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마르코니네트 토론 400회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어느 날 밤, 우연히 2m 밴드를 훑어보다가 낯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박력이 있고 활기에 찬 목소리.....김광석(HL2AWO)OM이었다. 그는 카돌릭신도 모임인 마르코니 네트의 키스테이션으로, "공중도덕"을 주제로 온에어토론을 주재하고 있었다. 그 동안 밤에 이 밴드를 들어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매주 수요일 밤에 진행되는 이 토론모임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듣고 있는 가운데, 그것이 399회째 토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다음 주, 이번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마르코니 네트 400회를 돌아보며"를 들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축하도 하고, 옛날 이야기를 했다. 불교신도의 모임인 마하회의 회장, 기독교도의 모임인 종소리네트의 회장도 나와서 축하를 했다. 이들 네트도 비슷한 모임으로 벌써 100회와 200회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거의 8년간이나 중단 없이 계속 모임을 가져 온 이들의 노력도 놀라운 것이지만, 요즘처럼 온통 헐고 뜯는 세상에 서 정말 가슴이 훈훈해지는 광경이었다.     

내가 마르코니네트를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이 모임이 주제를 정해서 매주 토론을 시작한 것은 90년 3월이라고 하는데, 내가 처음 들은 것은 100회 근처에 갔을 때였다고 기억된다. 그 때는 2m 밴드가 요즘처럼 붐비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일 밤에 벌어지는 그들의 토론은 좋은 들을 거리였다. 종교적인 모임이면서도, 이들의 토론에서는 전혀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토론의 주제는 그 전주에, 이 역시 토론을 해서 결정하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군밤" "부모님 사랑" 같이, 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소재가 선정되고 있었다.

이들은 어느 주파수를 사실상 점유하는 다른 네트와는 달리, 아주 자연스럽게 토론 주파수 145.180MHz를 사용한다. 모임이 있는 날 저녁 9시 께부터 이 주파수에서 "앞풀이"를 하다가, 10시가 되면 1 시간 동안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다. 토론이 끝나면, "뒤풀이"가 있다.    나는 처음, 김광석OM이 어렸을 때 얻은 병으로 인한 시각장애자라는 것을 알고 무척 놀랐다. 그 많은 참가자의 콜사인과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면서, 순서를 찾아 매끄럽게 토론을 진행시키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1급 아마추어무선 기사 면허까지 가지고 있다. 역시 햄인 XYL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집념과 노력이 마르코니네트의 토론을 이만큼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모임을 만나고, 또 그 일부에 가입하거나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실제로 그 관계가 오래 계속되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 몇 달 또는 몇 년 안에 해체되고 만다.

우리 햄의 세계에도 많은 모임이 있다. 우선 우리 연맹을 비롯해서, 학교나 직장에 클럽이 있고,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네트도 구성되어 있다. 연맹지부에서 실시하는 강습회의 동기생이 만드는 모임도 있다. 과연 그중 얼마나 많은 모임이 지속되고 있을까. 이름은 남아 있어도, 실질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는 모임은 얼마나 될까.

마르코니네트는 이 점에서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어떤 모임이 그 이름에 걸맞게 존재하고 지속되려면, 그 구성원들의 열의와 노력 못지 않게, 의의 있고 확고한 목표나 과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모임이나 동기생모임이 처음 그 구성원들의 열의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얼마 가지 못해 실패하는 것은 그들이 단순히 모이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모임에서도 모일 때마다 어떤 연구결과를 발표한다던가, 새롭고 흥미 있는 분야를 개발해서 추진하면, 더욱 의의 있는 햄생활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햄세계에서도 다양하고 세분화된 과제를 가진 모임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지난 번 일본 햄페어에 참가했던 190개 클럽의 리스트를 보니까 이런 이름들이 있었다.  

자작햄클럽, 군용무선동호회, 정크수집활용연구회, 큐비컬쿼드애호회, 화문(일본문)전신동호회, 신화상통신클럽, 도청문제연구회, 자작그룹, 노스탤직 레디오클럽, 산악통신, 비디오아마추어, 팩시밀리클럽, QRP클럽, 재판아워드헌터즈클럽, 위성통신협회...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7년 1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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