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8)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DEAR RENOIR, I WISH GOOD LUCK ON NEW PRESIDENT ARROYO". 지난 1월 20일 오후 8시 42분 21,035 kHz에서 필리핀에 사는 런와르와의 짧은 CW교신을 마치고 교신카드의 한 구석에 적어 놓은 내용이다. 이날 아침 에스트라다 필리핀 전 대통령이 부패한 정치로 인해 물러가고 글로리아 아로요가 에드사 성당에서 약 200만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직접 취임식에 참석해서 축하해 줄 수는 없지만 교신을 통해서 축하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마추어 무선사만의 특권이 아닐까?

CW교신을 하다보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못하고 마치는 경우가 많다. SSB교신과 비교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인데 조금이라도 축하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아로요 새 대통령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메세지를 교신카드에 적은 것이다.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서 만나는 필리핀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약 2,500 km)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21 MHz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CW보다는 주로 SSB로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교신을 할 수 있다. 필리핀의 면적은 남한의 3배인 30만km2이며 인구는 7,450만명이다. 국토는 모두 약 7,100개의 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대부분이 이름 없는 작은 섬, 산호초이며 세부섬은 우리나라에도 휴양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지난 1월 26일 리히터 규모 6.9-7.9의 강진이 발생 지금까지 약 16,000여명이 숨졌고 14,000여명이 아직 실종 중이라 한다. 인도 공화국 선포 51주년 기념일에 발생한 이 지진은 인도 서부뿐 아니라 파키스탄과 네팔의 건물들도 흔들어 놓았다. 현지시각 오전 8시 46분 구자라트주 부지시 북쪽 20km 지점에서 발생한 이 지진은 지난 1950년 인도 북동부 아삼에서 리히터 규모 8.6의 지진 다음의 대 참사라고 한다. 혹시나 하고 이 밴드, 저 밴드 옮겨 다니며 들어보았으나 인도로부터의 신호는 한 동안 들리지 않았다. 하루 바삐 지진 피해 복구를 마치고 평상생활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인구 대국(10억)이며 면적은 한반도의 15배인 328만km2이다. 현재 약 3,000명의 아마추어 무선사가 있지만 여러 가지 사회, 경제 사정으로 인해 강한 신호로 매일 나오는 국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나의 경우 지난 1999년 12월 16일 VU2FOT와 21,284 kHz에서 신호 리포트 57으로 첫 교신을 했고 교신카드는 기쁜 마음에 직접 우편으로 발송해서 받았다. 또한 인도에서 자주 나오는 국이 VU2BK인데 운용자인 카브라지는 군 고급장교였다가 지금은 퇴역해서 현재는 14/21 MHz에서 CW로 자주 나오고 있다. 지난 해 7월 11일, 낮 동안의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식어 가는 저녁 10시 5분 무렵 21 MHz CW밴드를 더듬어 나가다가 21,035 kHz에서 CQ를 내는 VU2BK의 신호가 559으로 들어와 응답해서 교신이 이루어졌다.  앞으로 더 활발하게 인도로부터 신호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2월 초순, 며칠 전부터 높은 주파수쪽의 밴드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오늘도 혹시나 하고 무전기 위치를 켜고 따뜻한 녹차를 한 잔 끓여 탁자 위에 두고 21,000 kHz부터 찬찬히 밴드를 수신해 보았다. 아침 날씨는 화창한 것이 봄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면 겨울 동안 밖에서 눈바람에 고생한 다이폴 안테나를 한번 깨끗하게 닦아주어야지 생각하며 메인 다이얼을 돌리고 있는데 21,015.3 kHz에서 "…VK9NOO DE K6VX KN" 하는 것이 들리지 않는가. VK9NOO?? 도대체 어느 섬에서 나왔을까? 하며 DXCC 컨트리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보통 VK1-8이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VK9C-이면 코코스-킬링섬, VK9L-이면 로드하우섬, VK9M-이면 멜리시 산호섬, VK9N-이면 노퍽섬! 만약 교신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컨트리! 지금까지 교신해서 교신카드를 받아 곳은 지난 해 2월 중순 28 MHz에서 SSB로 교신한 VK9XU 크리스마스섬이 유일하다. 일단 엘렉키에 전원을 넣고 긴장하며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혹시 많은 국들이 동시에 듣고 있다면 교신이 만만찮을 것 같았다. K6VX와의 교신은 예상을 깨고 수 분 동안 지속되었다. 서로 아는 사이인지? 나중에 DX 클러스터에서 확인해 보니 VK9NOO의 운용자는 K6KM 빌이라고 한다.

