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몽골의 매력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이번 여름에는 러시아 국경에 가까운 몽골의 훕스굴호숫가에서 열린 한-일-몽 3개국 ARDF 경기대회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고비사막 달란자드가드의 DX피디션, 그 전 해는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에서 열린 한-일-몽 3개국 ARDF대회. 한 번밖에 없는 여름휴가를 세 번씩이나 몽골여행에 썼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원래 몽골계라고 하지만, 내 무의식 속에 이 외진 나라에 대한 어떤 더 깊은 향수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그 순박한 사람들, 그대로 남아있는 자연이 좋았다. 수십 년 전, 어쩌면 수백 년 전 우리들이었을지도 모르는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물론 그곳이 이상향은 아니다. 여러 가지가 불편하고, 널린 쇠똥,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지옥"이라고까지 표현한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몽골인들의 시간 개념에 대해서는 모두들 화를 냈다.

몽골시간과의 싸움은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시내관광을 위해 오기로 했던 버스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오전 중 호텔 로비에서 서성거리다가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울란바토르에서 800km 거리에 있는 훕스굴호에 가려면, 비행기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무렌까지 간 다음, 버스로 다시 160km 정도 가야 한다. 길이 험해서 버스의 평균시속이 30km밖에 안되므로,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우리가 무렌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동네 식당에서 저녁까지 먹고 버스로 출발한 것은 오후 7시. 그래도 위도가 높아서 마치 한낮 같았다.   

나와 몇 사람은 부얀델게르(JT7AA)가 운전하는 지프를 탔다. 무렌에서 양조장을 하고 있는 그는 버스가 출발한 다음에도, 30분 동안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맥주상자를 싣기도 하고, 자기 공장에 설치해 놓은 3소자 야기 안테나와 자작 HF트랜시버, 리니어 앰프까지 보여 주고 나서야 떠났다. 지프는 오른 쪽 앞바퀴 트레드가 완전히 닳아서 코드가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이런 차를 타고 험한 길을 달려도 괜찮을 했는데, 결국 도중에 몇 차례나 팬벨트가 끊어졌고, 그 때문에 버스까지 지체되어 다음 날 오전 3시 30분에야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기를 무사히 마치자, 우리는 돌아가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항공의 서울-울란바토르 왕복은 한 주일에 화요일 한 번 뿐이다. 이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금요일에 한 번 있는 몽골항공을 기다려야 한다. 무렌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4시. 우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안에 무렌으로 가야 했다. 우리는 주최측과 협의 끝에, 7시 출발예정을 앞당겨 새벽 6시에 캠프를 출발하기로 했다.

7월 6일(월요일), 우리는 어둠 속에서 짐을 꾸려 출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2시간이 지나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의 표정이 거의 절망적으로 변했을 무렵, 트럭 한 대와 지프 두 대가 나타났다. 버스는 지난 밤에 무렌을 떠났는 데, 10시께 도착한다는 것이다. 다급해진 우리는 트럭과 지프로 일단 캠프를 출발해서 도중에 버스를 만나면 갈아타기로 했다.

결국 우리가 버스를 만난 것은 거의 10시가 되었을 무렵, 핫갈이란 마을에서였다. 버스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득 타고 있었다. 전날 밤 출발하려고 했는데, 마침 훕스굴로 가는 관광객이 있어 그들을 태우고 새벽에 떠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버스로 옮겨 타고 무렌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비행기 출발시간까지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아니 너무 충분했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가 수리를 하느라고 1시간 이상 지체되었던 것이다.

화가 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새벽부터 부산을 떨었던 일이 우습게도 생각되었다. 어쨌든 우리는 울란바토르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몽골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 야단들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다 돌아갈 수 있는데... 실은 작년 다란자드가드에서도 돌아오는 날, 오전에 온다는 비행기가 기상 때문에 오후에 나타나 속을 썩인 일이 있었다. 그러나 몽골 사람들은 태연했다.

우리는 문명이란 이름 아래 어쩔 수 없이 시간에 길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몽골에서는 아직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그것이 내년 여름에도 나를 유혹할지 모를 몽골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09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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