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살아남기 위한 규제철폐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지난 3월 10일 오후,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회정보통신포럼 주최로"아마추어무선국에 관한 전파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미국에 있을 때는 일 때문에, 한국관련 의회 청문회나 공청회는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석했지만, 정작 우리 나라에서는 부끄럽게도 그것이 처음이었다. 예상했던 그대로, 출입증을 달아야 하는 권위적인 분위기라든가, "소회의실"에 걸맞지 않게 의자나 호화로운 시설이 한 마디로 "거품"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의사당의 청문회나 공청회는 한 마디로 장마당이다. 좁은 방에서, 방청객이 많을 때는 바닥에 앉은 채 진행된다. 그 수도 많아서 거의 매일 여러 곳에서 진행된다. 의원들의 활동도 대부분 이 공청회를 기초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공청회는 우리처럼 어쩌다가 한번 열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행사다.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는 우리들이 모두 평상시에 절감하고 있던 것들이어서 새삼스러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규제가 제조부문에도 미쳐, 국산트랜시버는 7,100-7,300KHz대를 수신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안이 벙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멍청하게 자기 발목을 잡아 놓는 경우가 있을까.

미국에서는 아마추어무선을 시작할 때, 우선 자기 거주 지역의 시험관(미국 아마추어무선연맹이 위임한 햄)을 방문해서, 실력에 상당하는 급의 시험을 본다. 판정은 그 자리에서 나온다. 합격하면, FCC(연방통신위원회)에 우편으로 면허신청을 한다. FCC는 1 주일 후, 호출부호가 들어 있는 면허증(10년 유효)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이 면허에 따라 장비를 구입하거나 시설을 하고 그대로 운영을 시작한다. 이게 전부다.

면허를 따기 위해 무진 고생을 하고도, 다시 허가신청-가허가-검사-허가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아마추어무선국을 운영할 수 우리 나라의 실정에서 보면 꿈과 같은 이야기고, 허탈한 생각까지 들것이다. 그 뿐인가. 핸디를 하나 추가하거나,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22개의 주파수대와 7개의 전파형식 중 어느 하나를 더 쓰려고 해도 이런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해야 한다. 멀쩡한 무선국도 5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모든 절차 하나 하나에 정부예산은 물론, 25,000국에 이른 아마추어무선국의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미국에서는 당국이 아마추어무선사의 면허만 관리하고, 별도의 허가절차가 없다. 이미 면허발급 단계에서 자격과 능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 나머지는 "법대로" 하도록 당사자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당국은 아마추어무선사가 운영 도중 규정을 위반했을 때만 개입한다. 그래도 이 나라의 아마추어무선 운영은 세계의 모범이 되어 있다. 법이나 규정으로만 엄격하게 묶어 놓고, 실제 운영상태는 엉망인 우리 나라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런 포괄제도는 이제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 주요국이 거의 모두 채택하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는 미증유의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주로 금융정책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나라의 국제경쟁력을 되살리는 것이다. 우리가 경쟁력을 잃은 이유의 상당 부분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억제한 규제와, 불필요한 간섭으로 인한 낭비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스위스의 IMD(국제경영개발연구원)가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주요국가 중에서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34위로, 중국, 대만, 필리핀은 물론, 우리보다 훨씬 못하다고 생각했던 인도네시아나 태국보다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연구소도 그 원인의 하나로 복잡한 행정규제와 서류절차를 들고 있다. 사실 아마추어무선의 경우를 보아도, 대폭적인 개혁을 하지 않고는 우리 경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다.    

무엇을 주저하는가.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당장 자기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이번에도 이웃나라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포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포괄제도라고 하면서, 다시 좀스럽게 이런 저런 명목으로 사이비 허가나 검사절차를 덧붙일 것이 아니라, 면허부여만으로 모든 절차를 끝내는 본격적인 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05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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