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북한 "인공위성"이 보여준 것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한 동안 북한이 쏘아 올렸다는 인공위성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처음에는 모두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가, 그럴 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돌아가더니, 결국 시도는 했으나 실패한 것 같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미국 쪽에서 나온 정보에 의하면, 북한이 지난 8월 31일 발사한 것은 기본적으로 서방측이 대포동-1호라고 부르고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개조한 것으로, 추진력이 부족해서 인공위성은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미사일의 1단은 동해에, 2단은 일본 영토를 넘어, 발사지점에서 1,500km 가량 떨어진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고, 인공위성을 포함한 3단은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소실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우리들의 관심을 끈 것은 북한이 "광명성 1호"라고 명명한 이 인공위성이 궤도를 돌면서, 27MHz로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와 함께, "주체조선"이라는 모르스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한 사실이다. 이 주파수대는 생활무선(CB)이 사용하고 있고, 우리들이 사용하는 28MHz 밴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전파가 나온다면 우리 장비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사실 많은 햄들이 이 신호를 추적해 보려고 노력했다. 북한방송은 이 인공위성이 계속 궤도를 돌고 있고, 10월초에는 한반도 상공에서 육안으로도 관측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존재하지도 않은 인공위성에서 신호가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사건은 몇 가지 흥미 있는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아무리 우리와는 다른 사고체제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왜 그들은 전리층의 방해를 받는 27MHz를 선택했을까. 위치추적이나 과학측정을 위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그보다 높은 주파수를 사용했어야 했다. 이 인공위성의 목적은 과시와 선전에 있었으므로, 햄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수신할 수 있는 주파수를 선택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장비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흥미 있는 사실은 모르스부호(CW)다. 북한방송은 이 인공위성이 모르스신호로 "주체조선"을 송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 세상에, 특히 선진국에서는 점차 모르스통신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고, 알아듣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왜 느닷없이 모르스부호를 들고 나왔을까. 북한에서는 학생들에게까지 군사교육의 일환으로 모르스부호통신을 가르친다고 하니까, 그들을 목표로 했을지도 모른다.

대포동-1호는 원래 액체연료식 2단계 로켓으로, 1t 가량의 탄두를 1,500km 정도 운반할 수 있지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만한 추진력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탄두부분을 개조해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3단계 로켓으로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인공위성의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메시지 송신에서 모르스부호 이외의 선택이 있을 수 없다. 우습게도 북한의 인공위성 시도는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인 전기통신수단은 모르스부호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어차피 모르스부호는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이미 선박분야에서는 내년 2월까지 위성통신으로 넘어가면서, 모르스통신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되어 있다. 모르스부호의 마지막 보루이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인 ARRL(미국아마추어무선연맹)조차 한 걸음 물러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난 7월, ARRL이 제안한 라이선스제도 개선안은 현재 미국의 복잡한 면허등급제도를 A에서 D까지 4단계로 단순화하면서, 20WPM(분당 20단어/100자) 이상의 CW 송수신속도를 요구하고 있는 최상급(엑스트라급, 개선안에서는 A급) 면허를 12WPM(분당 12단어/60자)으로도 얻을 있도록 완화했다. B급(현행 애드밴스드급) 역시 13WPM에서 12WPM(분당 12단어/60자)으로 완화되었다. 그러나 HF를 하려면 모르스부호를 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우리 나라는 경위는 어쨌든, 모르스부호를 요구하지 않는 3급(전화급) 면허로도 HF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이런 추세에서는 가장 앞서 있는 셈이다. 북한 인공위성 소동으로 모르스부호에 대한 관심이 생긴 김에, 거꾸로 우리는 이 사라져 가는 인간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1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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