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통신문화는 우리가 창조해야 한다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지난 2월 5일, 열기구를 타고 서울에서 동해까지 우리 국토를 횡단한 여성이 있었다. 여성으로서는 첫 한반도 횡단비행이었다. 태평양횡단을 준비하기 위한 훈련비행의 하나이기도 했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 그것도 혼자서 열기구를 조종하여 몇시간씩 비행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서울 올림픽공원을 떠난 6대의 열기구중 송미경씨가 조종하는 한개만이 동해까지 날아가 바다에 불시착했고, 해군함정과 헬리콥터가 출동해서 구조되었다. 비행도중 연료부족, 풍향변동, 그리고 통신두절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며칠후, KBS 텔리비전을 통해 그 출발광경과 비행과정이 상세히 보도되었을 때, 나는 흥미있게 지켜보았다. 금방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열기구조종사가 가지고 있던 무전기는 우리 눈에 낯익은, 헤리컬 안테나가 달린 핸디 트랜시버였던 것이다. 따로 안테나나 전원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을 가지고, 영하 20도라는 추위 속에서, 6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국토횡단비행에 나선 것이다.

만약 이 비행계획 작성에 햄이 한사람이라도 참여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핸디 트랜시버의 전지가 얼마나 추위에 약한지, 또 그 전파의 통달거리나 전파상태를 잘 알고 있는 햄들이었다면, 그런 장비로 모험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날 출발한 열기구들은 얼마 가지 못해 통신이 두절되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몇년전 에베레스트의 어느 봉우리 등정에 성공한 이야기가 텔리비전에 방송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이번과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핸디 트랜시버를 들고 안들린다고 악을 쓰고 있었다. 공격조와 지원조간의 무전교신은 질서가 없었다. 밖에다 안테나라도 하나 세우면 훨씬 교신이 잘 될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인 햄이 폰패치를 통해 본국의 가족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중계를 맡은 미국의 햄이 전화를 걸자, 소년의 어린 목소리가 나왔다. 중계를 해주는 햄이 소년에게 "레디오 프로시저(무선통신절차)"를 아느냐고 물었다. 소년이 안다고 대답했다. 소년은 나무랄데 없이 의젓하게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소년은 햄은 아니었지만, 무선통신절차에는 익숙한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자기술은 선진국이면서도 무선통신에서는 후진국이란 말을 들어왔다. 보안이란 구실로 무선통신을 철저하게 규제했기 때문이다. 그결과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의 무선통신은 황무지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통신문화가 없는 것이다. 우리 햄은 이 황무지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교통혼잡 속에서 자동차문화가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들도 햄인구 급증이라는, 일찌기 없었던 상황속에서 통신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전파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재산이다. 우리는 자랑스럽게도 그것을 쓸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특권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무선통신절차이고, 통신문화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4년 0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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