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아마추어무선의 위기... "조크가 아닙니다!!"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이건 조크가 아닙니다!! ARRL(미국아마추어무선연맹)은 1997년에 열리는 WRC(세계무선통신주관청회의)에 LEO(저궤도)통신업계 대표들이 위성이동통신용으로 독점사용하기 위한 주파수대 재배정을 제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주파수대에는 144-148Mhz(현재 아마추어 2m 밴드)와 420-450Mhz(현재 아마추어 70cm 밴드)가 들어 있습니다!"

지난 5 월 30 일, 출근하자 말자 켜 본 컴퓨터에서 발견한, ARRL 긴급성명이란 제목의 e-mail 메시지 첫 머리였다. 이 메시지에는 사태의 긴급성 때문에, 인쇄 직전에 넣었다는 96 년 7 월호 QST지의 사설이 첨부되어 있었다. ARRL의 데이비드 섬너(K1ZZ)회장이 쓴 이 사설은 미국 햄들에게 당장 펜을 들거나, 컴퓨터를 부팅해서 2m와 70cm 밴드를 지키는 운동을 벌이자고 호소하고 있었다. 전시 상황에서나 쓰는 경고문인 "이건 훈련이 아닙니다!"를 원용한 것 같은 이 메시지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하고 있었다. 이 두 밴드는 우리 햄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대다. 그 황금밴드가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LEO통신이란 지구 주위의 낮은 궤도에 올려놓은 여러 개의 통신위성을 이용, 1GHz 이하의 주파수대에서 상업용 페이징(삐삐)이나 메시지 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이미 주파수대가 배정되어 있지만, 업계는 이번에 그것을 더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빈 주파수대가 없으므로 이미 다른 업무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빼앗을 수밖에 없다. 그 후보의 하나로 "힘없고, 만만해 보이는" 아마추어무선 밴드가 포함된 것이다.  

LEO업계는 지난 5월 7일, WRC 97에서 토의될 제안자료를 준비하는 IWG-2A 모임에서 이 요구를 정식으로 제기했다. 물론, 그 자리에 참석했던 ARRL 대표는 즉각 강력히 항의하고, 이어 5월 15일에는 서면으로 아마추어 밴드를 그 제안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지만, LEO업계의 작업은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햄들이 저지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섬너회장은 IWG-2A의 정부대표 및 업계 관계자들의 e-mail 주소와 팩스번호를 알려 주면서, 우선 편지를 보내 "품위 있게" 설득을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 광명천지에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햄들이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국제적으로 인정된 주파수를 어떻게 감히 빼앗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전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7MHz도 해외방송으로 빼앗아 쓰려는 움직임이 있다.

어떻게 보면, 최초의 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르코니 이래, 우리 햄의 역사는 주파수대를 둘러싼 끊임없는 쟁탈전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햄들이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어느 주파수대를 개척해 놓으면, 얼마 후 정부기관이나 상업통신이 그것을 빼앗아 버렸다. 우리 선배들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주파수대를 개척했다. 오늘날의 단파나 초단파의 무선통신은 그런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요즘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지금은 돈이 말을 하는 세상이다. 세계 어느 나라고 주파수를 팔아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엄청난 재정적자로 고민을 하고 있는 미국이 간단히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황금 주파수대를 언제까지 햄에게 취미나 즐기라고 내버려둘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간단히 빼앗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전통이 있는 ARRL이지만, 막대한 재원을 가지고 있는 LEO 업계와의 싸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아직 우리에게는 그런 심각한 도전이 느껴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ARRL의 싸움을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어쩌면 우리도 ARRL과 연대하여 싸워야 할 필요가 생길지도 모른다. LEO 업계의 요구가 관철되어 2m 밴드와 70cm 밴드가 회수된다면, 그 영향은 즉각 우리에게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 즐기고 있는 아마추어무선이 마치 저절로 부여된 권리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아마추어무선이 있기까지는 알게 모르게 많은 선배들의 노력과 투쟁이 있었다. 아직도 우리는 쟁취해야 할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안주한다면, 찾아야 할 권리는커녕, 지금 가지고 있는 것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 정부는 아마추어무선과 국민의 과학교육 및 산업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아마추어무선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세계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는 힘을 모아 끊임없이 아마추어무선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연구하고, 이론과 실천으로 강조해야 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6년 07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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