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남과 함께 사는 햄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10만국"을 향해 순조롭게 발전하던 우리 나라 아마추어무선에 뜻밖의 커다란 장애물이 나타났다. 지난 10월, 서울고등법원이 다른 입주자들의 동의 없이 공동주택 공용부분에 안테나를 설치하면 아마추어무선국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거이다.

이제부터 아파트에서 제대로 아마추어무선국을 운영하자면 주민동의서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단독주택에서도 옛날처럼 마음대로 안테나를 새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소문이 잘못 퍼지게 되면, 이미 설치된 안테나까지 철거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 강동구 소재 아파트에 사는 어느 햄이 옥상에 높이 9m의 4소자 야기안테나를 설치한 후, 준공검사까지 합격한 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서울 체신청은 그 아파트의 주민들이 안테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의 동의서를 제출할 때까지 무선국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 햄은 서울체신청의 처사가 위법이라고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서 서울고등법원은 비록 무선종사자나 설비가 기술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체신청은 그 밖의 상황을 고려하여 무선국 허가를 보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경우는 안테나공사단계에서 이미 그 아파트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여러 곳에 철거진정을 했던 것 같다. 주민들은 그 안테나가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없이 설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텔리비전 수신을 방해하고, 낙뢰의 위험이 있으며,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아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런 주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고민거리다. 텔리비전 수신방해와 낙뢰위험에 대한 완벽한 대책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관상의 문제가 되면 한마디로 판단할 수 없는 주관적인 영역이므로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들이 아무리 감탄하는 안테나도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괴물철탑으로 보일 수 있다.   

어느 열성적인 햄은 아파트의 공청시설 시공 때부터 현장에 나가 함께 안테나작업을 하고, 동마다 모두 TVI(텔리비전수신방해)방지장치를 해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대책을 마련해도, 수상기 쪽에 문제가 있으면 TVI는 생길 수 있다. 이럴 때는 수상기마다 일일이 필터를 달아주어야 한다.

결국 아마추어무선을 하자면, 주위 다른 사람들의 이해와 협조가 불가결해진다.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동안 우리는 이 분야에 대해서는 소흘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햄인구가 늘어날 수록 이 문제는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이번 경우도 아파트주민 90명중 82명이 안테나철거 요구를 했다는 것을 보면, 그런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테나 철거를 요구한 아파트 주민 중에는 TVI나 낙뢰위험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이 없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다른 원인에 의한 TVI를 엉뚱하게 햄 탓으로 돌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이치를 따지기보다는 인사와 미소가 더 효과적일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연맹에서는 공동주택의 햄을 위한 책자 같은 것을 마련해 봄직도 하다. 공동주택에 아마추어무선국을 개설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 주민을 설득하는 법, 아마추어무선이 비상시에 할 수 있는 역할 같은 것을 사례를 들어 소개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일은 "뜻밖"이라고 하기보다는 "올 것이 왔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아파트 옥상에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베란다에 설치하는 "아파망(아파트+맨션) 햄"용 안테나가 개발되어 있을 정도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도 도시나 그 근교에서는 자기 집 마당에 안테나를 설치하는 데도 규제가 까다롭다.   

햄의 인구가 늘어날 수록 우리는 더욱 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산에서 밥을 해먹던 일이나, 떡밥을 사용하는 낚시가 이제는 공해요인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환경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도 이제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4년 1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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