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9)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YV1? 처음 들어보는 호출부호였다. 어디일까? 하며 DXCC 리스트를 살펴보니 YV-YY이면 남미의 베네주엘라였다. 만약 교신 가능하다면 뉴 컨트리! 다른 일을 하다가 DX 클러스터에 나타난 주파수를 확인하고 무전기의 다이얼을 28,016 kHz로 돌리자 바로 신호가 들어왔다. 신호는 569-579 정도. 주위에 다른 신호가 별로 없기에 깨끗하게 수신할 수 있었다. 귀를 쫑긋하고 수신해 보니 이웃나라의 몇 국이 부르고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YV1이 아닌 VY1/VA3EU였다. VY1? 이것은 또 어디일까? 햄용 지도를 살펴보니 캐나다 유콘지방이다.

유콘(Yukon)! 좌우지간 처음 들어보는 호출부호였기에 엘렉키에 전원을 넣고 교신이 마치기를 기다렸다. "QRZ DE VY1/VA3EU K" "DE HL1AZH" "HL?" "DE HL1AZH 5NN BK" "R HL1AZH 5NN TU QRZ DE VY1/VA3EU K" 이렇게 약 30초 동안의 교신이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새로운 컨트리는 아니지만 새로운 미지의 지역과의 교신은 항상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네 헌책가게에서 구입한 지리부도를 살펴보니 캐나다의 유콘지방은 미국 알래스카지방의 오른쪽에 붙어 있다.

 

        유콘지방 (Yukon Territory). 캐나다의 북서부의 주. 면적은 한반도의 약 2배 정도인 48만 km2에 인구는 3만2천명에 불과하다. 주도는 화이트호스, 우리말로는 백마의 도시라고나 할까. 눈이 많이 와서 그런가?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산인 로건산 (6,050m)이 자리하고 있다. 기온이 낮기 때문에 농업·목축업에 부적합하다. 남부지역은 광대한 침엽수로 이루어진 삼림지대이다. 모피 동물 수렵, 어업 외에 금·은·납 등의 광업이 활발하고, 특히 클론다이크지역의 금 채굴은 유명하다. 그 입구에 있는 도슨은 골드러시로 생겨난 도시이다.

1898년의 골드러시 직후에 노스웨스트지방에서 분리, 창설되었다. 캐나다의 북부지역은 오로라(극광)로 유명하다. 지난 해 말에 개봉된 아마추어 무선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리퀀시(Frequency)'라는 영화에서도 청록색의 오로라가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을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북위 55도 이상 지역에서 잘 볼 수 있다. 오로라는 빛으로 연주되는 왈츠곡과 같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오실로스코프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복잡한 파형의 그래프 곡선처럼 그 움직임과 빛 색깔 또한 빠르고 강렬하게 움직인다. 색깔은 옅은 노란색부터 연두색, 녹색, 자주색으로 다양하며 여러 빛줄기가 합쳐지는가 하면 부드럽게 굴곡진 커튼 모양으로 어두운 밤하늘에 화려한 빛의 커튼을 드리우기도 한다.

오로라는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에너지를 띤 입자 (전자 혹은 양성자)가 지구 상층권 (지상 약 80-100 km) 대기의 원자와 부딪쳐 일으키는 발광현상이다. 지구 자극을 둘러싼 영역(남, 북극)에서만 발색하기 때문에 극광이라고도 불린다. 오로라대(aurora zone)라 불리는 위도 65-70 의 북극권 타원형 지역에서 주로 관측되며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관측이 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 오로라가 50에서 432 MHz대의 아마추어 무선 전파를 멀리는 2,000 km까지 산란을 시켜 교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50 MHz의 전파는 멀리 1,000에서 5,000 km까지 산란시켜 장거리 교신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캐나다와 미국의 북쪽 지역에 사는 무선사들은 오로라 현상을 이용해 재미있게 장거리 교신을 즐기고 있다. 제프(KG VL)와 부인 킴은 지난 5년간 캐나다와 알래스카를 여행하며 이 오로라 현상을 통해 50과 144 MHz에서 많은 교신을 하였다.

