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햄의 광장 개미시장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지난 5월, 실로 오래간만에 햄개미시장에 나가 보았다. 용산의 선인상가 주차장에서 열리고 있을 때는 그런 대로 자주 보았지만, 여의도 샛강쪽으로 옮겨간 뒤부터는 가볼 기회가 없었다. 이 날 아침 2m에서 만난 이병삼(HL1LIP), 김홍현(HL1VRT) 등 두 OM이 가보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이번에도 다른 핑계를 찾아냈을 것이다.

첫 인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교통은 불편했지만, 시장은 전보다 훨씬 넓은 자리에, 규칙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 전 달보다는 줄었다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혹한기에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선인상가 주차장 시절에는 주변에 햄숍이 있어 편리했고, 개미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돋구는 데도 도움이 되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새벽에 백운대에 올라갔다가 등산차림으로 시계처럼 나타나는 오영진(HL1KGB), 김기홍(HL1IUE)OM, 언제부턴가 햄인구 10만에서 20만으로 목표를 올린 유만길(HL1IWW)OM의 활기 찬 목소리는 여전했다.  

개미시장은 이제 햄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어 있다. 그것은 단순히 어쩔 수 없이 늘어나게 마련인 장비를 처분하고 교환하며, 값싸게 부품을 구입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전파를 통해서만 교신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아이볼(Eyeball QSO)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지 아마추어무선이 있는 곳에는 햄개미시장이 있다. 그중 일부는 햄페스트(Hamfest) 또는 햄벤션(Hamvention)이라고 해서, 각종 회의와 행사를 종합한 일종의 대규모 연례행사로 발전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햄벤션이 그것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햄벤션에는 30,000여명의 참가했다고 한다. 실내 전시만 300 군데가 넘었고, 개미시장 판매대는 2,700 군데나 되었다고 한다. 대회 기간 중 10명 씩 뽑는 행운상 1위는 켄우드 TS-870S와 TM-V7A를 중심으로 한 완전한 스테이션 세트를 주었을 정도로 호화판이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제는 고인이 된 전호경(HL4FA)씨와 함께 그가 살고 있던 뉴저지 근처의 조그만 햄개미시장에 가본 적은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 데이턴의 햄벤션에는 가보지 못했고, 작년 동경에서 있었던 '햄페어 97'을 구경해 본 일이 있을 뿐이다.

이런 세계적 규모의 개미시장에 비하면, 우리 여의도 샛강 개미시장은 규모가 작고 내용도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마 우리처럼 매달 이런 규모의 개미시장이 열리고, 수백명의 회원이 참가하는 곳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특이한 모임이 아직은 자연발생적인 상태로 거의 버려져 있고, 사람들을 돔더 끌어들일 수 있는 부가적인 행사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행히 서울지부에서는 6월부터 이 곳에서 이동사무실을 운영한다고 한다. 선인상가 시절에도 몇 번 시도했고, 이미 다른 지부에서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생각이다.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회원 속으로 들어가 봉사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연맹도 몇 가지 연례행사를 과감하게 개미시장으로 들고 나와 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할 것이다. 그것도 서울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개미시장이 열리고 있는 다른 지방으로 순회하면서 시도해 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규모행사를 열 수 있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언젠가는 우리도 햄벤션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서울지부의 안내서를 보면, 이동사무실은 일단 일상업무의 연장이 주목적인 것 같다. 그러나 거기서 만족하면 안된다. 좀더 범위를 넓혀,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단한 강좌, 시범활동, 전시회, 수리코너 같은 것을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

외국이나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서먹서먹하지 않게 안내를 해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간이식당, 커피숍도 운영해 봄직도 하다. 순수한 개미시장과는 별도로 햄 관련 일반업체도 초청해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07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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