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단하게 PRESIDENT ELECTION이라고 쳤는데 미국 오레곤에 사는 밥이 친절하게 응답을 해 준 것이다. UTC 04시 43분, 미국 오레곤 지역시간으로 11월 13일 오후 7시 43분,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 둔 저녁시간에 이루어진 교신이었다.  CW는 운용하면 할수록 매우 효율적인 운용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몇 개의 단어로 마음 속 깊이 감동이 오가는 교신이 가능하니 말이다. 나중에 전자메일로 온 내용을 읽어보니 밥은 오레곤과 캘리포니아 두 곳에 집이 있으며 부인 로니도 햄(WA6RFC)이라고 한다. 밥은 1961년부터 40년 가까이 햄을 즐기고 있으며 은퇴하기 전까지 항공기산업에 종사했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중순까지 미국 대선의 최종 결과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 한 번의 교신으로 그 결과에 더욱 관심이 간다.

 

"DR CLIVE HW FLOOD DAMAGE IN UR QTH? BK"

"R LEE HR OK HR NO FLOOD OK GOOD ES NW HR WX ABT 8C ES CLEAR HW? DR LEE HL1AZH DE G3NKQ KN""

지난 11월 초 영국 남부지역에는 강한 바람을 동반한 큰 폭우피해가 있었다. 텔레비젼 뉴스시간을 통해서 그 피해상황을 보았던 터라 폭우피해에 대해서 물어 본 것이었다. 영국 남부지역 캠브리지에 사는 클리브가 친절하게 자기가 사는 지역에는 큰 피해가 없다고 타전해 온 것이다. 이렇게 서로 지역에 관심을 가져주고 걱정해 주는 것이 전파를 통해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정이 통하는 짧은 통신! 아마추어 무선사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다.

 

이번 달에는 K5K 운용을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 갈 수 없을 것 같다. 하와이섬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킹먼환초 (Kingman Reef, KH5K)에서의 모처럼 만의 운용. 전세계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관심은 운용 전부터 고조되어 있었다. 국내 시간으로 10월 23일부터 K5K의 신호를 수신할 수 있었다. 7, 14, 21, 28 MHz에서 559-579 정도로 수신이 되었고 파일업은 대단했다. 짧게 짧게 호출부호를 보내 보았으나 결과는 실패. 넉넉하지 않은 운용시간과 100와트 출력에 낮은 지상고를 가진 다이폴 안테나로써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파일업이 심한 운용 초기는 피하고 파일업이 잠잠해 지는 운용 후반을 노려보기로 했다. 연맹 홈페이지 DX정보 게시판에는 매일 K5K와 교신에 성공한 무용담들이 올라왔다. 이처럼 흥미롭게 게시판을 읽어보며 교신에 임해 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실제 교신을 하기보다는 게시판에 올라오는 무용담들을 읽어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모빌안테나로 18 MHz에서 교신에 성공했다는 이야기, 3.5/7 MHz 다이폴 안테나와 튜너를 이용해서 출력 10-15와트로 24 MHz에서 몇 시간씩 불러서 성공했다는 이야기 등 감동 그 자체였다. 10월 26일, 그 날은 오후에 며칠 간 지방출장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마음이 더 급해졌다. 21,003 kHz에서 수신해 보니 579. 좋은 상태였다. 한 시간 정도 따라 다니며 호출해 보았다.

 

"HL? BK"

혹시나 나를 부르는가 했더니 "HL0C 5NN BK"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HL0C가 교신 마치자 "HL1AZH K"하고 짧게 보냈다. "HL1AZH 5NN BK" "R 5NN TU" 이렇게 5일간 기다렸던 K5K와 교신은 10초만에 끝이 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장 소품들을 정리해서 떠날 수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파일업속에서 교신하고 나서도 진짜 교신이 되었는지 궁금한 경우가 많다. 이번 K5K와의 교신 결과는 http://www.qsl.net/krpdxgdp에 가면 교신일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HL1AZH Oct 26 3:58 UTC 21 MHz CW 599 599. 입에서 미소가 생기는 것을 숨길 수 없다. 다음 DX 페디션이 기다려진다.

 

벌써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교신을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MERRY XMAS ES HAPPY NEW YEAR 73!

 

(KARL지 200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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