아마 K6VX와 K6KM은 서로 친구 사인가 보다. 몇 분 기다리는 시간이 몇 시간처럼 지루하고 초조했다. 마침 서로 "GL BILL 73 SK E E" 하며 교신을 종료하였다. 일단 "DE HL1AZH K" 하고 쳤다. 여러 국들이 서로 콜싸인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VK9NOO가 누구에게 응답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약 15초 동안 침묵이 흘렀다. 몇 국이 다시 콜싸인을 쳤고 나도 혹시나 하고 "DE HL1AZH" 하고 보냈다. 오 아름다운 소리! "HL1AZH UR 599 5NN K" "DE HL1AZH UR 5NN BK" 빙고! 야호-!

 

노퍽섬(Norfolk I.).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와 뉴질랜드의 북쪽, 그리고 시드니 북동쪽에 위치하는 오스트레일리아령의 섬. 면적 35km2, 인구 2,000명. 섬의 토지는 비옥하지만 식량자급에는 불충분하며, 경제적으로 관광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774년 쿡선장이 발견하였고, 1788년 시드니와 동시에 유형식민지로 입식이 행해졌고, 1856년 피트케안섬으로부터 바운티호의 반란자의 자손이 이주하였다. 피트케안섬에서는 지난 해 OH2BR 주카가 VP6BR이라는 콜싸인으로 56,000여 국에게 교신 기회를 제공하였는데 운이 좋게 지난 해 1월 하순 21,024 kHz에서 성공적으로 CW교신을 마치고 현재 교신카드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만에 6대륙 교신 도전 이야기. 며칠 전 아침 높은 밴드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상태가 높은 것 같아 28,021 kHz에서 CQ를 내었더니 오레곤주에 사는 W7BX 샌디가 응답해 왔다. 신호는 569 정도. 오레곤은 날씨가 조금 차며 현재 기온이 영상 5도라 한다. 5분 동안의 교신을 마치자 타이완의 BV7FF 죠지가 불러왔다. 카오슝에 사는 그의 신호는 599! 연이어 캘니포니아에 사는 WY6K 마이크가 응답했고, 캐나다 앨버타에 사는 VE6BBP 에릭의 신호가 559으로 입감되었다.

오 해피 데이!  잠시 다른 일을 처리하고 다시 수신해보니 러시아의 RK6HM가 28 MHz에서 CQ를 내기에 응답했다. 그의 신호 리포트 579, 나의 신호 599을 주고받았다. 상태가 조금 나빠지기에 21 MHz로 옮겨가서 수신해 보니 21,018 kHz 부근에서 조금 가물가물하는 신호가 있었다. 페이딩이 동반된 신호임을 감안할 때 틀림없는 DX 신호.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니 아르헨티나 LW9EOC 마틴의 신호가 559 정도로 입감. 한번 호출에 바로 응답이 왔다. "두 시간만에 북미, 아시아, 유럽, 남미까지, 그렇다면 내친 김에 6대륙을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와의 교신을 위해 전 밴드를 살펴보았다.

살펴본 지 20분만에 21,002 kHz에서 CQ를 내는 동티모르의 4W6MM을 발견하고 온 신경을 집중해서 수신. 주위에 여러 국이 호출 중. 약 300 Hz 정도 올려서 응답하니 3번 호출한 끝에 교신 성공. 이제 남은 것은 아프리카 뿐. 컴퓨터를 통해 DX 클러스터를 확인해 보니 14,020 kHz에 3C1AG 적도 기니(Equatorial Guinea) 국이 CW로 교신 중임을 확인하고 재빨리 14,020 kHz을 수신. 한 마디로 와글와글, 파일 업이 심했다. 3C1AG 신호는 539 정도. 한참 동안 열심히 "DE HL1AZH" 쳐보았으나 다른 유럽국만 픽업. 거리상으로 가까운 유럽국들 때문에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약 20분 정도 더 불러 보다가 타올을 던졌다. 시내에서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할 시간. 아그그그- 이루지 못한 아프리카와의 교신!

 

(KARL지 200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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