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6)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GM OM UR RST 599 5NN FB QTH IS BELOGORSK AMUR OP IS ALEI HW? LEE BK"  

"R ALEI WX IS SUNNY TEMP 0 C ES COLD HW? BK"  

"OK WX HR VY COLD TEMP 26 FROST BT UR WX VY NICE ONLY O C HI HI BT HR SNOW ON GROUND BT HAPPY NEW YEAR 2001 ES BEST 73 SK E E"

 

지난 12월 초순 28,014 kHz에서 극동러시아 아무르지역 벨로고르스크에 사는 알레이와의 교신이 이뤄졌다.  12월 초순인데 벌써 러시아 아무르지역은 영하 26도라고 하며 서울 기온이 0도이지만 따뜻하다고 부러워했다. 러시아 아무르지방이 춥기는 추운 모양이다. Hi Hi.

 

러시아 아무르지역은 만주 하얼빈 북쪽 약 550 km에 위치하며 위도상으로는 51도 정도 된다. 아무르지역은 이무르강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이루는 동북아시아 최대의 강이기도 하다. 길이 4,350km이며 러시아·중국·몽골의 3국에 걸쳐 흐르며 중국에서는 헤이룽강(흑룡강) 또는 헤이허(흑하)라 부른다. 본류 및 지류는 모두 결빙기 이외에는 항로로 이용되며 극동러시아의 교통동맥을 이룬다. 역사적으로 보면 1858년 러시아는 아이훈조약을 맺어 헤이룽강 북안의 땅과 이 강의 항행권을 획득하고 중국과의 국경이 되었다. 연어·송어·용상어·잉어과 물고기 등 어족이 풍부하다고 하니 낚시하기에 좋은 곳일 것 같다.

 

'경의선의 종착역은 신의주가 아니라 파리와 런던입니다. 경의선은 사람들뿐만 경제를 이어줍니다.' 지하철에 붙여 놓은 광고판의 내용이다. 그렇다. 이제까지 50년 이상 끊어진 경의선이 올 가을 다시 이어지면 목포와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는 서울, 개성, 평양을 지나 신의주, 청진을 거쳐 거대한 대륙인 중국과 러시아로 이어진다. 섬나라 아닌 섬나라로 살아온 지 어느덧 50년 여 년. 이제 21세기의 첫 문을 여는 2001년 우리의 눈과 가슴은 드넓은 대륙을 바라보며 꿈을 키울 수 있는 초석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이미 한반도를 너머 저 거대한 대륙과 대양으로 시야를 돌린 선구자들이다. 간단한 다이폴 안테나에 50와트 정도면 어렵지 않게 대륙 저쪽 편에 사는 같은 취미를 즐기는 러시아의 빅톨이나 알렉스 또는 중국의 찬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선봉지역에서 약 160 km 떨어진 곳에 극동러시아의 중심 도시인 블라디보스톡이 위치하고 있다. 서울에서 보면 일본 큐우슈우의 카고시마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이곳 블라디보스톡이 바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장장 9,300 km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출발점이다. 경의선과 더불어 경원선이 이어지면 부산을 출발한 기차가 두만강을 건너 이곳에서 TSR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꼬박 6박 7일을 달려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5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멀고먼 거리이다. TSR의 요금은 기차 종류와 좌석,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의외로 싸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4인실을 이용하면 단돈 1000루불(약 4만2000원)이고 비행기 값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극동러시아의 항구 도시 블라디보스톡. 도시이름은 '동방을 다스린다'라는 의미의 러시아어에서 유래한다. 인구는 65만이며 1860년 러시아 해군기지로 세워졌고 1891년 착공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1916년에 완성되어서 모스크바와 직접 연결되고 항구와 해군기지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블라디보스톡항은 1950년대 초 외국 선박의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에 오늘날 국제 해상무역은 대부분 블라디보스톡 동쪽 나홋카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북극해 연안 항구에 물자를 공급하고 러시아 북극 포경선단의 기지이기도 하다.

 

"Roger Alex many thanks for FB QSO and hope to meet you again RW0LEA this is HL1AZH 73!"  "Thanks Lee best 73!"  알렉스는 블라디보스톡 근처에 사는 햄이다. 28 Mhz에서 만나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데 7월이라 극동러시아도 점점 더워지고 있다고 한다. UA0L- 또는 RA∼RZ0L-로 시작하는 콜싸인은 블라디보스톡과 시코테산맥 주변 지역에서 나오는 햄들을 위해 배정되었다. 우리나라 가까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신호가 입감되면 반드시 강력하게 들어오며 교신하기도 비교적 쉽다.

