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햄의 재미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아마추어무선의 재미는 물론 다른 햄과 교신을 하고, 무전기를 다루는 데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재미는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 특히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이밖에도 많이 있겠지만, 아마추어무선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은 우선 취미를 같이 하기 때문에 공통의 관심과 화제를 가질 수 있고, 그만큼 더 쉽게 서로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다.

사실 나는 흔히 "여우사냥"이라고 부르는 ARDF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체력은 어떻게 해본다고 하지만, 원래 길눈이 어둡기도 해서, 산 속에서 "여우"를 찾아낼 수 있는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우리 ARDF팀을 따라 몽골에 다녀온 뒤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아직도 ARDF 그 자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그 사람들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6월 21일부터 논산의 건양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IARU 제3지역 ARDF 선수권대회에 가 본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100여명의 외국선수가 참가했다. 원래는 러시아팀도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비자문제로 입국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은 45명, 중국은 31명의 선수단을 보냈고, 카자흐스탄이나 몽골, 불가리아, 벨기에, 호주 같은 나라에서도 선수가 왔다.

우선 내 관심을 끈 사람은 대만에서 온 로칭성(BV4OW)씨였다. 그저 참관을 위해 왔다는 그는 첫 날 리셉션에서, 중국대표들 옆에 앉아 천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동족이라고 하면서도, 북쪽 사람과 남쪽이 사람이 만나면 어딘가 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리는 우리와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내가 워싱턴특파원으로 있었을 때, 워싱턴의 프레스센터에서도 중국 기자와 대만 기자는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그러나 어쩌다가 우리들이 뉴욕의 유엔총회에서 북쪽 사람을 만나면 그렇지 않았다. 북쪽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피했고, 가능한 한 접근하려고 하지 않았다. 1995년, 베이징에서 DX관계 회의가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몽골 사람들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이번에 10명이나 되는 선수단을 파견했다. 한 때는 울란바토르에서 기차로 베이징까지 온 다음, 배편으로 인천을 거쳐 대회에 참가할 생각까지 했던 사람들이다. 선수 중 하나는 몽골에서 연습 도중에 고압선 사고로 사망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울란바토르에서 국어교사를 하는 아류나와 동생 하류나 자매는 몽골의 대표여자선수다. 하류나는 작년 여름 훕스굴호수가에서 열린 경기 때도 비 때문에 수신기가 망가져 울상이었는데, 이번에도 첫 날 144MHz 경기에서 폭우를 만나 수신기에 물이 들어갔다고 한숨을 짓고 있었다. 이들 자매는 결국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 3개를 따는 성적을 올렸고, 아류나는 톱 여성 ARDF인으로 선정되었다.

호주에서는 5명의 선수가 왔는데, 그중 4명은 이 나라에서 ARDF의 메카라고 자랑하는 멜본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ARDF 장비를 만들고 있다는 브라이언과 아담은 선수숙소에 설치된 컴퓨터에서 자기들의 홈페이지를 자랑했다. 멜본에서만 수십 명의 동호인이 있다고 하는 이들의 ARDF는 광활한 대륙답게 우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우선 자동차를 타고 하는 여우사냥이 있다. 대개 밤 8시쯤에 시작해서 자정께 끝난다고 한다. 차를 몰고 "여우"를 추적하다가, 마지막 단계에는 걸어다닌다.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호주 이외에는 미국 정도나 이런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기구를 이용한 ARDF도 있다고 한다. 송신기가 매단 기구를 올리면, 일정한 고도에 도달한 다음 터져서 지상으로 낙하한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가장 "야만적"인 ARDF 게임은 블랙베리숲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블랙베리는 가시가 많은 덤불이기 때문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멀리 카자흐스탄에서 13명, 중국에서 31명, 일본에서 45명이나 되는 손님이 왔지만, 시간이 없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 이들은 모두 돌아가서 즐겁게 논산경기에 참가했다고 메일을 보내 주었다. 이런 종류의 모임이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9년 08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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