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새해에 할 일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KARL지 12 월호를 보면 10월 30일 현재 우리 나라의 아마추어무선국 수는 33,534국으로 되어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가 새해를 맞을 무렵에는, 35,000 국에 접근하거나,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95년 10월, 베이징 국제DX컨벤션에서 그해 말까지 우리 나라 햄인구가 25,000국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었는데, 1년 동안에 이렇게 늘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발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계 최대의 햄인구를 자랑하는 이웃 일본과는 비교가 안된다. 일본의 아마추어무선국 수는 95년 말 현재, 공식통계로 1,350,127국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미국도 멀리 미치지 못한다. 일본은 햄인구 수와 아마추어무선장비생산에서 아마추어무선의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 햄인구의 증가 추세가 최근 정체 내지는 감소되기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95년은 94년보다 햄인구가 1.0% 정도 줄어들었다. 전체 무선국 수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도 12.6%에서 7.8%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휴대-자동차용 전화와 PHS(우리 나라 CT-2와 비슷한 전화) 서비스의 폭발적인 보급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지금까지 계속 증가해 온 일본 햄인구의 상당수가 "핸디폰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말이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워낙 요즘 단파대의 공간상태가 좋지 않아서 공정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한 번 HF 대와 VHF 대를 훑어보기만 해도 그 추세는 알 수 있다.. HF대는 40m 밴드 이외에는 별로 신호를 들을 수 없지만, 2m 밴드는 빈 채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항상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교신 내용도 아마추어무선의 목적으로 되어 있는 기술연구나 자기훈련과는 관계가 먼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 마디로 우리 햄인구의 상당수도 역시 "핸디폰적" 아마추어무선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일지도 모른다. 주거 사정, 경제적 여건 때문에 사실상 모든 햄이 2m 이외의 주파수대나, 다른 형식의 무선국 운영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전자기술의 전문화 내지는 고도화, 부품의 집적화로 이제는 햄이 옛날처럼 새로운 기술을 개척하거나, 독창적인 장비를 만들어 내기가 점점 더 어렵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선통신을 기술연구와 자기훈련의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생활을 즐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마추어무선은 이 같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전통적인 고고한 자세를 지키면서 서서히 쇠퇴할 것이냐, 아니면 대중화로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 가장 상징적인 움직임이 오래 전부터 전개되어 온 CW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다. 전통적인 햄들은 CW가 없는 아마추어무선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업무용 무선에서 쓸모가 없어진 기술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아마추어무선을 개인적인 자기 훈련과 취미를 위한 활동에 국한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좀더 사회를 위한, 나아가서는 개인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는 활동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오는 99년에 열릴 ITU(국제무선통신회의) 회의에서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토의된다. 1927년 워싱턴 국제무선전신조약의 부칙 일반규칙 제1조에서 아마추어무선사가 정의된 이래 실로 70 여 년만의 일이다. 이 작업을 위해 IARU(국제아마추어무선연맹)는 95년 11월 "아마추어업무의 장래에 관한 위원회(FASC)"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가 작성한 기초자료를 중심으로 96년 10월, 제 1지역 나라의 모임이 이스라엘에서 있었다. 금년 3월에는 우리 나라가 속해 있는 제3 지역 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리고, 미주지역이 포함된 제 2지역 회의는 98년에 개최된다. 이런 모임에서 얻어진 결론이 모여, 2000년을 한 해 앞두고 열리는 ITU회의에서 우리 아마추어무선의 새로운 모습이 정립된다. 말하자면 아마추어무선의 유엔헌장이 개정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분명 "핸디폰적" 햄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햄의 정의를 그대로 따르기에는 환경이 너무 변하고 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마도 그 중간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우리에게 가장 알맞은 햄의 이상형을 찾아내야 한다. 그 일은 바로 이 중요한 시대에 아마추어무선을 하고 있는 사람의 특권이기도 하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7년 0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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