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이럴 수가..."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신문에서는 정형화된 상투적인 어귀를 기피한다. 가능하면 새로운 말을 개발하려고 하고, 다른 신문이 만들어 낸 것은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가도 당시의 사회현상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말이나 표현이 등장해서 한 동안 유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X세대", "신세대", "맹렬여성", "증발" 같은 것이다.

".....한다?"처럼, 문법을 초월하는 신선한 표현이 등장해서, 주로 광고면을 중심으로 유행하기도 한다. "이럴 수가..."나, 새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유행하기 시작한 "우째 이런 일이..."는 요즘도 신문 사설 제목에도 가끔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는 표현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상투 어귀를 싫어한다. 특히 "맹렬여성"이라든가, "증발"처럼, 일본 신문이 만들어 냈거나, "신인간"처럼 일본인이 만들어 낸 말을 변조한 말을 쓰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신인간"은 일본의 "신인류"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시속을 따르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 신문에 연재 중인 호주의 젊은이 시리즈 중에서, 고등학교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세계여행을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아버지가 개발한 환경제품을 파는 회사를 맡아 일으킨 의욕적인 여자의 이야기를 쓰다가, 결국 "맹렬여성"을 빌어 쓰고 말았다.

며칠 전 KARL 6월호와 함께 배달된 서울지부장 및 임원진 일동 명의의 편지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럴 수가..."가 나왔다. 서울지부 전지부장 권재원씨가 공금 3천8백여만원을 유용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공금유용이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실제로 공금을 유용한 사람들도 그렇게 간단히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는 않고, 무슨 수를 쓰든 일단 장부상의 숫자는 맞추어 놓는 것이 보통이다. "우째 이런 일이..."

그 동안 떠도는 소문은 있었다. 그러나 이 개명천지에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서울지부에 전화를 걸어 임석래지부장을 찾았다.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 조사를 해보면 액수가 훨씬 더 불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전서울지부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타당한 사정이 있었을지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니까 곧 진상이 밝혀질 것이다. 분노는 그때까지 잠시 접어 두자.

그러나 만약 서울지부의 공금유용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지금까지 환영과 싸워 온 셈이다. 문제의 실체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전지부장이 제기했던 연맹의 정관이나, 신임 지부장의 자격 문제는 공금유용을 은폐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공금유용은 어떤 단체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대한 불법행위다. 따라서 어떤 단체에도 그런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 연맹이나 서울지부에도 분명히 그런 장치가 있다. 그런데도 그런 불법행위가 2년 이상이나 진행될 수 있었다.

전서울지부의 공금유용 혐의는 진상이 규명되고, 그 책임이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그런 상황을 허용한 우리는 연맹과 서울지부의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햄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상황변화에 과연 우리들은 효과적으로 대처해 왔는가. 아마추어정신을 강조한 나머지, 연맹이나 지부의 운영까지도 "아마추어적"으로 임해 오지 않았는가.  

환상처럼 생각되었던 "햄인구 10만"의 목표도 이제는 무척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회원으로 가입할 것이다. 더이상 소수 동호인 모임의 방식으로는 연맹을 운영해 나갈 수 없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교훈을 배우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보다 더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4년 07, 08 합병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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