장비로는 거친 길을 달릴 수 있는 트럭에 2x9소자 144 MHz, 5소자 50 MHz 야기 안테나를 설치해서 400와트 출력으로 SSB/CW로 캐나다 전역, 알래스카, 그린랜드와 미국 북부지역의 많은 국들과 교신할 수 있었다. 부인 킴은 햄 교신보다는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멋진 오로라 사진을 찍으며 함께 북부지역의 오로라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KG VL의 오로라 교신 정보과 멋진 오로라 사진은 www.kg0vl.com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지난 2월 8일부터 각 밴드에서 엄청난 파일업을 들을 수 있었다. 관련된 홈페이지 (www.karl.or.kr 'DX 정보란'과 www.kdxc.net 'DX게시판' 참조)을 살펴보니 잘 준비된 페디션이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코모로에서 있다는 정보가 올라와 있었다. "과연 빈약한 출력과 다이폴 안테나로 가능할까?" 생각하며 며칠간 수신해 보니 초기와는 달리 파일업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월 14일 오후 D68C의 신호가 21,022 kHz에서 569으로 수신되었다. 아프리카 신호치고는 꽤 강한 편. 어렵게 교신을 끝내고 며칠 후 Log Serach (www.dxbands.com/comoros)를 해보니 교신한 기록이 없는 것이 아닌가! 아- 실망, 허망 ….

창 밖으로 보이는 다이폴 안테나를 보며 엘렉키에 다시 전원을 넣었다. 2월 16일 오후 28,024 kHz에서 D68C의 신호가 들였다. 신호는 579. 파일업이 약해서인지 송신 주파수에서 수신하고 있었다. 힘차게 "HL1AZH K"하고 치니 다른 국을 픽업. 약 5분간의 숨막히는 기다림 끝에 교신에 성공! 오 뉴 컨트리! 내친 김에 두 시간 후 21,022 kHz에서도 교신에 성공!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와 인도양을 건너 인도차이나반도를 넘어 온 "HL1AZH 5NN BK"의 신호는 너무 달콤했다. 이 재미에 다시 파일업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지 ….

 

        코모로 (D6). 정식 명칭은 코모로이슬람연방공합국 (Islamic Republic of the Comoros)이며 수도는 모로니.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섬 사이의 모잠비크해협 북쪽 끝에 위치해 있는 큰 4개의 섬 (코모로섬, 마요트섬, 앙주앙섬, 모헬리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여러 인종이 섞여 살아가고 있는 나라인 코모로는 말레이·폴리네시아인이 6세기까지 살았으며 그 뒤 아프리카인·아랍인·인도인이 이주해 살면서 노예와 향료의 중심지가 되었다. 면적은 2,235 km2이며 인구는 약 67만 명이다. 언어는 아라비아어와 프랑스가 함께 쓰이고 있다. 1843년 프랑스가 마요트섬을 점령하였고 1912년 공식적으로 프랑스식민지가 되었다가 1961년 자치권을 얻었고 1975년 정식으로 독립하였다. 다만 마요트섬 (FH)은 국제연합에서 코모로의 주권이 인정되나 프랑스령으로 남아 있다.

 

        주민 67만 명 중에 아직 정식적으로 면허를 취득하고 운용 중인 국은 없다. 이번 운용은 1998년 스프라틀리섬에서 페디션을 했던 멤버들이 Five Star DXers Association을 구성해서 이루어졌다. 코모로 (D6)는 이번 페디션 전까지 DX 메거진에 따르면 순위 36위에서 58위 사이에 등재된 교신하기 어려운 컨트리이었다. 이번 페디션팀의 목표는 2가지이었는데 첫째, 교신하기 원하는 모든 사람들 (저출력국과 간단한 안테나를 가진)에게 교신 기회를 주는 것이었고, 둘째는 톱 무선사들에게 가능한 많은 밴드와 모드로의 교신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페디션에서 가장 많은 160,000번의 교신을 제공한 것으로 보아 그들의 목표가 거의 대부분 이루진 것으로 생각된다. 덕분에 나도 21, 28 MHz CW로 두 번 교신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2일 오전 28,027 kHz에서 CQ내는 소리를 듣고 응답을 했다. "W7JBJ DE HL1AZH HL1AZH K" "R GM OM DE W7JBJ UR 579 NAME GIL GIL ES QTH OLYMPIA, WA HW? HL1AZH DE W7JBJ" 이렇게 시작한 CW교신은 약 15분간 이루어졌다. "R DR GIL HW EARTH QUAKE IN UR QTH? BK"  미국 와싱턴 주에 큰 지진을 난 것을 라디오를 통해서 알고 있기에 무사한 지 물어 보았다. 다행하게 올림피아시에서는 건물 피해는 있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며 무사하다고 알려 주었다. "R DR GIL WISH NO MORE QUAKE IN UR QTH ES BEST 73 W7JBJ DE HL1AZH"

이제 봄이 성큼 다가왔다. 전파상태도 봄 날씨처럼 활짝 트였으면 하고 바래 본다.

 

(KARL지 200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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