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정보의자유, 교신의 자유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한 동안 인터넷에 북한의 홈페이지가 생겼다고 떠들썩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체제를 만들어 놓고 있는 북한이 어떻게 감히 온 세계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에 문을 열어 놓을 수 있을까. 결국 그것은 캐나다에 사는 어느 교포 학생이 개인적인 관심으로 북한에서 발표되는 자료를 모아 만든 홈페이지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김정일의 초상화와 선전문구, 김일성-김정일 선집 등 북한의 선전문서가 실려 있었다는 이 홈페이지는 우리 나라에서, 사람들이 들어가 보기도 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 검찰은 이 홈페이지를 열람하거나 복사-배포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내 인터넷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접속서비스업자에게 예방조처를 취하도록 명령했다.

  그후 의외의 반향에 놀랐는지, 그 학생은 자진해서 그 홈페이지를 폐쇄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로서는 골칫거리가 없어진 셈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이 정보화시대에도 한 번 굳어진 사고방식은 고치기 힘든 모양이다. 검찰은 우리 나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요소의 하나를 제거했다고 안심할 수 있겠지만, 세계의 네티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망을 통해 아이들도 외설물도 간단히 입수할 수 있게 되자, 미국정부는 그것을 규제하기 위해 통신품위유지법을 만들어 냈다. 원래 이 법안은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공화당 쪽에서 추진한 것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보수적인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빌 클린턴대통령은 지난 2월, 마치 새로운 도의의 시대를 열기라도 하려는 듯, 이 법안에 서명을 하고 공포했다. 그들은 유권자들에게 아이들을 외설물에서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 6 월, 연방판사 세 명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의 항소심은 이 통신품위유지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반된다고 판정했다. 이 판사들은 몇 주일간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인터넷에 접근하여 외설물의 실태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들은 인터넷의 외설물이 특별히 미성년자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아이들을 그런 해로운 환경에서 보호해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정과 부모의 책임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다음 단계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다. 미국 법무부는 연방 항소심의 판정에 대해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수정헌법 제1조 재정이후 가장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 판정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은 중요한 민주적인 의사소통 통로로서 역사적인 중대성을 가지고 있으며, 규제가 아니라 보호를 해야 한다"고 선언한 연방 항소심의 판결문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홈페이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지금 그 자체로서는 도저히 아마추어무선을 개방할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아마추어무선의 오지다. 심지어 국제적인 사기꾼이 나올 정도로 매력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 오지를 개척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별의별 수단을 동원해서 끈질기게 추진되고 있다. 또 북한이 아마추어무선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북한에서 아마추어무선국이 나온다면? 정보통신부의 지침(KARL 96년 6 월호)에 의하면, 우리는 못들은 척 해야 한다. 정 교신을 하고 싶으면 우선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얻어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 9조 제 3항의 "남북한 주민간 통신을 통한 접촉"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외국인이 북한에서 운영할 경우, "순수 무선교신 등 선의의 목적"이면 괜찮은 모양이다.  

  우리는, 폐지하면 마치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논리로 고집하던, 야간통행금지제도를 지금 어렴풋한 옛날 이야기처럼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던가.

  "공산권" 아마추어무선국이 나오면 도망 다니기에 바빴던 시절도 있었다. 그후 지정한 몇 명의 사람에게만 공산권 아마추어무선국과 교신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시절, 그리고 교신 후 보고서를 내도록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그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교신하면서, 그 옛날의 우스꽝스러웠던 일을 회상한다.   

  지금 우리는 선진국 그룹인 OECD(경제협력기구)에 가입한다는 단계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선진국 수준에 맞추어 우리 나라의 노동법과 환경법을 고치고, 각종 규제를 풀고, 시장을 개방하는 등 부산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선진국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의 하나인 정보통신에서는 아직도 구세대의 사고방식과 규제가 남아 있다. 왜 우리는 우리 체제의 가장 강력한 이점을 활용하지 않으려는지 모르겠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6년 08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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