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아마추어무선 대혁신 이루어져야 한다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지난 연말, 한강의 반포 잠수교에서 한 가족이 차를 타고 가다가 다른 자동차에게 받혀 물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새해의 희망에 부풀어 있었을 그들이 졸지에 비명에 가버렸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더욱 황당한 것은 당시 목격자가 있었고, 가해차량의 번호까지 일부 기억하고 있었다는데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까지 범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일본제도의 맹목적인 도입 때문이라고 하면, 좀 억지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 자동차의 번호판은 일본식을 거의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규격은 물론이고, 등록지명, 4단위 숫자, 그리고 그 앞의 문자 한개가 모두 그대로다.

이 차량번호판은 너무 복잡해서, 웬만한 머리로는 한번 보고 외울 수도 없다. 게다가 같은 번호의 차량이 전국적으로 수백대나 된다고 한다. 내가 최근 가지도 않은 지역 구청으로부터 두번이나 주차위반과태료고지서를 받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미국차량번호판은 규격은 우리나 일본 것과 똑같지만, 대체로 주표시와 함께, 여섯개의 문자나 숫자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 훨씬 식별하기 쉽다. 유럽의 차량번호판은 옆으로 길게, 한줄로 큼직한 숫자와 문자가 배열되어 있어 그보다 훨씬 식별하기 쉽다. 우리 차량번호판이 미국식이나 유럽식이었더라면, 적어도 이번 사건의 범인은 쉽게 잡혔을 것이다.   

나는 무선국변경절차를 밟을 때마다 새삼스럽게 좌절을 느낀다. 신청-가허가-준공신고-검사-허가에 이르는 그 복잡한 절차는 말할 것도 없고, 우선 시설개요서 및 공사설계서, 무선국변경 내역서 같은 수많은 서류를 제대로 써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발진방식과 주파수, 변조방식, 종단관 개수 및 입력전압, 무선국의 목적, 통신사항, 방송구역, 운용시간 같은 것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많이 간소화되었다는 것이 그렇다. 대부분이 실제운영과는 동떨어진, 절차를 위한 절차다. 결국 모범답안을 베끼거나, 대서를 부탁하는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아직도 아마추어무선국과 일반방송국을 기본적으로 똑같은 차원에서 보고 있는 일본제도를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다.

어차피 뒤늦게 시작한 입장에서, 선진국제도를 베끼거나 참고로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 그것이 일본제도이든, 미국제도이든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알고 베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가 하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참고해서 우리 목표와 실정에 알맞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온 세계가 새로운 경제전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우리에게 쓸데없는 절차로 시간과 자원과 인력을 낭비할 여유는 없다. 옛날과 비교해서, "그만하면 됐지"하고 안주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시대의 아마추어무선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의 제도에는 대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4년 0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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