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느낀 것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어떤 영화든, 특히 오락영화는 다루고 있는 소재의 전문가가 보면, 어딘가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처음부터 허구라고 생각하고 보면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는데, 관심 분야가 나오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옥의 티"를 찾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던 "스피드"란 영화도 그랬다. 속도를 줄이면 폭발한다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버스가 질주한다. 그런데 범인은 자기 방에 앉아서, 차내에 설치한 TV 카메라를 통해, 달리는 버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손에 잡듯이 파악하고 있다... 우리 햄 중에도 ATV를 하는 사람이나, 동화상 전송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그것이 적어도 오늘날의 기술로는 얼마나 허황한 이야기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외계인이 대거 지구를 공격한다는 내용의 "인디펜덴스 데이"는 미국에서 개봉되자 말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SF영화다. 뉴욕시나 워싱턴시 등 미국의 주요 도시와 군사기지를 파괴한 외계인들은 7월 4일을 기해 지구를 섬멸하려고 한다. 미국은 공군을 출동시켜 반격을 시도하지만, 우주선을 둘러싼 방호스크린 때문에 실패한다. 네바다사막의 51호 비밀기지로 피난한 미국의 지휘부는 그 전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우주선으로 외계인의 거대한 우주모선에 접근, 바이러스를 그들의 컴퓨터에 침투시켜 방호스크린을 잠시 혼란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 틈을 이용하여 남아 있는 전세계의 전투기들이 일제히 외계인의 우주선을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계인들은 위성통신을 비롯한 지구의 첨단 통신망을 마비시켰기 때문에 그 계획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가장 원시적인 모르스부호통신이다. 그것도 요즘 우리들이 사용하는 전자식 키가 아니라, 이제는 보기도 힘든 수동식 키다. 키를 잡은 손의 모습이 엉성해서, 그런 식으로 과연 몇 자나 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서 전달된 공격계획으로 지구군의 반격은 성공한다.

다른 통신망은 마비시킨 외계인들이 왜 모르스부호통신은 내버려두었는지, 지구인보다 훨씬 지능이 앞섰다는 그들이 부랴부랴 노트북 컴퓨터로 만든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미국의 주력전투기인 F15나 F14는 어디 가고, 왜 보조기인 F18이 앞장을 섰는지도 설명이 없다. 하기야 재미를 위해 만든 SF 영화에다 대고 이것저것 따지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이 영화가 상영되자 인터넷에서 햄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의 아마추어무선관계 유스넷의 rec.radio.amateur.misc 에서는 오래 전부터 모르스부호(CW)를 존속시켜야 하느냐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이 전개되고 있었다. 모르스부호통신 존속파는 이 영화의 내용이 CW를 없애서는 안된다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주장은 없었다. 허무맹랑한 영화 한 편을 가지고 CW존속여부 논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아마추어무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햄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르스부호로 송신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은 모두 군인들이다. 그 정도로 공중통신망이 마비되었으면, 당연히 아마추어무선이 비상통신수단으로 사용될 만 한데,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그것을 몰랐거나,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추어무선을 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는 이 영화가 이제는 사실상 햄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모르스부호통신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 영화는 더 근본적이고 평범한 생활 속의 진리를 일깨어 주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일 수록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기통신에서 모르스부호통신 이상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것은 없다. 단지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상업통신에서 쓰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어떤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적응성이 높고 믿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모르스부호통신이다. 실제로 첨단통신수단을 갖추고 있는 SAC(미국전략공군사령부)에도 비상시에 대비하여 모르스부호통신수단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인디펜덴스 데이"를 만든 사람들이 모르스부호통신에 착안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아마추어무선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모르스부호통신을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편의성만 따지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스부호통신에는 그 나름대로 실용성이 충분히 있는데다가, 다른 첨단통신수단에서 볼 수 없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또 거기에는 전기통신수단의 원조로서, 일종의 무형문화재적 가치도 있다. 지금 그것을 사용하며, 보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우리 햄뿐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6년 09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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