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10)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지난 한달 동안 태평양 상에 있는 진귀한 컨트리들이 많이 출현해서 아마추어 무선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3월 중순.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8분. 주파수 28,012 kHz에서 파일업이 형성되어 있었다. 주의 깊게 수신해 보니 DX국이 569정도로 입감 되었다. 3G Y? 어느 나라이지? 하며 국제호출부호 할당표를 살펴보니 3GA-3GZ는 칠레에게 배정되었다. 그 중에서도 3G Y-이면 이스터섬! 야호! 교신할 수 있다면 새로운 컨트리! 헤드폰을 양쪽 귀에 가까이 붙였다. DX클러스터에 올라가서 그런지 꽤 많은 국들이 교신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가볍게 몇 번 호출부호를 보내 보았으나 다른 국들만 픽업. 포기할까? 하다가 몇 번만 더 불러 보기로 하였다.

"HL? 599" 나의 호출부호를 불러 주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기쁜 마음에 손이 조금 떨리었다. "OK 599 599 DE HR1 DE HL1AZH HL1AZH TU" 조급한 마음에 HL로 쳐야할 부분에 그만 HR로 치고 말았다. 이스터섬에 있는 운용자가 바로 카피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스터섬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14,500km! 교신일지에 시간을 기록했다. 11시 17분. 수신에서부터 교신까지 9분이 걸렸다. 교신카드 매니저는 DK7KK. 두 번 씩 호출부호를 보냈으니 아마 바로 수신을 했을거야 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이것이 DX 파일업 교신에서의 고민이다. 상대방이 한 번에 바로 수신을 못한다면 내 호출부호는 엉뚱한 호출부호로 기록이 되고 교신카드도 못 받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늘 주의를 하는데 진기한 DX국이 출현하면 너무 긴장해서 엉뚱한 부호를 치곤 한다. Hi Hi.

 

        이스터섬 (Easter I.)! 그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우두커니 서서 저 너머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돌로 만든 인간형상을 한 조각이 눈앞에 떠오를 것이다. 칠레에서 보면 서쪽 바다인 남태평양 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섬. 주위 수 천 킬로미터 내에는 섬다운 섬이 없는 외로운 섬. 면적은 117km2. 우리 나라 동해 상에는 있는 울릉도보다 조금 큰 편이다. 이 섬은 파스쿠아섬 또는 라파누이섬이라고도 불리운다. 칠레 해안으로부터 3,760km 떨어져 있다. 원주민이 남겨 놓은 모아이라고 하는 거대한 석상을 비롯한 유적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1722년 4월 5일 부활절 (영어로 Easter, 스페인어로 Pascua)에 네덜란드 군인 로게벤에 의해 발견되어 명명되었고 1888년 칠레령이 되었다.

이스터섬은 화산섬이며 삼각형의 윤곽을 이루는 섬이 20여 개의 화산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활화산은 없다. 그 중에서 라노아로이화산이 최고봉으로 해발고도 450m이다. 울릉도의 성인봉 984m와 비교하면 그 절반 정도이다. 푸아카치키화산 서쪽 골짜기에 있는 라노라라크화산의 화구는 원주민들이 모아이를 만들던 곳이어서 특히 많은 모아이가 늘어서 있다. 연평균기온은 20 C이다. 1850년대 이전은 약 4,000명의 주민이 있었으나, 천연두와 노예로 잡혀 나가 1888년엔 겨우 180명이 남았다고 한다. 현재는 약 1,800명의 주민이 있으며 그 중 1/4이 본토에서 온 백인이다. 토란, 고구마, 카사바를 재배하며 초원에는 양을 방목하고 있다.

1967년 칠레 수도 산티아고와 타히티섬 사이에 항공로가 개설되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1월과 2월이 성수기라고 한다.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섬의 1/3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섬을 출입할 때는 엄중한 식물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모아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노르웨이 인류학자 헤이에르달이었다. 1955-56년에 걸쳐 이스터섬의 모아이 유적을 조사하였는데 현재 200여 이상이 발견되었다. 석상들은 대개 17세기경에 만들어졌다고 하며 석상 중 큰 것은 높이 10m에 무게 80톤이 되는 모아이도 있다. 모아이는 옛 분화구 안에서 벽면에 노출되어 있는 응회암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채석장에는 미완성인 모아이가 수백 개가 방치되어 있다. 이스터섬의 원주민은 폴리네시아계 민족이라고 한다.

