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24)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점심 먹기 전에 잠시 무선기의 스위치를 올렸다. 2월 중순 요즘 낮 동안의 전파상태가 어떻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21,000kHz부터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다가 갑자기 21,021 부근에서 S-미터 9까지 올라오는 좋은 신호가 들렸다. 처음에는 근처 로컬국이 CQ를 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어떤 국이 CQ에 응답해 오는지 볼까하고 들어보니 "DE KH6ZM KH6ZM CQ DX K" 하는 것이 아닌가! 워낙 신호가 깨끗하고 강하게 들어오다 보니 로컬국으로 착각한 것이다. 어디보자, 패들 속도는 60부호에 있고 안테나도 21MHz 다이폴 안테나에 연결되어 있고 출력은 100와트. 오케이. 잠시 들어보니 CQ에 응답하는 국이 없었다. 이럴 때는 가볍게 응답하는 좋지 "DE HL1AZH HL1AZH K" "HL1AZH DE KH6ZM TNX UR CALL BT UR RST 569 569 BT QTH VOLCANO HI VOLCANO HI ES NAME MAX MAX HW? BK" "… HAD SNOW YESTERDAY ES COLD BT RIG HR 100W ES ANT DP ABT 5MH HW? BK" "ALL COPY WX HR 22C ES RIG 1KW ES YAGI ANT HW LEE? BK" "FB MAX BT UR RIG ES ANT MAKE BIG SIG HI HI BT LUNCH TIME ES MUST QRT NW 73 MAX KH6ZM DE HL1AZH SK EE" "R LEE 73 SK EE"

 

낮 시간 동안 21MHz에서 모처럼 하와이와 좋은 상태에서 교신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즐거운 교신을 마치고 점심식사도 맛있게 …. 매년 2월 초,중순경이면 겨울철 전파상태에서 봄철 전파상태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태양흑점지수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2005년이지만 요즘 하이밴드 신호는 겨울 동안의 동면상태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2월 들어 점차 하이밴드(21, 24, 28MHz)에서 신호가 들리는 빈도가 높아지고, 신호 강도도 좋아지고, 입감되는 시간도 점차 길어지는데 21과 24MHz 경우 오후 7시까지 유럽 신호가 강하게 입감된다. 올 들어 2월 두 번째 주말에 28MHz에서 첫 교신을 했다. 상대는 XW3DT.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나오는 신호는 58 정도로 깨끗하게 교신할 수 있었다. 같은 시간에 다른 유럽국이 함께 나왔는데 신호는 모두 57에서 59 정도로 강력했다. 모처럼만에 들어보는 28MHz 신호라 조금 가슴이 벅찼다. 이제 3월경이면 완전한 봄철 컨디션으로 변할 것이다. ARRL DX 컨테스트가 열리는 3월 첫 주말과 CQ WW WPX 컨테스트가 열리는 3월 마지막 주말이면 좋은 전파상태를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신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부터 로우밴드는 공전(QRN)이 증가하고 신호강도도 조금씩 약해질 것이다.

 

