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14)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어디보자… VP8THU, VP8GEO, P5/4L4FN, TI9M, PW T, 그리고 YA5T…. 모두 만만찮은 진국들인데 교신에는 한 국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희귀한 컨트리들! 만약 교신이 가능했다면 나에게는 모두 뉴 컨트리.

 

        지난 1, 2월 두 달 동안 전세계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애를 태우며 교신하기를 열망했던 희귀국들의 명단이다. P5/4L4FN과 YA5T를 제외하면 모두 거리상으로 우리 나라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신호가 그리 강하게 입감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비교적 좋은 신호로 입감된 TI9M과 YA5T는 기회를 보다가 몇 번 타전해 보았으나 파일업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엄청난 혼신을 뚫을 수가 없었다. 특히 TI9M은 24MHz에서 CW로 579 정도 수신 되었어나 워낙 여러 국들이 동시에 부르는 틈에 아쉽게도 교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YA5T는 빈라덴으로 유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바로 나와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주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신호가 21과 28MHz에서 잘 입감이 되는 것을 보면 햄 활동만 높아진다면 교신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국내외 정세로 보아 당분간 계속 진국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VP8THU -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에서 운용. 남대서양 남서부에 있는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제도. 우리 나라에서 보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면적은 약 310km2. 남위 57.5도, 서경 26.3도 부근에 위치한다. 북반구로 옮겨온다면 러시아 캄차카반도 북단 정도의 위치이다. 우리와의 시차는 11시간. 대부분은 빙하로 덮여 있으며 활화산도 있고 겨울엔 얼음으로 둘러싸인다. 1775년 쿡선장이 발견해서 영국 해군장교 샌드위치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현재는 영국령 포클랜드제도에 속하나 아르헨티나도 영토권을 주장하고 있다. 햄 활동은 저조한 편이나 간혹 원정대에 의해서 신호가 나오고 있는 진국 컨트리 중의 하나이다.   

        

        VP8GEO - 사우스 조지아 섬에서 운용. 위에서 말한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와는 약 7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를 이루는 수많은 작은 섬들과는 달리 길이 200km, 너비 40km의 단일 섬이다. 산이 많은 이 섬에서 빙하로 덮인 패지트산(2900m)이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날씨는 일년내내 한랭다습하고 흐리며 비오는 날이 많다. 해안에는 제법 여러 식물이 자라며 물범과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1775년 쿡선장이 탐사하고 당시 영국왕을 기념하여 조지아 섬이라 이름하였다.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심장이 강한 페디션 멤버들에 의해 간혹 운용된다.

 

        LU3XPM, FW5ZL, OH GG, 그리고 T2 HC/QRP. 내가 지난 1, 2월 동안에 교신한 특이할 만한 국들이다. LU3XPM이라…? 뭐 종종 나오는 남미 아르헨티나 무선국 중 하나가 아닌가? 지난 1월 말 오후 6시 50분 경 조용한 주파수 14,018kHz에서 CQ를 내었다. "CQ CQ CQ DE HL1AZH HL1AZH …" "HL1AZH DE RU4WM RU4WM K" 알렉스의 신호는 가물가물한 449, 나의 신호는 러시아 서부지방에 569으로 입감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신호 리포트, 이름, 위치를 알려 주고 5분만에 교신을 끝내고 다시 CQ를 내니 "HL1AZH DE LU3XPM LU3XPM AR K" 신호는 559. 수신하기에 편한 신호였지만 지구 반대편을 가로 질러온 신호는 원거리 신호의 특징적인 페이딩(소리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현상)이 조금 섞여 있었다. "R GE DR LEE UR RST 569 569 NAME DEMETRIO DEMETRIO ES QTH USHUAIA USHUAIA SA 007 SA 007 HW?" 이렇게 교신은 5-6분 지속되었다. 교신을 마치고 지도책을 꺼내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 도시를 찾아보았다.

남미 대륙을 따라 쭉 내려가서 마젤란 해협이 있고 그 아래에 위치한 티에라델푸에고 섬. 면적은 타이완 정도이며 동쪽은 아르헨티나, 서쪽은 칠레령에 속한다. 우수아이아는 가장 큰 도시이며 인구는 1만 1천 정도. 비글 해협에 면해 있으며 세계 최남단에 있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목양업의 중심지이며 제재공장과 어류통조림공장이 있고 항구로서도 중요하다. 1982년의 포클랜드분쟁 및 비글 해협 3개 섬을 둘러싼 칠레와의 영토분쟁으로 이 곳은 군사기지로서의 역할이 더해졌다.

기후는 최대 13.5m에 이르는 빠른 조수와 강한 편서풍 때문에 항상 풍랑이 일고 날씨가 흐리고 비가 많다. 이제 막바지 여름을 보내고 있을 데메트리오는 새벽 (7시) 일찍 일어나 풍랑이 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무전기 앞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한 잔을 손에 들고 14MHz를 살펴보다가 나의 신호를 듣고 응답해온 것이다.

