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장난감이 아니다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지난 여름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지방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근래에 없었던 많은 인명손실과 재산피해가 생겼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기상청이 장마가 끝났다고 선언한지 바로 며칠 뒤에 그런 참사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비가 온 기간이나 쏟아진 양, 그리고 피해지역을 고려한다면, 그 비를 단순히 소나기나 국지성 호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같은 기간 중, 북한의 평안도와 황해도, 그리고 휴전선 이북 지방에 작년 수해 못지 않은 큰 홍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장마전선이 어떻고..."하는 기상전문가들의 엄밀한 정의에 의하면 그 비는 장마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식으로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 장마란 그저 여름에 며칠씩 계속해서 많이 내리는 비일 뿐이다. 이번 수해지역 사람들은 장마가 끝났다는 발표에 안심하고 있다가 기습을 당한 셈이다. 그런데도 기상청은 그것이 장마가 아니라고 한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우리 군의 통신체제다. 이번 폭우로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우리 군부대에 생긴 많은 인명손실과 재산피해는 불시에 일어난 천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데까지는 그런 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참사가 있은 후 상당 기간 통신이 두절되어 상황을 판단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 부대의 재난이 즉시 상급부대와 인접부대로 보고되어 전파되고,. 다른 부대도 대비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선통신은 선로가 유실되고, 무선중계시설은 벼락을 맞아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보는 특히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걸프전쟁에서도 그랬듯이, 전쟁을 시작하는 쪽에서는 우선 상대방의 통신시설부터 파괴하는 법이다. 따라서 군의 통신시설은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운영될 수 있도록 2중, 3중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군의 통신은 며칠 내린 비 때문에 마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연결된 두 가지 사건의 문제점은 우리들이 흔히 어떤 고정관념이나 조직의 사고방식에 지나치게 얽매인 결과에서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상청은 왜 그렇게 서둘러서 장마가 끝났다고 자신만만하게 발표했을까? 기상청이 그렇게 서둘러서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그런 불시의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군통신에 관한 문제는 여기서 이야기를 할 성격이 아닐 것이다. 다만, 지난번 산사태를 당한 부대에 햄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며칠씩 통신이 두절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으리라는 가정은 해 볼 수 있다.  

군의 통신책임자나 전문가 들으면 무슨 소리냐고 일축할 것이다. 군이 채택하고 있는 엄격한 통신장비규격에서 보면 우리 햄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는 장난감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꿩 잡는 것이 매다. 사람들이 그런 고정관념에 묶여 있는 한, 우리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문제를 한 방향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우리는 그 "장난감"의 위력을 잘 알고 있고, 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장난감을 가지고도 온 세계와 통신을 한다. 우리 햄이었더라면, 2m 핸디만 가지고도 그런 정도의 상황에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통신망을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한라산은 말할 것도 없고, 백두산까지도 그 장난감 같은 2m 핸디로 연결해 보려고 하고 있는 우리들이 아닌가.

미국인들은 햄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미군이 부대 안에 아마추어무선국을 허용하고 있고, 햄장비로 MARS라는 통신망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단순히 취미를 즐기고, 가족들에게 안부나 전하라고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추어무선처럼 다양하고, 신축성이 있는 통신수단은 별로 없다. 그것은 일반 정규 통신이 마비되는 긴급한 상황일수록 더 위력을 발휘한다. 최근만 해도 알래스카에서 큰 산불이 났을 때, 그리고 뉴욕에서 파리로 가던 TWA 800 편 여객기가 공중폭발로 추락했을 때, 햄이 큰 활동을 했다. 알래스카의 경우는 화재로 전화망이 마비되었기 때문에, 소방작업과 구조활동을 위한 통신지원에 햄이 동원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TWA 800 이 추락했을 때는 뉴욕시 일대에 사는 사는 햄 125 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와서 잔해수색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통신이 발달되었다는 미국 이야기다.

우리 나라에서도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큰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햄들이 나서서 통신을 지원했다. 강원-경기 북부지방 수재 때도 대한적십지사 재난구조대 햄들의 활동을 2m를 통해서 며칠 동안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햄의 이런 능력이나 활동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또 우리 자신도 그런 능력을 조직적으로 운영해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준비나 태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생각해 보는 것이지만, 다시 한 번 이번 수해가 우리들의 사회봉사를 확대하기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6년 10월호 DK컬럼>

 

 <해외 단신>    일리노이주 수해에서 미국햄 긴급구조 활동

 

지난 7 월 18일 새벽,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에 폭풍우가 밀어 닥쳐 넓은 지역이 침수되었다. 디캘브 카운티에서만도 240 동의 이동식 주택이 파괴되었다. 클린턴대통령은 디캘브 카운티를 포함한 11개 군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디캘브 카운티의 키시워키 아마추어무선클럽과 적십자사, 구세군이 즉각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이 클럽 회원 25명은 지역 적십자사에 설치되었던 2m 시스팀과 예비용 발전기를 사용한 WA9CJN 리피터 덕분으로, 각처에서 모여 든 봉사자들은 구세군과 협조하여 시카모어 트레일러 파크에 구호센터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 들은 커크랜드 트레일러 파크에 설치된 적십자사 구호센터의 통신을 지원했다.

 햄들의 통신망은 며칠 후에야 복구된 전화망이 가동될 때까지 중요한 통신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들은 구호활동 뿐만 아니라, 재해평가, 행정업무, 의료활동, 물자수송 등에도 도움을 주었다.

 

 <해외 단신>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햄

뉴질랜드의 로저 클래리지(ZL1RH)씨가 지난 6월 14일 100 세 탄생일을 맞았다. 제1차 세계대전에도 참가했던 그는 햄을 시작한지 거의 70 년이나 되었는데도 여전히 활약을 하고 있다.

클래리지씨는 1928년에 ZL2GV란 콜사인으로 햄을 시작했다. 그는 한 때 HF에서 주로 활약했으나, 요즘은 2m FM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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