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15)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벌써 12월이 되었다. 2002년을 마무리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교신들을 정리해 보았다.

 

2002년 6월의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열기와 함성으로 진정 뜨거웠다. 전국방방 곳곳 동네마다 골목마다 "대-한-민-국 짜짜짝 짝짝" 월드컵 대회 개막식을 하루 앞 둔 5월 30일 대한민국·일본 공동 월드컵 개최 소식을 전세계에 알기 위하여 무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평소 같으면 전신 키를 가지고 CW로 운용을 했겠지만 특별히 월드컵 개최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는 SSB로 운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를 일찍 끝내고 오후 7시부터 21 MHz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유럽 쪽 신호가 괜찮게 들어왔다. 21,150 kHz부터 신호를 하나씩 확인하며 찬찬히 위쪽으로 올라갔다. 전파상태는 좋았다.

21,250 kHz에 이르니 CQ를 내는 소리가 들렸다. 집중해서 들어보니 "CQ CQ CQ this is CT4HD CT4HD CT4HD calling CQ and standing by" 하는 것이 아닌가. 기다릴 것이 없었다. "CT4HD this is HL1AZH HL1AZH How do you copy me?" "Roger HL1AZH this is CT4HD …" 야호! 첫 교신은 우리 나라와 같은 조에 속해 있는 포르투갈 포르투에 사는 올란도와 교신이 성립되었다. 신호 리포트는 55. 먼 거리를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신호였다. 올란도와의 교신은 신호 리포트, 이름, 장소를 교환하고 73! 한 후 헤어졌다. 시작이 괜찮았다. 다른 유럽국은 비교적 쉽게 자주 만날 수 있지만 포르투갈은 유럽대륙의 서쪽 이베리아 반도 한 쪽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리 자주 교신하지는 못했다.

 

포르투(Porto)! 포르투갈 북서부 포르투주의 주도. 인구는 32만. 수도인 리스본 북쪽 280 km에 위치함. 도우르강 어귀에 있는 항구 도시로 포르투갈에서 두 번째 큰 도시이다. 국제적으로는 오포르토로 알려져 있다. 도우르강에는 1881-85년 건축된 길이 180m의 루이1세 다리가 있는데, 이것이 유럽 최대의 아치교 가운데 하나이다. 이 도시의 주민 1/3이 포도주와 관련된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수산업도 중요하다.

이곳의 지명을 딴 포트와인이라는 포도주 수출로 유명하다. 고대부터의 도시로 한때 무어인의 지배를 받기도 하였으며 1174년까지 포르투갈 북부의 수도였다. 중세 성당 등 유명한 건축물이 많고 역사박물관·포르투대학 등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포도주를 구입할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포트와인을 사서 시음해 보고 싶다. 그러면 CT4HD 포르투에 사는 올란도와의 교신이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잊어버리기 전에 교신일기에 교신 시작 시간, 호출부호, 신호 리포트, 이름, 주소를 기입한 후 다시 주파수를 조금씩 이동해 가며 살펴보았다. 전파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무전기 다이얼을 21,255 kHz에 맞추고 주파수가 비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Is this frequency occupied?" 두 번 확인해 보았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CQ를 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 CQ 후에 응답이 있었다. "HL1AZH this is SP2IST SP2IST copy me?" "Good morning? old man this is HL1AZH …" 두 번째 교신은 폴란드 루미아에 사는 매트였다.

신호는 56. 이번에는 내가 호출한 교신이었기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서로의 이름과 위치뿐만 아니라 월드컵에 대한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 폴란드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빈다고 하니깐 매트는 폴란드 전 국민이 이번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고 하며 대한민국의 선전을 빌어 주었다. 아- 이렇게 환상적인 취미 생활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집에 앉아서 월드컵 참가국 국민과 서로 격려해 줄 수 있으니!  

 

이렇게 교신하다 보니 우리 나라와 같은 예선 조에 속한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 중 미국만 빼고는 교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다음 교신은 일본 교토에 사는 JE3HWO 슈와 이루어졌다. 슈는 100와트에 4 엘리먼트 야기안테나라 신호가 좋았다. 잠시 일본 대표팀의 선전을 빌고 다시 CQ를 내니 RA4YCM이 응답해 왔다. 러시아에 사는 알렉스였다. 신호는 57. 그 다음 일본 2국과 교신을 끝내고 잠시 간식으로 따뜻한 녹차와 과일을 먹고 14 MHz로 내려갔다. 주로 초저녁 시간대에 북·중미 신호가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14,001 kHz에서부터 확인해 올라가다가 14,024 kHz에서 멈추었다. 신호가 페이딩을 동반해서 가물가물 들어왔다. "… CQ DE WA6…" CQ 콜이 멈추었다. 한 번만 더 CQ를 내면 수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온 정신을 집중하며 기다렸다. 약 5초 후에 다시 CQ 콜이 이어졌다. "CQ CQ CQ DE WA6MCL WA6MCL …" 바로 CQ가 끝나자 응답했다. 상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빅터. 신호는 449-549 정도. 빅터와의 교신은 신호 리포트와 이름을 교환하고 짧게 끝났다. 신호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오래 끌 형편이 아니었다.

