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MFB 1996!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지난 번 베이징에서 열렸던 DX 컨벤션에서 개인적인 소득이 있었다면, 인터텟의 e-mail을 통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햄을 몇 명 만났다는 것이다. 명함을 교환하고 보니, e-mail 주소가 적혀 있는 것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빈센트 친(K6KQN)이다. NCDXF(북캘리포니아 DX클럽의 창설자이기도 한 그는 이름이 말해 주는 것처럼, 중국계 미국인이다. 베이징대회에는 장소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참석한 미국인들 중에는 중국계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아마 고향을 찾는 기분으로 멀리 베이징을 찾았을 것이다.

e-mail의 위력은 즉각적이었다. 서울에 돌아 와서 그 주소로 메시지를 보냈더니 금방 답신이 왔다. 우리는 새삼 정보화시대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햄과 마찬가지로, 연휴 동안 29개의 창문을 닦느라고 혼이 났다는 등, 하잘 것 없는 신변 잡사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최근 노태우전대통령의 축재 비리와 체포 사건까지 미쳤다. 그는 민감한 일이라고 무척 조심하는 투였지만, 나는 상세하게 그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

이런 이야기는 물론, 비즈니스까지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햄과는 다른 e-mail의 특성이다. 이러다가는 우리 햄의 영역이 점점 더 좁혀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특히 요즘처럼 전파상태가 좋지 않은 때는 더욱 그렇다. 바라기는 햄과 인터넷이 서로 보완해 가면서 발전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빈센트가 언젠가는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를 소개하면서 "MFB란" 말을 썼다. 그는 이 말에 "Magnificent Fine Business"란 주석을 달았다. "FB"가 햄들이, 특히 전신에서, "좋다"는 뜻으로 쓰는 약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또 실제로 많이 썼지만, "MFB"는 처음이었다. 전후 문맥으로 보아 "아주 좋다"는 뜻인 것 같았다. 그래서 빈센트에게 물어 보았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말도 아니고, 30년 전부터 자기들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우리 DXer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모두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아주 좋다고 할 때는 "VY(Very) FB"를 쓴다. 그러고 보면, "MFB"는 미국의 햄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일종의 지역적인 말 같기도 하다. 빈센트가 그 말에 일부러 주석까지 달아 준 것만 보아도 그런 것 같다.

"VY"라고 하면, 누구든지 금방 "Very"를 연상할 수 있지만, "M"이 곧 "Magnificent"이라고는 상상력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가 무척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말이 틀림없다. 좋은 것을 강조하려는 적극적인 의도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햄들의 용어에는 "나쁘다"는 말이 없다. "좋다(FB)"가 성에 차지 않아 "대단히 좋다(MFB)"까지 만들어 내면서도, 우리 햄들은 "나쁘다"를 만들어 낼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점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자랑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모두 착한 사람과 착한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고, 적어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배경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는 반드시 그렇지 않기 때문인지, "좋지 않다" 보다는 "나쁘다" 더 쓰기 편해서 인지, 남의 말을 받아다가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 정평이 있는 일본 사람들은 "나쁘다"는 말을 만들어 냈다. "FB"를 뒤집은 "BF"를 "나쁘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그런 것을 가치관으로 평가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아마 실용성이나 편리성의 문제일 것이다. 다만 나는 나쁜 것 보다는 좋은 것을 강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FB(Fine Business)"는 HF 교신에서 많이 사용되던 것이어서 그런지, VHF가 주력 밴드처럼 되어 있는 요즘 우리 햄들에게는 낯선 말처럼 느껴지고 있다. "FB"는 우리들의 소속감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새해는 정말 "FB"한 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MFB"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동안 정신없이 양적으로 늘어난 우리 햄이 이제는 질적으로도 충실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MFB 1996!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6년 0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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