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북한에 아마추어무선국이 생길 때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요즘 공간 상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DX의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20m 밴드에서는 시간에 따라 그런 대로 활발한 교신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주로 들어보는 아침 시간에는 북미 서해안과 동남아 쪽이 터지는 것 같다. 시간 때문인지, 일본 쪽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간의 20m 밴드에서는 영어와 중국어가 판을 친다. 특히 중국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질세라 대만 국도 활발하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전에는 일본국 혼신으로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중국국 걱정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아직 절대수가 많지 않긴 하지만, 앞으로 그 10여억 인구를 배경으로 "인해전술"이 등장한다면, 20m 밴드에도 요즘 우리 2m 밴드 못지 않은 혼잡이 생길 것이다.

  중국의 햄이 활발하게 나오기 시작한 것은 실을 얼마 되지 않는다. 이 나라도 오랫동안 폐쇄되어 있었고, 덩샤오핑의 개방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다음인 92년부터 아마추어무선도 열리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중국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토머스 웡(VE7BC)이란 중국계 캐나다인은 40여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면서, 트랜시버 35대를 비롯한 각종 장비를 기증했다. 일본인, 미국인들도 중국의 햄 개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지금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문을 굳게 닫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아마추어무선을 개방시키기 위해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기묘하게도 이 운동의 앞장을 선 것은 핀란드와 일본의 DXer들이다. 이들은 "P5 프로젝트"란 이름 아래, 오는 4월 말게 북한을 방문하여 무선국을 운영할 계획이며, 이미 북한측의 내락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북한은 도저히 아마추어무선을 개방할 상황이 아니다. 제한적인 개방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중국과는 다르다. 문을 굳게 닫아 걸고, 김일성의 유일체제로 오늘까지 겨우 버텨온 북한에게 개방은 곧 붕괴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식량문제를 비롯하여 경제상태가 최악의 상황에 빠진 북한에게 개방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는 아마추어무선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넌 북한이 왜 DXer를 받아들일 생각을 했을까? 물론 계산이 있을 것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을 근거로 해서 IARU(국제아마추어무선연맹)에 가입해 보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이 기구에 들어가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아마추어무선국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되고 있었다. "P5 프로젝트"에는 DXer 팀의 북한 방문 조건으로 상당한 장비의 기증과 교육계획등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은 이것을 근거로 해서 아마추어무선국의 존재를 주장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IARU 가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북한의 아마추어무선 개방은 오히려 우리가 앞장서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일체 배제해 온 북한의 태도로 보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핀란드와 일본인 DXer 들이 중심이 된 "P5 프로젝트"에 약간의 의혹과 불안과 불순한 동기까지도 느끼면서도, 우리는 성공을 기원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제 우리는 이 같은 새로운 사태 발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막상 "P5 프로젝트" 팀이 북한에서 아마추어무선을 운영할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들에게도 적성국과의 교신제한규정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또 북한에 아마추어무선국이 생기고,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정치선전과 모략활동을 한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그 동안의 여러 가지 규제가 그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지만, 결국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정도를 걸어가는 것이 최선이다. 북한에서 나오는 아마추어무선국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와 똑같이 교신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것을 막는 실정법이나 규정이 있다면, 서둘러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세계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6년 04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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