 

        3월하고도 하순인 오늘 아침 서울엔 눈이 내렸다. 오후에 잠시 무전기에 전원을 넣고 21 MHz를 수신해 보았다. H4 RW? 도대체 어느 컨트리에서 나온 무선국일까? 21,023.8 kHz에서 콩볶는 듯한 신호가 수신되었다. DXCC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H4-이면 솔로먼 제도이고 그 중에서도 H4 -이면 테모투 프로빈스이다. 새로운 DXCC 규칙에 의해 1998년 4월 1일부터 H4 - 테모투 프로빈스는 독립된 컨트리(Entity)로 인정해 주고 있다. 그리고 CQ Zone상으로도 솔로먼 제도는 Zone 28, 테모투 프로빈스는 Zone 32에 속해 있다. 교신 카드 매니저는 태평양 상에 있는 여러 진귀한 컨트리에서 운용한 경험인 있는 유명한 DXer인 뉴질랜드의 ZL1AMO 론(Ron)이라고 한다.

교신만 가능하다면 교신카드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우선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니 신호 강도는 다이폴 안테나로 569정도 수신되었다. 주위에 강한 신호의 혼신이 없어서 별로 힘들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응답하는 다른 국들을 수신해보니 대부분 1-2 kHz 위에서 호출하고 있었다. 송신하기 전에 위쪽 주파수를 왔다갔다하다가 조금 조용해 보이는 21,024.9 kHz에서 가볍게 호출부호를 한번 떨구어 보았다 "HL1AZH" "OH3-  599 K" 수신해보니 핀랜드에 사는 무선국에게 응답하는 것이 아닌가. 짧은 교신을 마치고 "DE H4 RW QRZ?"하고 다시 불렸다. "HL1AZH" "HL? TNX 599 K" "R DE HL1AZH HL1AZH 599 TU" "R HL1AZH QSL ZL1AMO TU QRZ DE H4 RW" 파푸아 뉴기니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솔로먼 제도의 테모투 프로빈스와 첫 교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빙고!

 

        남태평양 서쪽 멜라네시아에 위치한 솔로먼 제도는 면적이 2만 9천 km2에 인구는 41만 명. 수도는 과달카날섬의 호니아라. 언어는 주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기후는 열대성 기후이지만 바다로 둘러싸여 대체로 온난하다. 활화산이 많이 있으며 1840년 호니아라 북쪽 30km 지점의 사보섬의 화산이 폭발하였다. 솔로먼 제도에는 3,000년 전부터 인류가 정착한 산타아나섬 등에서 오래된 토기들이 발견되었다. 1567년 에스파냐인 항해자 멘다냐가 발견했는데 그는 이곳을 남아메리카 서해안의 섬으로 잘못 알고 페루와 칠레의 주민으로부터 들은 '서쪽의 황금성'이라 믿었다 그래서 그는 이곳을 솔로먼의 부와 관련시켜 솔로먼 제도라 이름 짓고 이 섬의 발견을 한동안 비밀에 붙였다고 한다. 또한 솔로먼 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때 격전지이기도 하다.

1942년 5월부터 1943년 말까지 과달카날섬을 중심으로 전개된 지상전과 산호해역에서 계속된 해전으로 섬들은 황폐화되었다. 솔로먼해 해전은 1942년 과달카날섬의 쟁탈을 놓고 미·일 양해군 사이에 3차에 걸쳐 벌어진 해전인데 1차 해전은 일본 해군이 큰 전과를 올렸고, 2차 해전은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가 반파되고 일본 해군은 소형 항공모함 류조가 반파되었다. 3차 해전은 일본 함대가 미국 함대와 마주쳐 벌어진 전투로 일본 해군은 큰 피해를 입었고 제해권은 제공권을 쥔 미군에게 돌아갔다. 1976년 솔로먼 제도는 자치령을 되찾았고 1978년 완전 독립하여 영국연방의 일원이 되었다.

