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25)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세찬 바람에 유리창문이 흔들리는 9월 5일. 태풍 나비가 부산 남쪽 바다 근처를 지나가며 많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있었다. 태풍은 하루 전 일본 큐슈 섬에 상륙해 많은 비를 뿌렸고 방송을 통해 피해소식이 전해졌다. 세찬 바람에 안테나가 걱정되었고 안테나 확인을 겸해서 10,130kHz에서 신호가 있기에 응답했다. 신호는 일본 서해안에서 나왔고 신호는 589으로 잘 들어왔다. 먼저 이름과 신호 리포트를 교환한 후 태풍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다.

"JA JEH DE HL1AZH BT WX HR WINDY DUE TO TYPHOON TYPHOON NABI BT HOW UR AREA DR TAKA BK" "R R MY AREA ALSO VY WINDY ES CLOUDY DUE TO TYPHOON BK"

이렇게 서로 태풍의 피해를 걱정해 주며 15분간의 전신교신을 마쳤다. 다행히 태풍 나비는 그 위력에 비해 일부지역에만 피해를 주고 동해로 빠져나갔다. 자연재해에 의해 다른 첨단 통신수단이 두절 되었을 때 아마추어무선은 좋은 비상통신 수단이다.

 

교신일지를 살펴보니 올해 3월 말 이후 8월 초까지의 교신 횟수가 한 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바쁜 생활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빠진 전파상태로 인해 교신 횟수가 부쩍 준 것이다. 아마 최근에 단파대를 개국한 회원들은 7MHz에서 로컬국과의 교신은 해보았겠지만 21MHz 또는 28MHz에서의 해외교신은 거의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태양의 활동이 활발했던 4-5년 전에는 21MHz용 안테나를 튜너로 매칭해서 24MHz에 나가면 유럽국들이 줄줄이 불러왔다. 소위 HL과 DS이 흔하지 않은 주파수에서는 그런대로 파일업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전파상태는 2005년 올해부터 부쩍 나빠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름 동안에는 24나 28MHz에서 북미나 유럽 신호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간혹 장비를 잘 갖춘 국들의 신호나 페디션 나간 국들의 신호가 들어왔지만 신호 강도를 몇 년 전에 비해 확실히 약해졌다. 아 좋았던 옛날이여-.

 

그렇다고 크게 실망할 것은 없다. 늘 그래 왔듯이 자연은 돌고 도는 것. 매 11년 정도의 주기로 태양의 활동은 높아졌다가 낮아진다. 현재 예측으로는 2006년 후반기 또는 2007년 상반기를 바닥으로 해서 빠르면 내후년 2007년부터는 상승곡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흑점지수라 하더라도 상승주기 때의 전파상태가 하강주기 때의 전파상태보다 좋다고 한다. 혹시 하이밴드의 저조한 전파상태에 실망한 회원이 있다면 올해부터 1-2년간은 로우밴드(3.5와 7MHz)에 더 많은 시간과 장비를 투자해서 엔티티를 올리고 2008년부터는 하이밴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소득이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태양 활동 주기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DXer는 심심할 틈이 없다. Hi Hi. 태양 활동이 저조한 올해이지만 그래도 가을은 DX철이다. 특히 태양이 적도 위를 지나가는 추분 전후부터 11월말까지는 DXer들에게는 대목 기간이다. 굵직굵직한 컨테스트가 거의 매주 열린다. 특히 10월과 11월 마지막 주말에는 CQ World-Wide DX 컨테스트가 전세계 DXer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뜻 깊은 이벤트가 11월 초에 있다. 우리는 매번 진국에서 파일업이 일어날 때 단 한번이라도 "All station please stand by. Only HL or DS or 6K, Go ahead!" 이렇게 불러주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꾸었는데 이번엔 현실이 될 것 같다.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창립 50주년을 기념해서 제대로 준비된 DX 페디션 팀이 남태평양에 위치한 솔로몬제도 Temoto Province Nendo섬(IOTA OC-100)에서 7일간 운용할 계획이다. 호출부호는 Temoto Province Nendo섬에서 운용할 때는 H40HL, 솔로몬에서는 H44HL이다. 전세계 DXer들을 상대로 1.8MHz부터 50MHz까지 SSB, CW, RTTY 등 다양한 모드로 운용할 자랑스런 우리나라의 DX 팀원은 HL5FUA 최종술, DS2AGH 강호준, DS2BGV 이주동, 6K2AVL 윤용주, 6K2DJM 유병조, N1PW (ex HL1PW) 박영수 등이다. 현지에 가는 데만 4-5일이 걸린다고 하니 모두 건강하게 운용하고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가지고 가는 장비 무게만 무려 2,800kg, 단파대 리그 7대, 리니어앰프 6대, 빔안테나 4대, 다이폴과 버티컬 안테나로 운용할 예정이다. 좋은 전파상태에서 교신을 희망하는 회원들이 신나게 우리말로 "아 신호 참 좋습니다. 이곳은 테모토 넨도섬입니다" 이렇게 교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관심이 있는 회원들은 홈페이지  를 참조하길 바란다.