 

        뉴칼레도니아의 우베아에 사는 FW5ZL 구이와의 교신은 CQ 콜에 응답한 것이 아니라 내 CQ 콜에 구이가 응답해 온 경우이다. 가끔 이렇게 희귀한 컨트리에서 CQ 콜에 응답해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주파수는 21,029kHz, 시간은 오후 3시 6분 … 잊어버리지 전에 교신일지를 정리했다. 주파수를 옮겨 24,903kHz에서 핀란드 알란드 섬에 사는 OH GG 제이와 신호리포트 539을 주고받으며 교신을 마치고 한숨을 돌렸다. OH -는 본토 핀란드와는 독립된 컨트리로 취급된다. 자주 나오기 때문에 종종 21MHz와 28MHz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저출력(QRP)으로 나온 투발루 섬의 T2 HC 우도와의 교신도 기억에 남는다. 저출력으로 희귀 컨트리에서 나온 점이 다른 페디션과는 차별성이 있다.

 

        3월은 새로운 도전으로 시작되었다. 기대하고 열망하던 새로운 멀티-밴드 다이폴 안테나를 올린 것이다. 그 동안 동조된 안테나가 없어서 제대로 운용을 해보지 못한 10MHz와 18MHz, 그리고 열망하던 50MHz를 운용하기 위해 다이폴 안테나를 설치한 것이다. 새로운 밴드를 가진다는 새로운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2층 건물 위에 5미터 높이로 설치를 하고 바로 SWR을 측정해 보았다. 전체 길이가 18미터이며 3.5MHz에서 50MHz까지 8개 밴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첫 번 측정 후 각 밴드 별로 조금씩 엘레멘트를 짜르며 조정을 끝냈다. 전 밴드에서 최저 SWR이 1.1에서 1.2 정도로 양호하게 나왔으며 50MHz에서도 약 500kHz 정도가 1.2 아래로 나왔다. 야호!

 

        우선 50MHz을 들어보았다. 다른 밴드와 달리 '매직 밴드'라 불리는 50MHz는 신호가 계속해서 들리는 것이 아니고 가끔씩 나오기 때문에 DX 클러스터의 도움을 받았다. 어디 보자 지금 나오는 국이 있는지? 헤이! 50.113MHz에서 9M6/JA1OEM이 CQ를 내고 있다는 정보가 떴다. 바로 주파수를 맞추고 수신해 보니 신호가 589으로 강하게 들어왔다. 들어보니 일본국과 교신 중.

조금 기다렸다가 교신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부르니 "R HL1AZH UR 599 5NN BK" "R FB UR 589 DE HL1AZH 73 TU E E" 이렇게 짧게 2분간의 교신을 끝내었을 때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전파상태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길게 송신할 입장이 아니었다. 첫 번째 50MHz 교신이 보르네오 섬 사바지역이라- 기분이 좋았다. 계속 주위 깊게 들어 보았어나 다른 신호들은 가물가물해서 수신이 어려웠다. 계속 50MHz에서 매달렸다.

주파수는 늘 50.110MHz에 고정해 놓고 있었다. 50MHz에서 열정을 가지고 운용하는 국내 몇몇 국들의 신호가 종종 들렸다. 멀리 호주, 유럽 그리고 남미와 교신하는 것을 옆에서 들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내게는 상대편 신호가 매우 약하게 들렸다. 그러나 태양의 활동이 최성기인 지난해와 올해는 50MHz에서 DX국과 교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니 만큼 더 많은 HL, DS, 6K국들이 매직 밴드 50MHz의 묘미를 맛보았으면 한다.

 

        3월 중순, 50MHz는 재미를 더해 가고 있었다. 오후 4시 경 조용해 보이는 50.108MHz에서 별 기대감 없이 CQ를 내었다. "HL1AZH HL1AZH DE 9M6… K" "QRZ?" "DE 9M6AAC 9M6AAC HW? K" 동말레이지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R 9M6AAC 559 559 HW? BK" 이렇게 처음으로 50MHz에서 CQ 콜에 응답을 받아보았다. 다시 용기를 얻어 살펴보다가 50.101MHz에서 CQ를 내는 소리가 있었다. "VK6JJ DE HL1AZH HL1AZH K" "R R HL1AZH 559 559 BK" 야호! 50MHz에서 첫 호주와 교신! 교신 후 진짜 교신에 성공했는지를 알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다. 하루 뒤 답신을 받았다.

"Lee many thanks for the qso on six and also the email. Nice to work you for the first time and your dipole is doing a very good job. well the station here is a yaesu FT-680 at 10 watts driving a home brew solid state amp at 100 watts into a 5 element beam at 7 metres. Summer has now finished and we are now into Autumn but at the moment it is quite warm with a temp of 36C Hope to hear you on the band again  73s John"

이 시간에도 50MHz는 뜨겁다. 올해는 꼭 50MHz를 도전해 보자.

 

(KARL지 200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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