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발해항로팀의 조난을 아쉬워하며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발해항로탐사팀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1월 초, 그들이 항해 도중 실종되었다는 외신보도를 보았을 때였다. 그 때만 해도 나는 이 탐사에 아무런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며칠 후, 어느 햄과의 교신으로 그들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나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며칠 전, 설악산에서 어느 등반대가 눈사태로 조난하고, 그들을 찾아 나선 구조대가 어처구니없이 다시 실종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발해항로탐사팀은 통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나는 하이텔을 뒤져보고, 장철수, 이용호, 이덕영, 임현규씨 등 4명의 탐사팀이 물푸레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작년 12월 31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해서, 옛날 발해인들이 이용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해류를 따라 남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겨울에 이런 모험을 시도한 것은 아마 해류 때문이었겠지만, 혹한과 풍랑 속에서 그들이 겪을 여러 가지 어려움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얼마 전 일본 NHK방송을 통해, 노르웨이인 인류학자이며 탐험가인 토르 헤이어달의 특집을 본 기억을 회상했다. 50 여년 전, 헤이어달은 폴리네시아섬의 원주민이 그 때까지 통설이었던 동남아계가 아니라, 남미에서 뗏목을 타고 간 사람들이라는 그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대탐험을 계획했다. 그는 에콰도르의 정글에서 원주민들이 뗏목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발사라는 나무를 잘라 페루로 운반했다. 그는 그 목재를 사용하여, 옛날 페루인들의 설계도대로 뗏목을 만들었다. 뗏목의 이름은 옛날 페루 태양신의 이름을 따서 콘-티키라고 붙였다.

1947년 4월 28일, 그는 노르웨이인 4명과 스웨덴인 1명 등 5명으로 구성된 대원과 함께 페루의 칼라오항을 떠났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자살행위라고 생각했다. 발사로 만든 뗏목은 2 주일 이상 물에 떠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콘-티키는 바람과 해류의 힘만으로 태평양 상에서 101일간 항해를 계속, 4,300해리나 떨어진 폴리네시아의 무인도 라로리아에 도착했다. 이 장거는 2차대전의 참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온 세계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1월 18일, 일요일, 전파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나는 7MHz에서 그들의 교신을 들을 수 있었다. 포항해경 경비정과 만난 이야기, 물품을 전달하는 도중 2m 안테나가 바닷물에 빠졌다는 이야기, 연해주정부 지사에게 보내는 감사메시지, 기상정보 같은 것이 교환되고 있었다. 파도가 높다고 했지만, 그 경황 속에서도 HL/DS국들과 교신도 하고 있었고, 이미 울릉도를 지났으므로, 나는 그들의 탐사가 틀림없이 성공할 것으로 믿었다.

이들이 목적지에 접근하고 있던 무렵, 22일자 조선일보 사회면 머리에 톱기사로 이들의 모험이 소개되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이들의 탐사항행이 드디어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기에 그 이틀 후 나온 이들의 조난 소식은 더욱 아쉬웠고, 가슴이 아팠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와서, 그것도 일본 경비정에게 구조되는 과정에서 뗏목이 뒤집히고 실종되다니...

그러나 이들은 이미 그들의 목적은 달성했다. 이들은 25일간의 항해를 통해 바다의 왕자로 알려진 발해인들이 해상통로를 확인하고, 그들의 활동무대를 증명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헤이어달의 콘-티키에 못지 않은 장거다. 이런 것들이 축적되어 장차 우리들의 발해연구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탐구와 모험정신이다. 인류의 발전은 항상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의 도전으로 이루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스위스인 베르트랑 피카르를 대장으로 한 세 명이 기구를 타고 세계최초의 무착륙 지구일주비행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지금까지 14번의 실패 끝에 이루어진 도전이다. 그 자신도 작년에 한번 실패했고, 금년 초에는 곤돌라의 연결고리가 부러져 출발이 연기되는 사고가 있었다. 작년과 금년, 두 번이나 실패를 겪은 영국팀도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발해팀의 불운도 좌절이 아니라, 더 크고 용기 있는 도전으로 발전되기를 바랄 뿐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03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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