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UHF를 이대로 버려둘 것인가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미국 뉴저지에서 KD2BD가 E-mail로 발신하는 스페이스뉴스에 불길한 소식이 실렸다. 지난 1월 말, 중미 과테말라정부가 430MHz에서 435MHz 사이의 주파수 4개를 입찰에 붙여 상업용으로 팔았다는 것이다. 이 주파수대를 사용하고 있던 이 나라 햄들이 맹렬하게 반대했지만, 돈의 힘 앞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과테말라에서는 이미 지난 1년 동안 이 UHF 주파수대를 아마추어무선과 상업국이 공용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뉴스에 의하면, 멕시코정부도 최근 아마추어무선용 UHF밴드의 일부를 상업용으로 매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주파수대는 오스카위성통신에는 직접적으로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또 UHF 전파의 특성상, 과테말라나 멕시코정부의 결정이 다른 지역의 교신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UHF 주파수대를 부동의 권리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햄들에게는 청천의 벽력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선례가 생겼으므로,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아마추어무선 주파수를 매각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UHF 밴드가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될 우리 전용 주파수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IARU 규정에 의하면, 제2 지역과 우리가 속해 있는 제3 지역의 경우, 430-440MHz는 정부가 허가하는 전파탐지 같은 업무에 우선권이 있고, 아마추어업무는 2차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밴드는 항상 명분만 있으면 빼앗길 수 있는 상황에 있다. 그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햄에 대한 사회적인 호의와, 그 호의에 보답하려는 그들 자신의 노력 때문이었다.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이 문제는 다시 전세계적인 규모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96년에 갑자기 제기되어 논란을 일으킨 리틀 LEO(저궤도지구위성)계획과, EESS(지구탐사위성서비스)계획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리틀 LEO는 저궤도통신위성을 사용하여, 전세계를 연결하는 간편한 비음성 이동통신시스템을 실현한다는 것이고, EESS는 위성에서 SAR(개구합성레이더)를 사용하여 열대림 같은 것을 뚫고 그 지하까지 투시하여 자원매장상황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햄이 사용하고 있는 VHF나 UHF 밴드의 일부를 공유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계획은 모두가 값싸고 편리한 통신수단 발전이나 환경보호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가지고 있어, 특히 햄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다행하게도 작년 11월, 스위스에서 열렸던 WRC-97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채택되지 않았지만, 99년에 열릴 WRC-99에서 다시 제기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당국이 아마추어무선용 UHF 밴드폭을 430-440MHz로 확장시켜준 것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햄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당연한 권리회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의 추세가 점점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당국이 아마추어무선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제는 이제부터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어렵게 회복한 UHF밴드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동안 우리가 UHF밴드의 확장을 요구할 때마다, 당국의 반응은 쓰는 사람도 없으면서 왜 늘려 달라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려 주면 쓰는 사람이 생긴다고 반박할 수 있었다.  

10MHz나 되는 폭을 가진 UHF밴드는 2MHz밖에 안되는 VHF밴드의 폭에 비해 거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리피터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HF밴드 못지 않게 전국 넷워크를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UHF 밴드는 거의 버려져 있다. VHF밴드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혼신을 일으키고, 때로는 싸움까지 벌어지지만, UHF밴드는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다.

물론 UHF밴드는 통달거리가 짧고, 전파의 특성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아직 UHF밴드용 기기가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앞으로 우리는 모처럼 확보한 이 주파수대를 지킬 명분을 잃게 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04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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