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즐기면서 봉사한다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걸프전쟁 때, 나는 미국의 CNN의 위력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새벽에 우연히 텔리비전을 켰다가, AFKN으로 중계되는 걸프전쟁의 시작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목격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나는 걸프전쟁에 관한 텔리비전보도를 줄곧 지켜보았고, 통신과 신문, 잡지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자료가 정리되어, 한 권의 책 "첨단전쟁"이 되었다.

지난 1 월 17일, 일본 칸사이지방 대지진 때, 이번에는 NHK 위성방송의 위력을 실감했다. NHK 제1 위성방송은 고베를 포함한 효고현 일대를 강타한 지진이 발생하자, 며칠간 계속해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현장상황을 보도했다. 이번에도 나는 거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조그만 텔리비전수상기로, 처음부터 이 방송을 지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지진이 규모가 일찍이 없었던 엄청난 규모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정보가 돌아다니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정보는 분석하고, 쓰기 나름이다. 정작 일본정부의 책임자들은 이 지진의 규모와 피해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누구보다도 우선 최고책임자인 무라야마총리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는 이날 아침 텔리비전 뉴스를 본 다음, 7시 반에 비서관으로부터 첫 지진보고를 받았다. 그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했으나, 진상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다음 날 아침에도 호텔에서 재계인사와 느긋한 조찬을 하고, 사흘 째 되는 날에야 재해 현장을 방문, "예상을 초월한 재난"에 놀랐다. 그는 이날 밤에야 비로소 전 각료로 구성된 긴급대책본부 모임을 열었다.

이시하라관방부장관은 지진 발생후 1시간 15분 후인 아침 7시, 그것도 텔리비전뉴스로 소식을 알았지만, 그처럼 큰 재난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 안의 통로를 통한 직접적인 보고도 없었다고 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차적인 지휘책임이 있는 국토청장관은 지진 발생 10시간 후에야 헬리콥터를 타고 현장을 시찰하고, 그 다음날 각의에서 보고하고 대책을 협의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즉각 출동해서 인명구조에 나서야 할 일본자위대는 17일 저녁에야 겨우 현장에 도달했다. 육상자위대의 헬리콥터는 오전 7시 14분, 해상자위대 헬리콥터는 8시 11분, 각각 기지를 떠나 현장으로 향했으나, 이들의 보고는 자기 소속부대까지만 전달되었을 뿐,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 아프리카의 오지나, 절해의 고도도 아닌 일본 유수의 항구도시 고베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며칠간이나 하루 한끼 주먹밥으로 버티고, 추위에 떨며, 무너진 집더미에 깔려 수천 명이 죽어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제대국 일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만약 일본정부가 초기에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했더라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과 같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우선 비상통신체제를 가동하여 신속하게 정보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반 유선 통신망도 함께 마비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도 기지국 다음부터는 유선이므로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전화설비 용량기준을 재난발생시에 둔다고 한다.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고베시의 민간 대기업체는 마이크로웨이브나 통신위성을 이용한 직통선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통합운영하는 체제가 없었다.

아마추어무선도 이럴 경우 훌륭한 대체통신수단이 된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HF밴드에서는 이번 지진 피해지역에서 아마추어무선사들의 비상통신망이 운영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VHF나 UHF밴드에서는 비상통신망이 구성되어 활용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100만이 넘는 햄이 있다는 나라치고는 너무나 이상할 정도다. 정보-통신에 대한 인식부족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정보-통신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는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광케이블이 매설된 통신구에서 불이 나자, 한 지역의 전화가 며칠간이나 두절된 일이 있었다. 지난번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 적십자사 비상통신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던 사람의 이야기에 의하면, 현장에 출동한 군부대나 경찰의 무선통신은 서로 주파수가 맞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햄이 운영한 비상통신망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재난과 사고는 예고가 없다. 우리는 아마추어무선을 즐기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유능한 통신기술자로 성장한다. 우리는 정보와 통신이 얼마나 중요한 재산인가를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체험한다. 이런 귀중한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둘 필요가 있다. 즐기면서 사회와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취미는 아마추어무선 밖에 없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5년 0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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