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는 흔히 제도를 탓한다. 그러나 제도 역시 만능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위대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에이브럼 링컨, 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루즈벨트, 디오더어 루즈벨트, 토머스 제퍼슨 같은 사람은 이 나라 역사상 가장 비민주적인 선거제도 아래서 선출되었던 것이다.

  반면, 가장 실패한 예로 꼽히는 대통령이 가장 발전되고 민주적인 제도 아래서 선출되었다.  이 나라에서도 전에는 각 주의 당조직 보스들이 마음대로 전국당대회에 파견할 대표를 뽑아 보냈고, 대통령후보도 보스들이 모인 밀실 안에서 사실상 결정되고 있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민주당의 예비선거, 공화당의 당원대회 제도다. 모두 일반 당원이나 시민이 직접 전국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베트남전쟁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미국의 리더십과 정치제도에 커다란 의문이 제기된 7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실질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조지아라는 조그만 주에서 이름 없던 주지사를 했던 지미 카터는 이 새로운 제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그는 워터게이트사건으로 기성 정치인들의 도덕성이 비판을 받고 있던 무렵, 민주당 지도부에 도전하면서, 환한 미소와 참신성 그리고 정직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4년간 그의 업적은 실망스러운 것이었고, 결국 그는 "선거로 취임한 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세우고 물러났다.

  빌 클린턴대통령 역시 아칸소주라는 조그만 주지사 출신이고, 워싱턴정계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젊음과 박력을 앞 세워, 첫 번째는 경기불황, 두 번째는 경기회복 덕택으로 선거에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사상 그처럼 끊임 없이 여자와 돈 문제로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클린턴의 주지사 시절 금융부정사건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오는 7월, 그는 성추문사건의 피고로 법정에 서게 된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리처드 닉슨대통령을 물러나게까지 한 미국인들이었지만, 요즘은 그들의 도덕 기준이 달라졌는지, 클린턴과 그의 부인 힐라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데도, 그것을 추궁하는 열기가 전만 같지 못하다. 요즘 미국인들은 도덕성보다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준 공로를 더 크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지,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주지 않는다. 그 동안 우리 아마추어무선연맹에도 민주적 운영을 위해 여러 차례 제도 개선이 있었다. 새로 바뀐 연맹 임원선거 절차도 이 같은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마련되었을 것이다. 입후보자 등록 요건에 재정보증서가 추가된 것은 우리 모임의 기본 성격에서 보면 개탄할만한 것이지만, 연맹이나 지부에서 금전문제가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명의 동호인 모임으로 시작되었던 연맹이 이제는 만 명 단위의 기구로 성장했다. 우리 연맹도 더 이상 밀실시대의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이 통용될 수 없다. 우리 연맹도 경영개념이 도입된 능률적이고도 개방적인 기구로 발전해야 한다. 새로 구성될 연맹 지도부는 우리 기구를 그런 방향으로 과감하게 개혁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 연맹은 다른 단체에 비하면 변화라는 면에서는 너무 뒤져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격동기일수록 그 중요성은 더해진다. 밀실시대의 미덕도 나름대로 살릴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사리사욕에 얽매이지 않고, 아마추어무선과 연맹을 위해 헌신하려는 노력과 정열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도덕성이다. 우리 아마추어무선의 초기 개척자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순수함이다. 그 동안 우리 연맹 지도부가 그런 의식을 가지고 헌신해 왔다면 무척 다행이다. 만약 아니라면, 지금처럼 그런 미덕이 요구되고 있는 시기는 없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7년 05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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