 

        봄이 느껴지는 4월 초순. 아직 서울엔 개나리 및 진달래가 만개하지 않았다. 남쪽엔 벌써 벚꽃이 한창이라고 하는데. 진해의 벚꽃축제를 알리는 신호를 7 MHz에서 들을 수 있었다. 생각만하고 아직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다. 전파상태는 겨울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다만 태양 폭발 현상에 의해 전 밴드에서 잡음의 수준이 높아져서 먼 곳의 신호를 수신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오후엔 21,012 kHz에서 YJ ABQ와 교신할 수 있었다. 겨우 잡음을 뚫고 나오는 신호를 수신할 수 있었는데 신호는 559정도. 주위에 경쟁국이 없어서 한 번 만에 교신이 이루어졌다. 교신카드 매니저는 이탈리아 I6BQI라고 한다.

 

        바누아투. 정식명칭은 바누아투공화국 (Republic of Vanuatu). 태평양 남서부 멜라네시아에 있는 면적 1만 2천 km2, 인구는 20만 명의 작은 섬나라이며 수도는 빌라. 솔로먼 제도와 누벨칼레도니아섬 사이에 있는 뉴헤브리디스 제도가 1980년 독립해 이루어졌다. Y자형 제도로서 북서쪽 끝의 제일 큰 섬인 에스피리투산토섬, 중앙부의 에파테섬 등 12개의 큰 섬과 기타 58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북길이가 800km에 이른다. 나라 전역이 화산성의 비옥한 토양이고 열대다우성 기후여서 삼림이 잘 발달되어 있지만 사이클론이 자주 발생해 그 피해가 크다.

1774년에 영국의 쿡이 탐험하여,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제도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였다. 열대 섬나라이기 때문에 맛있는 코코넛와 수산물, 목재 등이 풍부해 많이 수출하고 있다. 1978년 자치정부를 수립했으며 1980년 7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다. 위의 세 컨트리 중에서 가장 교신하기 힘드는 곳이 어디일까? 그것은 바로 H4 - 테모투 프로빈스이며 이스터섬(3G -)와 바누아투(YJ-)는 비교적 자주 신호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 주위에 계신 OM들과 아마추어 무선 운용에 대하여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OM님은 DX교신의 묘미에 심취하였다. 그래서 더 나은 DX생활을 즐기기 위하여 한 동안 사용해 오던 심플한 안테나의 한계를 느끼고 많은 노력과 거금을 들여서 대망의 야기 안테나를 설치하였다. 14, 21, 28 MHz를 운용할 수 있는 4 엘레먼트 안테나를 타워 위에 설치하고 몇 달간은 꿈만 같은 DX를 즐겼다고 한다.

다이폴 안테나로 어렵게 어렵게 이루어지던 DX 파일업에서의 교신이 빔 방향을 잘 맞추고 타이밍을 잘 잡아 송신하면 한, 두 번 만에 가볍게 교신에 성공. 파일업이 심할 때라도 리니어 앰프를 올리고 호출하면 대부분 짧은 시간에 교신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조용한 주파수에서 CQ를 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외국국들이 불러 왔다고 한다. 이렇게 몇 달 운용하고 나니 DX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요즘은 초창기 가진 열정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고 한다. 빔 안테나와 리니어 앰프를 사용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부러울 다름이지만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다.

 

        다른 한 OM님은 아파트에 사시면서 어렵게 아파트와 주위 물체를 이용해서 지상고 약 4미터 높이로 다이폴 안테나 2셋트를 나즈막하게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매일 매일 만족스럽게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20층의 높은 아파트가 앞, 뒤로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들어오는 신호는 약하게 수신되지만 송신시에는 아파트 건물 자체가 반사기 역할을 해서 좋은 신호 리포트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하루 동안 다이폴 안테나를 사용해서 핀랜드 알랜드섬 OH NH, 포르투칼 CT2HME, 스발바드섬 JW HR, 잉글랜드 G4DHF, 투르크메니스탄 EZ8CW/3, 스코틀랜드 GM UDL, 에스토니아 ES1QD, 타지키스탄 EY8MM, 터키 TA3DD, 아르메니아 EK6LP와 교신을 하였다고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출력 100와트에 지상고 4미터 높이의 다이폴 안테나로 130 컨트리와 교신을 할 수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위의 두 OM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진정한 아마추어 무선의 즐거움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현실에서 어떻게 최대한의 즐거움을 얻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현재 장비로도 아마추어 무선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도전해 보세요.

 

(KARL지 200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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