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IMF 시대의 햄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어떻게 한 나라가 그처럼 어처구니없게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될 수 있었을까. 작년 12월 초, 실질적인 국가의 파산선고가 초읽기로 들어간 가운데, IMF 총재 미셀 캉드슈와 우리 정부 관리들 사이에 밤을 세워가며 진행된 협상은 아마 세계 금융사에 진기한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당장 닥칠 빚을 갚기 위해, IMF를 비롯해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600억 달러나 되는 엄청난 돈을 꾸어 오지 않을 수 없는 형편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런 참담한 이야기를 지난 번 고비사막 DX피디션에 동행했고, 지금 샌프랜시스코에서 계리사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인 빈센트 친(W6EE)에게 했더니, 자기들도 1920년대에 그런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었고, 1990년대에도 다시 한번 심한 불경기를 극복하면서 그 교훈을 확인했다고 나를 위로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거나 겪을 고난은 최악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 그와 함께 몽골에 갔을 때, 달러환율이 1년 동안 2 배로 뛰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들 놀랐는데, 그 때 900대 1이던 우리 달러환율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거의 1,300 대 1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그 동안 그렇게 외쳤던, 그리고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생각했던 "세계화"가 결국 구호뿐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우리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통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관습이나 행태가 국제사회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IMF가 구제금융의 전제로 요구한 조건에 대해서, 우리가 치욕에 가까운 수모를 느끼면서도, 변변히 항변조차 할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던 당시의 발전도상국이 아니다. OECD 회원국이 되었으면, 그에 상응한 의식을 가지고 행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은 그것을 잊고 있었다. 우리는 "세계화"를 통해 세계인으로서 행동하는 기준을 배웠어야 했다.

우리는 또 이번에 신용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얼마나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나라가 이번에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은 실물경제 그 자체가 갑자기 악화되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외국의 투자자들이 우리 나라 기업의 장부에 의심을 가지게 되고,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투자를 회수했고, 외화보유고가 바닥이 나버린 것이다. IMF가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국회의장의 서약서까지 요구한 것도 우리 정부의 신용추락 때문이었다.

이번 IMF충격은 우리들 햄, 또는 그 이전에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우리들 개개인에게도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한 의식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우리 나라의 경제적 재난은 물론 정부와 기업에게 그 책임의 대부분이 있지만, 그에 앞서 우리들이 그 동안 능력과 수입에 걸맞지 않는 생활을 해 온데서도 그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사치품이나 고급양주, 외제차, 해외여행 같은 것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 국민 전체가 1인당 국민소득은 10,000달러(이제는 환율 때문에 8,000달러 수준)이면서, 그 2배 이상 소득이 있는 나라 사람들 못지 않은 소비생활을 해왔다는 사실이 더 문제다. 이 같은 거품생활은 자판기의 1회용 종이컵에서, 도로와 골목을 메우고 있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찾아볼 수 있다.  

햄활동 그 자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항상 1W의 CW통신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이 햄의 출발이었다. 또 연맹을 비롯해서, 지부 또는 그 산하단체에 그 활동에 거품이 없었는지 알아보고, 만약 있다면 하루 빨리 그 것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허리띠 졸라매기는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앞으로 우리 정부기구는 불가피하게 축소될 것이다. 이 것을 기회로 우리도 포괄면허제도를 비롯해서, 모든 면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우리 아마추어무선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0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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