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여우사냥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아침에 우연히 킨 텔레비전에서 옥스퍼드대학교와 캠브리지대학교간의 연례 조정경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지난 3월에 실시되었던 제 144회 경기로, 상식을 깨고 키가 2m가 넘는 선수가 출전했다는 캠브리지팀이 16분 41초의 기록으로 여유 있게 이겼다. 이로서 영국을 대표하는 이 두 명문대학교의 통산 조정경기전적은 75-68(무승부 1)로 캠브리지팀이 앞서게 되었다.

나는 몇 년 전 "세계의 젊은이"란 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옥스퍼드대학교를 방문했다가, 이 학교의 조정부주장을 만난 일이 있다. 한 참 이야기를 끝내고 일어설 무렵에야 나는 그가 영국인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세계화"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영국인들은 하찮아 보이는 것을 잘 가꾸어 훌륭한 스포츠로 만들어내고, 그 것을 전통으로 키워나가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 조정뿐만 아니라, 축구나 테니스가 모두 그런 것들이다. 요즘 영국인으로서 이 두 경기의 이름 있는 선수는 보기 힘들지만, 월드컵 축구게임에는 종주국으로서 항상 출전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고, 윔블던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테니스선수권대회가 되어 있다.

영국인들은 여우사냥도 스포츠로 개발했다. 15세기에 스코틀랜드인들이 말을 타고 사냥개를 풀어 여우를 잡던 것을 정교한 규칙을 제정하고, 독특한 유니폼을 만들고, 섬세한 의식을 추가하여 귀족적인 스포츠로 정착시켰다. 그러나 넓은 사냥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이외에는 보급되지 못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동물애호단체들이 들고일어나,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숨겨놓은 송신기를 찾아내는 ARDF(Amateur Radio Direction Finding)도 "여우사냥(Fox Hunt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게임은 달아나는 여우를 말을 타고 쫓아가는 원래의 여우사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무언가 공통되는 것이 있고, ARDF란 딱딱한 이름보다는 "여우사냥"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ARDF는 1930년대에 영국과 독일의 햄들이 각각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과 비슷한 형태의 ARDF는 1950년경, 당시 유고슬라비아 햄들이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제 1회 유럽선수권대회는 1961년, 스웨덴에서 열렸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가장 먼저 ARDF를 도입했고, 또 적극적이었다. 대체로 옛 공산권에서는 ARDF를 국방스포츠로 육성한 경향이 있었다. 북한은 군에서 열심이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세계대회에서 현역군인선수를 보내 금메달을 휩쓰는 등, ARDF 강국을 자랑하고 있었다. ARDF에서는 송신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햄면허를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는 70년대부터 ARDF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우리 선수들은 1986년 7월 일본에서 열린 JARL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1986년 10월에는 유고의 사라예보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1989년 10월에는 제1회 KARL ARDF가 열리고, 93년에는 한국ARDF클럽이 결성되었다. 그 뒤에는 이영호(HL1AKF, 고인), 박영순(HL1IFM), 이광용(HL1IE) OM등 여러 개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결과 이제 우리 나라도 국제심판이 4명이나 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그 지위를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잠재력에 비해서는 아직 우리 나라의 보급상황은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도 ARDF의 경험은 1996년, 몽골에서 열린 한-일-몽골 3개국 초청대회에 우리 선수들을 따라간 것이 처음이었다. 전파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하는 데다가,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특이한 경기였다. 자칫 방안에만 갇혀 있기 쉬운 우리 햄에게는 기분전환이나, 건강을 위한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본격적인 ARDF 이외에, 2m 핸디로도 즐길 수 있는 간이게임을 많이 도입해서 기반을 넓히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오는 6월 21일부터 6월 26일까지 논산의 건양대학교 캠퍼스에서 제3회 3지역ARDF경기대회가 열린다. 멀리 벨기에 등 8 개국에서 100 여명의 외국선수들도 참가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일찍이 없었던 큰 규모의 햄 행사다. ARDF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한번 방문해서, 외국선수들도 만나보고, 무선기술과 스포츠가 결합된 이 경기를 관람하기를 권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9년 06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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