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슈퍼햄을 바라는 마음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배리 골드워터(Barry M. Goldwater) 미상원의원이 지난 5월 29일 8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 애리조나주 출신 5선 상원의원의 죽음에 별로 관심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그는 반공 보수주의자로서 미국의 한 시대를 대표한 거물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그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그의 정치철학 때문이 아니라, 그가 12살 때부터 햄을 시작하여, K7AGU란 콜사인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아마추어무선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공헌을 한 "슈퍼햄"이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무선에서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상호운용협정이다. 1964년에 그가 주축이 되어 제정된 이 법으로, 아마추어무선은 커다란 발전의 계기를 맞았다. 그때까지는 미국에서조차 아마추어무선 운용은 기본적으로 국경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갔어도 우리는 아직 겨우 일본 한 나라와 이 협정을 채결했을 뿐으로, 스스로 세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묶어놓고 있지만, 그의 이 업적은 '골드워터법'으로 아마추어무선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는 또 1981년, 상원통신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통신법개정을 추진하여 여러 가지 규제를 완화하는 등, 아마추어무선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레이건대통령이 서명을 해서 공법 97-259로 시행되고 있는 이 "골드워터 아마추어무선법"으로 아마추어무선국의 면허유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고, 자원봉사자 면허시험 같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는 햄의 잠재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1964년, 당시 민주당의 린든 존슨대통령에 대항하여, 공화당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골드워터를 지지하는 햄'의 모임이 결성되어, 그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골드워터가 당선되면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식으로 몰아간 존슨에게 선전전에서 완패했지만, 만약 이 선거에서 그가 승리했더라면, 세계 최초의 햄대통령이 출현했을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햄활동에 열심이었다. 그는 민주당전당대회 때는 호텔 방에 무전기를 갖다 놓고 수백 국과 교신했다고 한다. 워싱턴의 의원사무실에도 무선국을 차려놓고 K3UIG라는 콜사인으로 나왔고, 집과 사무실 사이를 오가는 차 안에서도 모빌국을 운용했다. 비행기 조종면허도 가지고 있던 그는 가끔 에어모빌로 불쑥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2차대전 중에는 조종사로 참전했던 골드워터는 미공군의 예비역 장군으로서, 베트남전쟁 중에는 군의 준아마추어무선국인 MARS의 회원으로 봉사하면서, 현지 장병과 미본토 가족간의 통화를 폰패치로 중계해 주었다. 그는 또 아마추어무선 위성통신에도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했다. 특히 야심적인 아마추어통신위성 페이스 3-D계획을 위해서는 홍보비디오에 직접 출연해서 모금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활동에 보답하기 위해서 ARRL은 그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설립해서, 매년 햄 한 명씩을 뽑아 수여하고 있다. 이런 활동 때문에 그는 많을 사람들로부터 "슈퍼 햄", "아마추어무선의 보호자"라는 평판을 들었다.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도 그를 통신분야의 원로정치인으로 대우해서, 아마추어무선 분야에서 중요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사전에 협의를 했다.  

우리 나라 국회에도 골드워터가 될 수 있었던 햄의원이 더러 있었다. 지금의 여당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햄의원이 있고, 아직 햄은 아닐 지라로 정보통신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원도 있다. 그러나 아직 아마추어무선의 무한한 잠재력을 깨닫지 못한 듯, 우리 아마추어무선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은 없다. 지난 3월 10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렸던 "아마추어무선국에 관한 전파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출발점으로 추진 중인 아마추어무선 규제완화움직임은 우리 나라에서도 "슈퍼햄"이 출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책임의 일부는 우리 쪽에도 있다. 아마추어무선을 단순한 취미 정도로만 알고 있는 그들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햄을 알리고, 이해를 시키고, 요구를 해야 한다. 선진국의 상황을 조사해서 끊임없이 자료를 제공하여, 그들의 시야를 넓혀 주어야 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08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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