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새로운 KARL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지난 4월 제 44차 총회에서 정국현(HL1AUG) OM이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의 새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그 동안 우리 연맹을 위해 많은 일을 해오신 분이므로, 이른 바 IMF사태 이후 우리 나라의 경제위기,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아마추어무선 그 자체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새 이사장과 임원진이 다시 한번 우리 모임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그들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므로, 회원 전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 동안 여러 명의 이사장과 임원진이 우리 연맹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남는 것은 역경 속에서 오늘의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을 만들어낸 초기의 개척자들이다. 이들은 그저 아마추어무선이 소중한 취미라는 이유로, 또 우리 나라에 아마추어무선을 처음 도입한다는 사명감만으로, 직장과 개인생활을 희생하다시피 하면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나라의 아마추어무선은 적어도 몇 년 이상 늦어졌을 것이다.

나는 이미 그들이 기초를 다져놓은 다음에 아마추어무선을 시작했기 때문에, 창설과정에서 이들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겼었는지는 직접 목격하지 못했지만, 등사판으로 인쇄되었던 당시의 KARL지나,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 그들이 얼마나 헌신적이었던 가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우리 연맹에 관해서 유쾌하지 못한 소문이 들릴 때마다, 그들이 다시 생각나는 것이다.

무척 오래 된 일이지만, 어느 해인가, 정기총회에서 별로 대단치 않아 보이는 일로 심각한 대립이 생기고, 고성이 오고갔을 때, 마침 그 모임에 참석하고 있던 그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호소하는 광경을 본 일이 있었다. 모두 숙연해졌고, 총회는 원만하게 끝을 맺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후 회원이 늘어가면서, 연맹의 덩치가 커지자, 새로운 타입의 지도부가 등장하게 되었다. 아마추어무선에 대한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그 가난한 모임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었으므로, 자연히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초빙하게 되었다. 그래서 때로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때로는 재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이사장으로 추천되었다. 규모는 커졌지만, 철두철미 취미를 같이하는 동호인의 모임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었으므로, 이런 측면에서 공감대는 쉽게 형성되었고, 일단 추천된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사장으로 추대되었다.

연맹회원의 수가 천 단위가 되고, 예산규모가 억 단위로 커지자 상황은 달라졌다. 회원들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우리 연맹도 다양하고, 때로는 상치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오순도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모든 것을 표로 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연히 표를 가장 많이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이사장 선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가장 민주적이라고 하는 이 제도도 잘못 운영되면, 이미 보아왔듯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 지도부에 기대하는 것은 개척시대의 이상과 헌신을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살아가는 지혜다. 현실의 문제에 몰입하다 보면, 그 자체의 논리에 휘말리게 되어 근본을 상실하는 수가 많다. 그럴 때면 항상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개척자의 자세와 정신으로 다시 한번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혹시 그 정신에서 멀리 벗어나 있지 않았는가. 우리는 무엇을 하기 위한 모임인가. 우리는 이익집단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동호인의 모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유행어대로 "개혁"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우리 모임의 운영방식에도 도입하는 지혜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가장 첨단적인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닌가? 인터넷이나 PC통신망을 이용하는 적절한 시스템만 개발하면, 좀더 능률적이고, 투명하게, 그리고 민주적으로 우리 모임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연맹이, 다른 단체나 조직처럼, 의혹이나 냉소의 대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회원들을 위하고, 또 그들의 사랑을 받는 모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9년 07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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