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27)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두근거리는 가슴은 마이크를 쥐고 있는 엄지손가락 끝으로 전해졌다. "여기는 HL1AZH" 크게 외쳤다. 교신 상대는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창립50주년을 기념하는 남태평양 솔로몬 테모투 DX페디션 팀인 H40HL. 테모투(Temotu)에서의 운용은 비행기 연결문제로 예정보다 조금 늦게 11월 9일부터 시작되었다. 첫날은 시간이 없어 교신을 못하고 11월 9일 오전10시 반부터 교신을 하기 위해 무전기 앞에 앉았다. 테모투 DX페디션의 운용자는 파일업 중에서 몇 번 외치지 않았는데 전체 호출부호를 바로 받아주었다. 수신주파수는 18,145kHz, 송신은 5kHz 업. 이때 느낀 기쁨이란! HL 호출부호는 20데시벨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59 안녕하세요. 수고 많습니다!" 이렇게 짧은 교신이었지만 내 호출부호는 정확하게 테모투까지 전달되었고 우리말로 인사까지 나눌 수 있었다. 만약 다른 기다리는 국이 없었다면 긴 교신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켜야지. 교신이 끝나자 많은 국내국들과의 교신이 이루어졌다. CW는 언제 나오나 기다리던 차에 점심 먹고 기다리니 12시 55분 18,076kHz에서 H40HL이 CW로 나왔다. 주파수를 2.2kHz 올려 시간을 맞추어 송신하니 빙고! 빈약한 안테나에 전파상태 조차 썩 좋지 않았지만 이번 역시 HL 호출부호는 위력이 있었다. 여유를 가지고 수신하고 있으니 21MHz에서도 신호가 들렸다. SSB와 CW 교신을 모두 했으니 다른 국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수신하고 있었다. 비록 짧은 운용기간이었지만 의미는 깊은 DX페디션이었다.

 

이번 원정 이동운용은 11월 3일 솔로몬제도 호니아라에서의 H44HL 운용으로 시작되었다. 테모투로 가기 전에 간단한 안테나를 설치하고 7, 14, 18, 21MHz 등 밴드에서 서비스 교신을 해 주었다. 이전에도 몇 차례 국내 운용자들에 의한 해외운용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DX페디션만을 위한 운용은 흔치 않았다. 외국 운용자에 의해 파일업을 처리하는 것이 부러웠는데 이번 운용에서는 우리나라 운용자들도 매우 매끈하게 파일업을 잘 처리하는 운용기술이 돋보였다. 앞으로 국내 운용자에 의한 해외 DX페디션이 더 많이 운용되기를 기대하며 이번 운용이 좋은 밑거름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먼 원정 이동운용으로 한국 아마추어무선계를 빛내 준 여러 운용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얼마 남지 않은 단풍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11월 하순, 모처럼 무전기 앞에 앉아 21MHz를 듣고 있었다. 태양활동이 저점을 향해 내려가면서 올해 들어 하이밴드, 즉 21, 28MHz에서 좋은 신호 듣기가 힘들어졌다. 잡지에 난 전파예측을 읽어 보니 내년 말 경 최저점을 통과하고 빠르면 2007년 초부터는 전파상태가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한다. 혹시 하며 21,000kHz에서부터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다가 21,012kHz에서 CQ내는 신호가 들렸다. "RW9QU DE HL1AZH HL1AZH K" "R HL1AZH DE RW9QU BK GA OM UR RST 569 569 ES NAME IS VADIM VADIM ES QTH IS SHADRINSK NR KURGAN …" 신호는 4,800km 떨어진 시베리아로부터 온 것이다. 이름은 바딤, 위치는 쿠르간 근처 작은 도시 샤드린스크. 그래도 모처럼 시베리아 교신이라 즐거웠다. 교신을 마치고 인터넷에서 방금 교신한 도시에 대해 알아보니 쿠르간은 러시아 중서부 쿠르간주의 주도. 인구는 36만,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분기점이 있는 도시이다. 쿠르간이란 이름은 고분이라는 뜻이며 부근에는 고분이 많고 여러 단과대학, 극장, 박물관 등이 있는 문화중심지이다. 바딤이 사는 샤드린스크는 인구 7만 여의 작은 도시이며 쿠르간의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제부터 춥고 긴 겨울로 들어가는 러시아 작은 도시에 사는 바딤과의 교신이 의미가 있었다.

 

러시아는 비교적 거리상으로 가깝기 때문에 일본과 더불어 자주 교신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또한 일본과 달리 러시아는 면적이 동서로 길게 벋어 있기에 하루 종일 밴드만 잘 선택하면 교신이 가능하다. 특히 CW를 운용해 보면 러시아 국들이 자주 CQ에 응답해 온다. 이것은 아직 자작기기로 CW로만 나오는 러시아 국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3.5, 7, 10MHz 같은 로우밴드에서는 자주 만날 수 있지만 러시아 국들은 3.5MHz부터 상태만 좋으면 28MHz까지 자주 만날 수 있다.

 

  (KARL지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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