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세계로 시야를 넓힌다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영국의 젊은이를 취재하기 위해 런던에 갔을 때 일이다. 외무부의 홍보담당자에게 모범적인 대학생 한 명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옥스포드대학교 조정팀 주장을 만나게 해 주었다. 이 학교와 캠브리지대학교 사이에 매년 벌어지는 조정경기는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옳다구나 하고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의학을 전공하는 그는 그 어려운 공부를 해내면서도, 스포츠로 몸을 단련하는 학생이었다. 그의 조정팀은 올림픽선수를 내보낼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나는 뿌듯한 기분으로 호텔로 돌아와, 그가 준 자료를 훑어보았다. 앗불싸, 이럴 수가! 그의 국적은 오스트리아로 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옥스포드대학교 조정부 멤버 자체가 여러 나라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프랑스의 젊은이를 취재하기 위해 파리에 갔을 때는 우리 나라가 도입할 고속전철 TGV를 만들고 있는 GEC ALSTHOM사를 방문했다. 여기서도 모범적인 젊은이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고속전철의 컴퓨터제어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엔지니어가 나왔다. 하도 영어가 유창해서 물었더니 영국인이었다.

오스트랄리아 시드니시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 태양전지연구소에서 만난 엔지니어는 영국 패스포트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고백하지만, 나는 스포츠조선에 연재중인 "세계의 젊은이" 시리즈에서 그의 국적을 밝힐 수 없었다. "호주의 새젊은이"란 제목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은 나에게 있었다. 나는 영국에서는 영국인,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인, 호주에서는 호주인이 당연히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국적을 명시하지 않고, 그저 모범적이고 훌륭한 젊은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젊은이는 그저 젊은이일 뿐, 국적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는 달라져 있었다. 특히 EU(유럽연합)가 발족된 이후, 유럽에서는 사실상 국경선이 없어졌다. 프랑스, 영국, 독일의 젊은이들이 마치 자기 나라처럼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어울리고 있다. 그들은 좁게는 유럽, 넓게는 세계를 단위로 생각을 한다.

그들과 비하면, 우리는 지나치리 만치 우리와 우리 것에 매달리고 있다. 남북간의 장벽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과도 교류는 쉽지 않다. 게다가 장벽 중에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 쌓아 놓고 있는 것도 많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온 세계가 우리 무대가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다행하게도 우리들은 그런 장벽을 넘나들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지금 공간상태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HF 장비만 있으면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동남아 사람들과는 손쉽게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연히 우리의 시야는 넓어지고, 무대는 확장된다.

그것은 우리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아무리 활용해도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는 특권이다. 왜 그런 특권을 활용하지 않는가. 그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우리 햄인구가 대부분 VHF대에 머물어 있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우선 개인적인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주저할 이유도 없다. 언어문제는 노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정부를 비롯해서, 여러 군데서 "국제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은 이런 것이 국제화의 첫걸음이다. 이렇게 해서 세계를 내다보고,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개인의 차원을 넘는 장애는 연맹이나 관계당국이 풀어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HF무전기 공급문제 같은 것이다. 상호운영협정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수십 년의 아마추어무선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상호운영협정을 체결한 상대국이 겨우 일본 하나 뿐이라는 것은 한참 부끄러운 일이다.

옛날에는 상호운영협정이 다른 나라 사람에게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관광만 해도, 들어오는 사람보다는 나가는 사람이 많은 형편이다. 정부는 말로만 국제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4년 10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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