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호주 햄 방문기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호주라고 하면, "브이-카이(VK)...)"라든가, "구다이(Good day)"하는 식의 독특한 발음과 억양의 영어를 쓰는 나라로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다. 또 멀리 남반구에 떨어져 있지만, 거리에 비해서는 비교적 교신하기 쉬운 나라고, 또 일찍부터 아마추어무선이 발달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활발하게 운영이 되고 있는 나라다. 그래서 스포츠조선에 연재하고 있는 "세계의 젊은이"를 취재하기 위해 4월 말 호주에 갔을 때, 나는 쉽게 많은 햄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나는 취재일정 때문에, 미리 약속을 하기보다는, 돌아다니다가 안테나가 보이면 들어가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정은 딴판이었다. 체재기간 열흘 동안, 주로 시드니시 일대를 돌아다니긴 했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아마추어무선 안테나가 보이지 않았다. 블루마운틴 관광이나, 캔베라시 방문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라의 면적이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35배나 될 정도로 넓다는 사실을 미쳐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태양전지 연구로 유명한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햄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정문을 향해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내가 들어갔던 건물 위에 낯익은 안테나가 보이지 않는가. TH6DXX였다. VHF 야기 안테나도 보였다. 들어갈 때는 택시를 타고 바로 건물 앞에서 내렸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냥 갈 수는 없었다.

10분은 걸리는 길을 걸어서, 동축케이블이 들어간 창이 있는 방을 찾아갔더니, 무선통신연구실이었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한구석에 낡은 야에스 FT-101B 2대와 아이콤 211 올모드 트랜시버, 측정기 같은 것들이 있었다. 한쪽에는 리니어앰프도 있었다. VK2VUB라는 콜사인이 붙어 있었다.

조금 기다리고 있었더니 노엘 카스버그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 학과 조교로 일하면서, 클럽국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콜사인은 VK2FUL이라고 했다.

그는 어수선한 책상을 가리키면서, TS-430도 있는데, 도둑 맞을까 보아 캐비닛 안에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클럽스테이션의 회원은 5명 밖에 안된다고 한다. 전에는 20~30명이 있었는데, 모두 졸업하고 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이 클럽스테이션은 무선통신의 원리나, 운영을 설명하는 교육자료로도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 학생들은 옛날처럼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걱정한다.

노엘의 이야기로는 호주에서도 요즘은 햄인구가 별로 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준 1990년판 호주 아마추어무선국 콜북에 있는 무선국을 세어 보니, 2만국이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요즘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니까, 몇년 후면 호주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주의 아마추어무선 수준은 아주 높다. 1910년에 창설된 이 나라의 아마추어무선연맹(Wireless Institute of Australia)은 "세계 최초의, 그리고 가장 오래된 전국무선협회"라고 자랑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햄이라는 102세의 안젤(VK4HA)도 건재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넓은 국토를 망라하는 통신수단으로서 햄의 역할이 대단히 크다. 지난 1월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여러 산악지대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 이 나라 햄이 총출동하여 진화작업 통신지원을 했다. 특히 중부해안지방에서는 정부의 비상통신망이 두절되었기 때문에, 햄이 그 업무를 대행하기까지 했다.

1월말, 3주일 동안 계속되던 산불이 꺼진후, 시드니에서는 진화작업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 수천명이 축하행진을 했다. 이 행진에는 진화본부 통신센터에서 지휘했던 호주아마추어무선연맹 뉴사우스웨일즈지부장 테리 레이랜드(VK2UX)를 비롯한 많은 햄이 참가했다고 한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4년 05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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