2004년 12월 한 동안 햄 밴드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안다만-니코바르 제도에서 신호를 들을 수 있었다. 호출부호는 VU4BRI와 VU4NRO! 일단 지도책을 꺼내 위치부터 확인해 보았다. 인도 반도와 인도차이나 반도 사이에 목걸이처럼 길게 늘어선 안다만-니코바르 제도.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약 4,450km. 거리만 놓고 보면 인도네시아(YB) 또는 비교적 잘 들리는 태평양 상의 섬보다 가까운데 있어 교신은 별로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모처럼 나오는 진국이기 때문에 인접국의 수많은 국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문제일 것 같았다. 일단 도전하기로 했다. 예정한 대로 12월 초가 되자 여러 밴드에서 신호가 들리기 시작했다. 신호는 예상보다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S-미터로 56 또는 57 정도로 수신하기에는 편한 정도. 나에게도 기회는 왔다. 12월 초순 오후 1시 반경 21,285kHz에서 56로 들리는 VU4NRO의 신호를 듣고 귀를 쫑긋. "SPLIT SPLIT UP 5" 이것은 송신은 내가 듣고 있는 21,285에서 하지만 수신은 5kHz 위에서 하겠다는 의미. 무선기에서 SPLIT 모드를 ON하고 A는 21,285에 B는 21,290에 맞추고 수신해 보았다. 예상대로 JA들이 이미 자리 잡고 부르고 있었다. 약간의 변화를 주기 위해 송신주파수는 300Hz 정도 올려 송신했다 "Hotel Lima One Alpha Zulu Hotel" 하늘에서 들리는 기분 좋은 소리! "HL1AZH 59" "Thank you. You are 59 QSL" 단 10초간의 교신을 위해 15분을 듣고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CW 모드로 교신하기 위해 기다렸다. 이번에 안다만-니코바르 제도로 DX페디션 간 친구들 중에 능숙한 CW 운용자가 없는지 리스트에 의한 CW 교신만 가능하다고 하고 실제 리스트에 의한 CW 교신하는 것을 수신할 수 있었다. 그토록 CW 교신을 기다렸건만 끝내 CW 교신은 다음 DX페디션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첫 교신 2주 후에 비교적 손님들이 떨어진 가운데 18MHz에서 SSB 교신을 한 번 더 할 수 있었다. QSL 카드는 반신용 봉투와 우표값을 포함해서 직접 보냈고 현재 교신카드를 기다리고 있다. 다 아는 일이지만 운용 막바지인 2004년 12월 26일 아침 동남아시아 및 인도양 일대를 강타한 지진해일(쓰나미)의 엄청난 피해로 인해 운용이 파행적으로 끝났으며, DX페디션 나간 운용자들의 안전을 염려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후일 소식에 의하면 운용자들은 모두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안다만-니코바르 제도! 인도와 미얀마 사이에 위치한 활모양의 열도. 면적은 안다만 제도 8,300km2(충청남도 면적), 니코바르 제도 1,950km2(제주도 면적), 인구는 안다만 제도 16만명, 니코바르 제도 3만명. 총 200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연평균 기온은 23-30도씨, 연강수량은 2,500mm가 넘는다. 열대 정글이 섬의 80%를 덮고 있으며, 해안은 산호초로 둘러싸이고, 망그로브 숲이 해안에 무성하게 자라는 곳. 안다만홍목과 각종 목재, 코브라, 코코넛이 주요 산물이다. 18세기부터 영국 유형식민지였다가 2차 세계대전 때 잠시 일본군이 점령했고, 1950년 안다만-니코바르 제도로서 인도중앙정부의 직할지가 되었다.

 

내가 처음 아마추어 무선에 관심을 가졌던 70년대에는 아마추어 무선기기가 흔하지 않았다. 과학잡지 등을 통해 아마추어 무선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주위에 햄이 없어 실제로 아마추어 교신을 무선기를 통해 듣게 된 곳은 수년이 지나고 나서 가능했다. 그 때만 해도 한 사람이 폐국하면 한 사람이 개국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무선기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던 때였다. 내가 처음 구입한 단파대 무선기는 반도통신에서 나온 첫 번째 기기였던 테크닉-3였다. 리그 왼쪽 위에 작은 디지털시계가 붙어있어 다른 리그와 구별이 가능했고 미제 리그와 일제 리그의 중간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종단부분에 진공관 6146B를 사용해서 7과 21MHz en 밴드에서 50와트 출력이 나오는 기계였다. 경북 칠곡에 있는 공장에 몇 번가서 만들자마자 바로 들고 와서 허가 받고 1984년 9월 첫 전파를 발사하였다. 그때는 낮 동안은 주로 7MHz대에서 전국의 OM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저녁시간이 되면 VHF 기기가 없는 사람들이 21MHz에서 네트나 그룹을 지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여유롭게 나누었다.  그 때만 해도 이동운용이 허가되지 않아 VHF대만 개국한 사람이 매우 적었다. 만 2년 운용하고 집을 옮기는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QRT하고 정이 듬뿍 든 테크닉-3을 다른 분에게 양도하고 말았다. 첫 무선기라 그런지 늘 기억나고 추억이 많이 남아 있다. 장인 정신을 가진 개인에 의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기계라 그런지 현대적인 무전기와 달리 정이 가는가 보다. 그 다음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구입한 것이 전설적인 Hentron-C15. 7-년대 중반부터 청계천에서 기존 업무용 무선기를 개조해서 7MHz용으로 만들어 무선기를 고대하던 여러 개국예정자들의 수원을 풀어준 3천만의 무선기였다. 이러한 국내에서 생산된 아마추어 무선용 단파대 기기를 당시 사진과 가격 그리고 이야기를 모아 놓은 사이트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HL1SUL OM에 의한 만들어진 http://HL-rigs.fayoly.net 이다. 아직 국산 무선기 생산 역사가 길지 않아 골동품이라 부르기는 이르지만 한 때 아마추어 무선사의 마음을 흥분시켰던 국산 단파대 리그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추억의 사이트이다. 이제 봄이 온다. 전파상태도 봄처럼 풀렸으면 한다.

 

 (KARL지 200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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