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22)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노오란 은행나무 단풍잎이 눈부시게 고운 10월의 토요일. 바쁜 일을 조금 일찍 끝내고 모처럼 무전기 스위치를 켰다.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신호들. 먼 곳에서부터 날아온 신호들은 대부분 59으로 강하게 입감되었다. "CQ Test CQ World Wide DX Contest This is X-ray X-ray Nine Charlie"

 

아하!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이지. KARL지를 잠시 살펴보았다. 매년 10월과 11월의 마지막 주말에는 미국 CQ잡지사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컨테스트가 열리는군. 10월 말에는 SSB 컨테스트가 11월 말에는 CW 컨테스트가 열리며 시작시간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월요일 오전 9시까지, 즉 UTC로 토요일 0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 48시간 동안 전세계를 상대로 한다. 교환방법은 신호리포트 + CQ Zone (우리나라는 25). 일단 기본 사항을 점검하고 컨테스트에 뛰어들었다. 21,200kHz에서부터 신호가 좋은 국들을 하나씩 우선 공략했다.

 

"Hotel Lima One Alpha Zulu Hotel" 한번 가볍게 응답했다. "HL1AZH You are 5924 QSL?" "Roger You are 5925 Thank you, good luck!" "Thank you QRZ This is XX9C…" Zone 24에는 중국본토(신장지역과 티벳이 빠짐)와 대만, 마카오, 홍콩이 포함된다. 한숨도 돌리기 전에 5kHz 위에서 CQ내는 신호가 들린다. 태평양에 위치한 괌섬에서 나오는 AH2R. 리포트는 5927. 바로 위에 또 다른 국이 들린다. "QRZ? This is Uniform Whiskey Zero Charlie Foxtrot" 리포트는 5919를 받고 5925를 주었다. 그 위에는 북미로부터의 강력한 신호가 있었다. "CQ WW contest Kilo Seven Romeo India" 잠 못 이루는 곳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Tom이라는 친구인데 컨테스트 때마다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You are 5925. Thanks Tom, good luck on contest!" "Thank you, you too!" 시계를 잠시 보았다. 지금 시간이 UTC 3시 27분, 우리나라 시간으로 토요일 낮 12시 27분. 점심시간이 되어가기에 RK AXX와의 교신을 마치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아무리 컨테스트가 좋지만 식사 때를 놓치면 건강을 해치는 법. 점심을 먹고 나서 컨테스트에 다시 뛰어들었다. 오후 1시 36분에 UA SMF를 시작으로 5시 11분에 RW2F를 끝으로 모두 20국, 12개 Zone과 교신을 했다.

 

다른 일하며 짬짬이 했기 때문에 많은 국과 교신하지 못했다. 새로운 Entity와의 교신이 없어 약간 서운하지만 그래도 캐나다 사스케체완주에 사는 VA5DX와의 교신으로 캐나다의 새로운 한 주를 건진 것이 소득이다. 잊기 전에 QSL카드 20장을 정리했다. 보통은 컨테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QSL카드를 먼저 보내주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그래도 QSL카드를 보내보면 1-2년 후에 답신 카드가 오곤 한다. 비록 지상고가 낮은 멀티밴드 다이폴 안테나이지만 짧은 시간에 전세계와 교신할 수 있는 컨테스트는 햄생활에 활력소를 주는 한 부분이다. 물론 컨테스트는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이 목적이지만 빈약한 장비를 가진 아마추어에게는 새로운 Entity를 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적절한 안테나와 전파상태만 좋으면 컨테스트 48시간 동안 100 Entity와 교신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즉, DXCC를 단 이틀만에 달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목표를 세우고 참여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11월은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 있는 달이다. 어떤 때는 가을처럼 따뜻하다가 또 며칠간은 겨울 날씨처럼 추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전파상태는 비교적 좋아서 10월과 더불어 DX교신하기에 가장 좋은 골든시즌이다. 11월 토요일 오후 멀티밴드 다이폴 안테나를 올리며 그 동안 한번도 운용해 보지 못 한 3.8MHz에 도전에 보았다. 3.5MHz 안테나 대신 3.8MHz를 설치한 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3,790kHz에서부터 수신해 보니 3,795kHz에서 강력한 신호가 들렸다. 음성군에 사는 DS3HWS의 CQ. 신호는 59으로 깨끗하게 들어왔다. DX주파수라 조금 망설이다가 불러보니 반갑게 응답해 왔다. 안테나 설치하고 첫 교신이라는 얘기를 나누고 73하려는데 사천에서 이동운용 중인 DS5ACV가 6K VM/5 콜로 불러와서 라운드 교신을 즐겼다. 역시 국내교신은 DX교신과는 달리 대화 속에 정다움이 녹아있다. 앞으로 겨울이 되면 3.8MHz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 보아야겠다.

