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전자메일은 위협이 아니다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아트 부크월드(Art Buchwald)란 미국의 기고가가 있다. 내가 신문기자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헤럴드트리뷴에 기고를 하고 있었는데, 70이 넘은 그가 아직도 시거를 물고 칼럼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칼럼은 현실의 사건을 가상의 현실로 바꾸어, 날카롭게 풍자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수법이 하도 그럴듯하기 때문에, 그런 배경을 모르면 혼동할 수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실제로 우리 통신사에서 그의 글을 현실로 잘못 알고 그대로 번역해서 배포했기 때문에, 많은 신문이 망신을 당한 일이 있었다.

닉슨대통령이 자기 각료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실은 보좌관으로부터 고립되어 가고 있던 그의 독선을 비판하는 가상현실 풍자였던 것이다.

그의 칼럼은 요즘 코리아 해럴드에도 실리고 있다. 얼마 전 이런 글이 있었다.

도우와 사라는 한 신문사 사회부에서 등을 맞대고 일하는 기자다. 어느 날 도우는 사라에게 저녁에 중국음식을 먹자고 메일을 보낸다.

사라는 친구들과 선약이 있었지만, 즉시 메일을 보내 취소를 하고 그 제의에 응한다. 도우는 사라에게 메일을 보낸다.

"좋아요. 그럼 상하이 팰리스에 팩스를 보내서 배달해 달라고 주문하겠어."

"그럼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냥 내 책상에서 먹지. 피에르 샐린저 이야기를 끝내야 해."

샐린저는 케네디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사람이다.

그는 얼마전 인터넷에 올라 온 이야기를 근거로 작년 7월 17일 뉴욕에서 이륙하다 추락한 TWA 800 여객기가 미해군 함정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았다고 주장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전 미국정부 고위관리" 말이라고 해서 무슨 대단한 근거가 있는 줄로 알았던 사람들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던 해프닝의 주인공이다.

도우와 사라 이야기도 물론 컴퓨터 도입으로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는 풍토를 풍자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내게는 무척 실감 있게 들린다.

실은 요즘 컴퓨터화된 편집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도 그런 불평을 듣고 있다.

작업환경이 깨끗해지고 능률도 올라갔지만 인간성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출입처로 직접 출근해서 컴퓨터로 송고를 하고, 그대로 퇴근하는 일이 흔히 있다. 지시나 보고도 메일로 오고 간다. 부장과 부원은 물론, 부원끼리도 직접 얼굴을 대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옛날의 편집국은 온통 사람과 책과 종이와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기자가 열심히 써낸 기사를 부장이 읽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전설도 있었다.  그러나 저녁 때 마감을 끝내고 나면 모두들 모여 앉아 소문을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연장이 술집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기사로 취재되어 신문에 실리고....

인터넷과 전자 메일의 등장으로 아마추어무선이 위협 당하고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의사전달이란 측면에서 편리성과 확실성으로 말하면 아마추어무선이 전자에일을 당할 수 없다.

95년 베이징 국제 DX 컨벤션에서 알게 된 빈스(W6EE)는 그후 한번도 교신을 하지 못했지만, 전자메일 덕분으로 친구가 되었다.

그는 지난 겨울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고, 이번에는 한국DX클럽의 고비사막 원정에도 참가한다.

전화나 팩스도 잘 안되고, 그렇다고 공간상태가 터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몽골 아마추어무선연맹(MRSF)과 의사 소통이 이루어진 것도 전자메일 덕분이었다.

결국 아마추어무선에서 전자메일의 위치는 그런 것이다. 아마추어무선을 하기 위한 하나의 편리한 도구일 뿐이다.

예측하기 힘든 공간상태를 뚫고, 문득 들려 오는 신호의 매력은 전자메일에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다.

지금 아마추어무선에서 인터넷과 전자메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역시 두려워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7년 08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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