 

전파상태가 저조한 올해이지만 외국 신호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하이밴드에서 외국 신호가 조금씩 들어온다. 그래도 몇 년 전 좋았던 시기의 상태에 비하면 신호 강도도 떨어지고, 신호 들어오는 빈도도 낮아졌다. 그래도 8월 중순에 낚은 VK6JQ와 V85SS는 이제 가을 전파상태가 돌아오고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오후 7시 무렵 조용한 21MHz에서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고 있는데 꽤 깨끗한 신호가 들렸다. 가까운 일본이겠지 하고 들어보니 VK6JQ! 모처럼 들어보는 오세아니아로부터의 신호!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니 응답하는 국이 없다. 이럴 때는 여유 있게 천천히 응답하는 것이 낫다.

"VK6JQ DE HL1AZH HL1AZH K" "HL1AZH DE VK6JQ GE DR OM TNX FER CALL BT UR RST 559 559 NAME BILL BILL ES QTH BLOOME BLOOME HW COPI? BK"

교신을 마치고 지도를 보니 빌은 서부 호주 그레이트샌디사막 북쪽에 위치한 브룸에 살고 있다. 빌은 3소자 야기 안테나와 100와트 무선기로 교신을 한다고 한다. 동부 호주와 달리 색다른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서부 호주를 언젠가는 꼭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다. V85SS와의 교신은 14MHz에서 이루어졌다. 시간은 오후 6시 45분 경, 14,020kHz 부근에서 빠른 속도의 CQ. 무척 수신하기가 어려웠다. V? 또는 4? 무엇이라 하는데 속도가 빨라 바로 수신할 수 없었다. 다시 헤드폰을 귀에 대고 집중하니 아하 V85SS! 일단 응답하는 국이 없기에 가볍게 "DE HL1AZH" 하니 바로 "HL1AZH 5NN 5NN"한다. "R R 559 559 TU" 짧은 교신을 마치고 나니 이웃나라에서 몇 국이 듣고 있다가 부른다. 교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여유있게 휘바람을 불며 교신일지를 정리했다.

 

더웠던 여름도 거의 다 지나가던 8월 말의 주말 모처럼 리그 앞에 앉았다. 전파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21MHz를 들어 보니 콩 볶는 소리가 CW 밴드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아마 컨테스트가 있구나 하고 kdxc.net 홈페이지에 가서 CONTEST 달력을 확인해 보니 8월 마지막 주말 24시간 동안 YO-DX 컨테스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흠- 컨테스트라 잠시 짬을 내어 참가해 볼까? 하고 교환서식을 보니 001이다. 즉, 교신 때 마다 001, 002 하는 씩으로 번호를 주면 되는 것. 쭉 수신해 보니 21,024kHz에서 YO6BHN이 CQ를 내고 있었다. 실제 신호는 569 정도이지만 컨테스트 때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대부분 5NN 또는 59을 주는 것 같다. "R 5NN 001 TU" 라고 간단하게 교신을 마치고 교신일지에 기입했다. 실제로 전신으로 001을 보낼 때는 숫자 0 대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영문철자 O를 대신 보낸다. 여러분은 그 차이점을 아실 것이다 (숫자 0 = 장점 5개, 철자 O = 장점 3개). 컨테스트에서 빅건들은 수 많은 교신을 하기 때문에 교신카드(QSL카드)를 먼저 잘 발행하지 않으나 내 경우 교신카드를 먼저 보내면 나중에라도 교신카드를 받아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작한 컨테스트는 YO9HP, YO4KBJ, YO2KHG 순으로 4국을 교신하고 10.1MHz로 이동해서 느긋하게 나가노, 사이타마 등 해서 JA 4국과 래그츄우를 즐겼다. 잠시 7MHz를 기웃하니 7,003kHz에서 팔라우섬의 T88BH가 좋은 신호로 나와서 한창 파일업을 일으키고 있었다. 몇 번 시도 끝에 1.4kHz 올려 송신하니 OK. 운영자는 DXer로 유명한 마티 OH2BH, QSL은 OH2BN으로 보내라 한다. 다시 18MHz를 기웃하니 18,082kHz에서 8J2AI가 외롭게 CQ를 외치고 있었다. 아이치 세계 EXPO 기념국과 교신을 마치고, 아래에서 부르는 신호가 있어 "DOWN 2"하고 내려가니 모처럼 유럽의 F5NTV가 불러왔다. 즐거운 교신으로 흐뭇한 주말. 이번 가을엔 DX 교신을 즐겨보자.

 

 (KARL지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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