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교신은 자연스런 우리말로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얼마 전 하이텔 햄동호회에서 햄용어문제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 의견은 전통과 관례를 지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요즘 신문사설처럼 좀 어정쩡한 것이다.

그러나 전통과 관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당위론이 아니다. 우리들이 쓰고 있는 햄용어는 전파의 특성과 공공성, 세계성, 교신 절차등 다른 분야와는 다른 상황 속에서, 질서를 잡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오랜 세월을 통해 정착된 것이다. 따라서 햄용어 하나 하나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한편 언어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창조되고 변형한다. 햄용어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서 전통과 관례를 지키면서, 그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한가지, 처음부터 이치에 맞지 않거나, 틀린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국장님"은 그 기원이나, 본래의 의미로 보아 썩 좋은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편리하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선 우리 언어관습에 그에 대체해서 두루 쓸 수 있는 마땅한 말이 없다. 그 글이 나간 후, 어떤 분이 "햄님"을 제의하긴 했지만, 얼마큼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많이 쓰고 있는 "정리해 주십시오"도 전에는 듣지 못했던 말이다. 텔리비전의 토론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끝내 주십시오" 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들린다. "지금까지 오퍼레이터 000였습니다" 역시 전에는 없었던 말이다. 이것도 텔리비전의 영향에 틀림없다. 그러나 교신 초에 이름이나 핸들이 교환된다면, 굳이 오퍼레이터를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말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화되거나 도태될 것이므로,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잘못된 영어를 진짜 영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문제가 더 걱정스럽다. 그런 잘못은 교신을 할 때, 반드시 Q부호나, 영어로 된 용어를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서 나오는 것 같다.

교신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우리가 평상시에 쓰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QSY UP" 보다는 "올라갈까요?" 가 훨씬 부드럽게 들린다. 원래 전신용으로 만든 Q부호는 차선책이다. 물론 Q부호는 그런 대로 효용과 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많이 들을 수 있는 "마이크 오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마이크"에 "송신"이란 의미를 부여하여, 그것을 "송신 종료"의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다음 번 마이크 때..." 역시 같은 맥락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우다.

"마이크 턴인(터닝?)합니다"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를 돌려 드립니다"란 뜻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면, 전혀 영어답지 않다. 왜 굳이 그런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이런 경우는 "마이크를 돌려 드립니다"가 얼마나 더 부드럽고 듣기 좋은가.

"올 카피했습니다"나, "보이스 카피 좋습니다"도 올바른 영어가 아니다. "인폼" 역시 종잡을 수 없는 말이다. 그것이 "inform"이라면, "통보한다"는 뜻의 동사다. "정보/소식"이란 의미로 쓰는 "information"의 줄인 말이라면, "인포(info)"라야 맞는다. 이 경우도 "인폼 주세요" 보다는 "알려 주세요"가 얼마나 듣기 좋은가.

"브레이크(break/break in)"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햄용어의 하나다. 원래 이 말은 "끼여든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들의 교신 사이를 뚫고 들어가 참여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자동차 브레이크(brake) 이미지에 연결시켜, "브레이크를 건다"고 쓴다. 원래는 "브레이크(브레이크인)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브레이크"를 "오버"와 같은 의미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고, "쇼트 브레이크" 같은 완전히 독창적인 말까지 쓰이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영어가 아닌 영어가 많다. 흔히 쓰는 "골인"도 사실은 일제 영어다. 사전에는 "goal"은 있어도 "goal-in"은 없다. 영어를 세계화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영어를 쓰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국내 교신은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하고, 영어를 쓸 때는 정확한 것인지를 한 번 확인해 볼 노력이 필요하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5년 1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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