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유명한 햄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요르단의 후세인왕이 지난 2월 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 미네소타주의 메이요병원에서 6개월 동안 골수이식수술을 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식물인간 상태로 본국으로 돌아가 다채롭고도 파란 많던 63년의 삶을 마쳤다.

요르단은 중동지역에 있으면서도, 석유는커녕 다른 천연자원도 별로 없는 조그만 나라다. 그 주위에는 이라크, 이란, 이집트, 시리아, 이스라엘 같은 강대국이 있다. 1953년에 어린 나이로 즉위한 후세인왕은 이 주변강대국들의 끊임없는 압력과 간섭, 그리고 자체 내의 쿠데타, 내란 같은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이 지역의 안정세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의 장례식에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세계지도자가 참석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후세인왕의 죽음에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가 JY1이란 호출부호를 가진 "유명한 햄"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말고도 왕이나 국가지도자 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실제로 열심히 활동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지난여름 미국에서 병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HF에서 교신을 했을 정도다.

아마추어무선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그는 요르단의 초등학교에도 아마추어무선교실을 도입했다. 요르단의 왕실은 자동적으로 햄이 될 수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왕위를 계승한 그의 아들 압둘라는 햄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출신 왕비 누르는 JY1NH, 동생 하산왕자는 JY2HT, 사촌이면서 요르단아마추어무선연맹 이사장인 라드왕자는 JY2RZ란 호출부호를 가지고 있다.

그의 아마추어무선활동 중에서 특히 기억되고 있는 것은 95년 7월과 10월, 그의 주선으로 요르단과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정체결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요르단의 네보산과 이스라엘의 에일라트항에서 실시되었던 DX피디션국 4X7JY과 JY74X이다. 오랫동안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이 두 나라 햄들은 사이 좋게 이 기념국을 운영해서 파일업을 일으켰다. 후세인왕 자신도 직접 이 행사에 참가했다. 동족이면서도 분단되어, 아직도 적대적인 관계에 있고, 서로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우리들에게는 더욱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후세인왕 같은 사람을 유명한 햄, 또는 저명인사햄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Famous ham"을 찾아보았더니, 예상했던 대로, 몇 가지 "유명한 돼지고기 햄" 소개와 함께, 이들의 명단이 나왔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왕족햄이다. 우리 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던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왕(F05GJ), 태국의 부미폴왕(HS1A), 오만의 카부스왕(A41AA)이 모두 햄으로 되어 있다. 쿠웨이트의 알사바왕자(9K2CS), 사우디아라비아의 탈랄왕자(SUlVN/P)왕자도 햄이었다.

국가지도자로는 현 일본수상 오부치 케이조(JI1KIT), 아르헨티나 대통령 카를로스 사울 메넴(LU1SM), 전 이태리대통령 프란시스코 코시가(IOFCG)의 이름이 있다. 암살당한 인도 수상 라지브 간디(VU2RG)와 그의 부인 소니아(VU2SON)도 햄이었다.

우주인들 중에 햄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장기간 우주스테이션에 머물면서 일을 해야 하는 우주인들에게 가족이나 친구, 또는 그 밖의 지상에 있는 사람들과 가장 손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아마추어무선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우주인인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UAlLO), 미국 스페이스셔틀 승무원이었던 일본의 모리 마모루(7L2NJY)가 모두 햄이다. 영화배우 말론 브란도(F05GJ), 스튜워트 그랜저(N6KGB)가 햄이었고, 칸트리뮤직부문 그래미상을 7번이나 탄 라넬 해리스(WD4LZC)를 비롯해서 많은 가수가 햄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미국의 유명한 텔레비전 앵커맨 월터 크롱카이트(KB2GSD)도 햄이다.

"유명한 햄" 명단 중에서 내가 교신을 한 것은 네팔에서 살고 있던 마샬 모란신부(9N1MM)뿐이다. 이미 고인이 된 그는 통신수단이 별로 없던 30여 년 전, 한국의 에베레스트원정대가 조난했을 때, 그는 흔쾌히 이들과의 통신을 맡아주었다.

작년에는 대표적인 "유명한 햄" 미국의 베리 골드워터상원의원(K7UGA)이 사망했다. 이제 "유명한 햄"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9년 04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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