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몽골이 우리보다 나은 것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몽골이라고 하면, 옛날 징기스칸의 지휘 아래 아시아와 유럽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던 나라, 그후 원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우리 고려까지 한 때 지배했던 나라, 그리고는 슬며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이제는 유목민과 고비사막이 있는 곳이라는 것밖에는 내게 별로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나라였다.

그러다가 박영순(HL1IFM)님으로부터 몽골에서 열리는 ARDF대회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장 호기심이 발동했다. 우리들의 아주 먼 조상의 후예일지도 모를 사람들이 만든 나라, 일찍이 세계를 지배했던 사람들의 후손이 살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그들을 통해서 징기스칸의 비밀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9 월 3일, 3시간 반 가량의 비행 끝에 도착한 울란바토르공항은 시골역처럼 초라했다. 우리는 비행기에서 한창 공사중인 청사까지 걸어가야 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털털거리는 버스로 30분 정도. 패인 곳이 많은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은 그대로 양이나 소 떼가 풀을 뜯는 벌판이었다. 어쩌다가 지나치는 낡은 자동차는 대부분 러시아제였고, 시내에서는 현대나 대우 등 우리 나라 중고차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울란바토르는 전형적인 공산권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시 중심부에는 그래도 허름하나마 고층건물들이 있었지만,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 옛날 판잣집 같은 겔(몽고인의 텐트집)촌이 산등에 붙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어렵지 않게 몽골이 우리 나라보다 나은 것을 몇 가지 찾아낼 수 있었다. 우선 울란바토르는 수도인데도 대중교통은 트롤리 버스뿐이고, 차가 별로 없어 한가했다. 도로 상태는 형편없지만, 신호등이 필요 없고, 시 중심부에 하나 밖에 없는 백화점 앞에도 넉넉하게 차를 세워 놓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물가가 싸다. 임금이 우리의 10~20 분의 1 수준이긴 하지만, 백화점에서 큼직한 보온병이 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 KBS방송을 들을 수 있는 중국제 휴대형 단파레디오를 8 천원 정도면 살 수 있었다. 수입전자제품도 대체로 우리 나라보다는 쌌다. 국민관광지인 테렐지에서는 양 한 마리를 잡아 달군 돌로 요리해 주는데 3만원 정도였고, 5 천원이면 1 시간 동안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릴 수 있었다.

공기가 맑다. 울란바토르는 그런 대로 매연을 내뿜는 차가 있고, 또 근처에 석탄연기를 쏟아 내는 화력발전소가 있었다. 그러나 초원과 수플, 암석 그리고 강까지 어우러진 테렐지의 하늘은 환상적이었다. 그곳에는 옛날 우리 나라의 새파란 가을 하늘이 있었다. 우리 밤하늘에서 오래 전에 사라진 무수한 별과 은하수가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무엇 보다고 우리를 감격시킨 것은 외국인들에게도 간단히 아마추어무선의 임시운용허가를 내 준다는 점이다. 나는 도착 즉시, 그곳 연맹본부에서 특별국 JT1ARDF를 운영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간단한 신청서 한 장을 내고, 호출부호 JT1FBO로 1.9MHz에서 241-248GHz에 이르기까지, 무려 21개 밴드의 운용허가를 받았다. 그것도 CW, PHONE, RTTY, SSTV, Packet, Facsimile 등 아마추어에게 허용되는 모든 전파형식이다. 출력은 21MHz 까지 밴드에서는 1,500w, 50MHz~1.2GHz에서는 100w pep, 그리고 그 이상은 10w.  무슨 장비를 써도 좋고, 몽골 어디서 운영해도 상관이 없다. 이렇게 엄청난 허가내용은 평생 처음이었다.

몽골아마추어무선연맹이 이번에 우리 팀 8명, 일본팀 7명 등, 15명의 ARDF 참가단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2 주일 전에 면허증 사본과 현지법인의 보증서를 갖추어 연맹에 신청하면 임시면허를 준다고 한다. 그들은 브증서 대신 우리 연맹의 추천서도 인정해 주겠다고 했다. 몽골연맹에는 1년 전, 채경진(HL1KSE)씨에게 발행된 임시면허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체제기간에 따라, 한 달 이내는 18 달러, 24달러를 내면 1년간 유효한 면허를 준다.  

몽골 아마추어무선연맹이 마련한 자료에 의하면, 9월 현재 회원은 105명이라고 한다. 전국을 통틀어 HF국은 17 국인데, 개인국은 15개뿐이고, 나머지는 단체국이라고 한다. 그 동안의 폐쇄적인 사회주의 제도와 장비 구득의 어려움, 1인당 연 600 달러 수준의 낮은 국민소득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면허소지자만 25,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나는 자랑할 수 없었다. 지난 95년 베이징 DX대회에서 임시면허를 받고 느낀 것이지만, 나는 이 외진 울란바토르에서 다시 한 번 우리 나라 전파행정의 후진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규제완화를 강조하면서도 면허에서 운영까지 시시콜콜 허가를 받게 하고 있는 전파관리법,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외국인 햄에게 사실상 국내운영을 봉쇄하고 있는--그러면서도 미군과 그 군무원에게는 HL9으로 전파주권을 송두리째 내주고 있는-- 우리 나라의 이 한심스러운 상황을 언제까지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6년 1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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