 

종종 러시아쪽에서 나오는 신호를 들어보면 쉰 목소리나 탁한 목소리로 나오는데 이것은 깨끗한 신호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러하다. 하지만 러시아 햄들은 직접 자작한 무전기로 많이 나오는데 그들의 자작 기술은 나보다 한참은 더 나을 것이다. CW신호도 수신해 보면 뿍뿍거리며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이상하고 수신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몇 번 교신하고 나니 오히려 그러한 신호를 가진 러시아 햄들이 더 다정하고 친근감이 느껴졌다. 아마 자기가 만든 자작기기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 때문이라 생각된다.

 

러시아 햄들의 자작기기 출력은 30와트에서 100와트 짜리가 많은 것 같다. 얼마 전까지는 'UW3DI'라는 모델의 무전기가 러시아 햄들 사이에 많이 사용되었다. 겉모양은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무전기보다 자작기기의 모습에 더 가까운 무전기인데 SSB와 CW를 모두 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도 개방 바람을 타고 이웃나라의 무전기가 많이 들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그들의 수입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가가 될 것 같다. 안테나는 다이폴 안테나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그 다음으로 GP, 델타 루프, 쿼드 안테나 순으로 사용되고 있다. 빔 안테나, 특히 야기 안테나를 사용하는 러시아 햄은 아직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재미있는 사실은 얼마 전까지 러시아 햄들은 자기 QSL카드에 자기 주소를 표기할 수 없었고 자기 사진을 실을 수가 없었다. 지난 해 RN3DK 알렉스로부터 직접 편지와 함께 자기 사진과 주소가 적혀 있는 QSL카드를 받았는데 나에게는 처음으로 러시아로부터 우편물이었다. 알렉스는 상당히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는데 리그는 TS-870S, 안테나는 야기 안테나를 사용하고 현재 지역 텔레비젼 방송국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벽에 붙어 있는 여러 장의 어워드(상장)을 보니 무척 활발하게 운용 중인 것 같다.

 

우리들은 러시아 햄들이 햄 밴드에 나오는 것을 환영하고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서 전파를 통해 우정을 나누기를 원하는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교신에 임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자작한 무전기로 나오는 햄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간혹 QRP(저출력, 5와트 전후) 무전기를 키트로 만들어 나오는 OM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감동은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무전기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있다. 무선기기 형식 검정이라는 제도로 인해 혹시 자작기기로 허가 받는데 불편함이 없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있다면 자작기기 제작을 장려하는 쪽으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실험과 도전정신을 생명으로 하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오케안(대양)호를 블라디보스톡에서 타면 13시간 30분을 달려 하바로프스크까지 가는데 시베리아의 광대함을 실감케 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하바로프스크는 인구 62만명이며 아무르강의 오른쪽 연안, 지류 우수리강과의 합류점 근처에 있다. 극동 제2의 도시이며 교육·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한 때는 우리나라 독립 운동의 활동근거지였기도 했는데 현재는 중국과 가까워 교통과 군사상의 요지로 러시아극동군관구의 사령부가 있다. 하바로프스크지역은  블라디보스톡지역과 비교하면 활발하게 운용하는 국들이 훨씬 많다. 주로 UA0C- 또는 RA∼RZ0C-로 시작하는 콜싸인은 이곳에서 나오는 햄들이다. "R DR LEE TNX FER INFO BT MY NAME VICTOR ES HR NR KHABAROVSK ES WX FINE ES WX FROST VY COLD HW COPY? HL1AZH DE RK0CX KN" 위도 48도 상에 위치하는 하바로프스크는 12월 초순인데 춥다고 한다. 빅톨과의 21 MHz에서의 교신은 날씨, 리그, 안테나 소개 순으로 이어졌다. 아직 한 번도 직접 가보지 못한 도시이지만 유럽풍의 건물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고 하얗게 눈이 덮여 있을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2001년 올해 소원은 무엇이니 해도 지난 50여 년 간 갈라져 살아 온 북한과의 화해와 평화 정착이다. 개인적으로 하나 더 바란다면 화해와 개방이 이루어져 외국 햄이 아닌 순수한 우리 북녘 형제자매가 외치는 CQ소리를 7 MHz에서 들어보는 것이다. 2001년 8월 15일 오전 8시 15분 조용한 7,088 kHz에서 CQ를 외치는 맑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피커를 귀 가까이 대며 들어보았다.

"CQ CQ CQ 여기는 P52AA P52AA입니다. 듣고 계시면 누구든지 응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는 P52AA 평양에서 수신합니다."

 

(KARL지 2001년 1월호)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