 

아마추어 무선 밴드를 들어 보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신호가 많이 들리지만 주중에는 비교적 조용한 때가 많다. 일요일 다음날인 월요일은 어떨까? 11월의 월요일 늦은 오후 무전기 앞에 앉았다. 무전기 다이얼을 18,068kHz에 맞추었다. 신호를 하나씩 확인하다 18,075에서 깨끗한 신호가 들렸다. "CQ CQ DE V73/N6ND V73/N6ND K" 숫자, V자와 /가 들어 가다보니 한번 만에 호출부호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V7이라면 태평양 상에 있는 마샬제도. 필리핀과 하와이섬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나라. "V73/N6ND DE HL1AZH HL1AZH K" "HL1AZH 5NN 5NN K" "R UR 5NN 5NN TU SK EE" 이렇게 간략한 1분간의 교신이 이루어졌다. 신호는 진짜 599. 오늘이 월요일 늦은 오후이지만 전파상태는 계절에 걸맞게 좋았다. 그렇다면 21MHz는 어떨까?

 

무전기 주파수를 21,000kHz에 맞추고 위로 올라가며 신호를 확인했다. 들어오는 신호는 많지 않아 비교적 확인하기 쉬었다. 어두운 밤에 홀로 빛나는 등대처럼 외롭게 CQ내는 신호가 있었다. "CQ CQ CQ DE A61Q A61Q A61Q AR K" 와- 처음 들어보는 A61 신호. DXCC 리스트를 보니 아랍에미리트. 우리와는 축구시합으로 자주 만나던 중동의 한 나라. 귀를 쫑긋하고 누가 응답하나 보니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 이때는 가볍게 응답해야지. "A61Q DE HL1AZH HL1AZH K" 천천히 패들을 쳤다. "HL1AZH DE A61Q TNX UR CALL UR RST 559 559 …" 빙고! 뉴 엔티티! 천천히 이름과 QTH를 교환하고 73! 교신을 마치고도 CQ내는 A61Q에 응답하는 국이 없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무척 심심한 21MHz 밴드.

 

올해 9월 21일로 아마추어 무선국을 개국한 지 꼭 20주년 되었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1976년 학생과학 잡지에서 아마추어 무선이라는 취미생활을 발견했고, 1978년 KARL 준회원에 가입해서 준회원 번호를 받았지만 어렵게 구한 수신기 S-38로 햄 교신이 수신되지 않아 실망했던 일. 1984년 초에 자격시험보고 9월 HL1AZH 호출부호를 받고 준공검사 받은 후 허가장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 허가장 받자 말자 바로 그동안 수신만 하던 7, 21MHz에서 아침, 저녁 교신하던 추억들. 처음 개국할 때 사용하던 무전기는 HL5BAP OM이 만든 순수 국산 자작무전기 Technic-3였다. 종단은 진공관을 사용했으며 무직하게 생긴 외관이 마치 미국 무전기와 일본 무전기를 잘 조합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사용 가능했던 주파수대는 7과 21MHz이었으며 출력은 50와트였다. 처음 사용했던 무전기라서 그런지 무척 애착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국해서 2년 정도 운용하다가 이사하는 관계로 QRT하고 다른 분에게 양도하였다. 그때 2년간 운용해서 받은 QSL카드는 아직 보관하고 했지만 소중한 교신일지는 이사 과정에 분실했다. 한 동안 무전기 없이 지내보니 모든 것이 심심한지라 수신이라도 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 전설적인 Hentron C-15 무전기. 7MHz 모노 밴드에 출력은 약 10와트용 개조 무전기. 잘 아시는 것처럼 그냥 두어도 주파수 이동이 심해 자주 재조정해 해주어야 했지만 그래도 5미터 길이의 실내 안테나로 국내교신을 듣는 즐거움은 컸다. 새로운 마음으로 재개국한 것이 1998년 12월, 벌써 6년이 되었다. 왜 아마추어 무선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신호가 나에게는 좋은 엔돌핀 자극제인가 보다.

 

(KARL지 200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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