이렇게 월드컵 개막 전날 우리 나라와 같은 조에 속한 3개 국과 교신할 수 있었다. 월드컵 결과는 전 국민을 충분히 열광시킬 만한 좋은 성적이었다. 덕분에 6월 내내 흥미진진한 월드컵을 보기 위해 무전기는 뒷전으로 물려놓았다. Hi Hi. 터키와의 마지막 3-4위 전이 있던 날 오후 경기를 기다리며 다시 잠시 무전기 앞에 앉았다. 7 MHz에서 오후 2시 반 경 DT5FWC 월드컵 기념하기 위한 광주에서 나온 국과 기분 좋게 59으로 교신하고, 바로 18 MHz에서 올라가서 일본에서 나온 월드컵 기념국 8N3C와 CW 599으로 교신했다. 지금은 월드컵 기념 QSL 카드를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한 동안 무전기 앞에 떠나 있다가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서 다시 무전기 앞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제14회 부산 아시안게임이었다. 부산 아시안게임 기간을 전후해서 7 MHz에서 기념국 신호를 들을 수 있었다. 9월 28일 7 MHz에서 HL14AG 기념국과 교신을 했다. 이번 부산 대회에는 새로 독립한 동티모르(4W)와 내전이 끝난 아프가니스탄(YA)까지 포함한 전 아시아 회원국들이 모두 참여했다는 사실이 특이할 만 하다.

백미는 대규모 북한(P5) 대표팀의 참여와 북한 응원단의 입항이었다. 같은 남북한 형제·자매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서로를 위한 아낌없이 박수와 격려를 해주는 모습을 보곤 남북한이 한 핏줄 한 형제임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대회 진행도 성공적이었고 우려했던 국민들의 저조한 관심은 북한의 참여로 활기를 되찾았고 마지막날 이봉주 선수의 마라톤 제패로 성대한 대미를 장식하였다.

 

평범하지만 나에게는 뜻깊은 교신 하나. 가을도 깊어 가는 10월 중순 주말 오전 11시부터 21 MHz를 살펴보다가 21,213 KHz에서 CQ를 내었다. "HL1AZH this is JE7JIS JE7JIS How copy?" 일본으로부터의 응답이었다. 신호는 58 정도. 대화 나누기에 충분한 신호였다. 상대는 일본 동북부 센다이에 사는 히로. 히로는 내 신호가 59으로 깨끗하게 입감 된다고 하며 자기는 가능하면 모든 부산 아시안게임 기념국과 교신해서 어워드를 신청하고 싶다고 했다.

며칠 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학사 회사원 다나카 고이치가 센다이에 있는 도후쿠대학 전기공학과 출신이라 이야기를 꺼내었더니 히로는 굉장히 반가운 목소리로 바로 자기 집이 도후쿠대학 근처에 있으며 이번 평범한 회사원의 노벨상 수상 소식으로 일본 전 열도가 떠들썩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올해 43세인 다나카 고이치는 수상소식을 듣고도 동명이인이 아니냐 하고 반문할 정도로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그 평범한 회사원의 노벨상 수상을 진정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다. 아마추어 무선이 아니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생하게 나눌 수 있을까?

 

국내적으로도 몇 가지 의미있는 일들이 있었다. 각고의 노력 + 잠 못 이루는 밤을 수 십 년을 보내며 국내 DXer로서는 최초로 HL1XP 전성태 OM이 현존하는 335 Entity를 모두 교신하고 QSL를 받아 TOP DXCC Honor Roll을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북한(P5) 뿐만 아니라 오대륙과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상의 모든 작은 섬들과 남극과 북극 상의 섬들,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YA), 제재 중인 이라크(YI)까지 모조리 교신을 했다는 뜻이다. HL1XP 전성태 OM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새로운 Entity가 나올 때까지는 당분간 심심할 것 같다. Hi Hi.

그리고 마지막 하나. DS4CNB 이대령OM이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D88S와 HL KSJ 호출부호로 곧 운용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혹시 아직 남극과 교신 해 보지 못 했다면 우리말로 남극과 교신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대령 OM의 홈페이지는 http://www.dxcc.org 라고 한다. 이제 연말 연시가 되었다. 교신을 마치며 외쳐보자.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2003"

 

(KARL지 200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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