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우리도 햄페어를 열어보자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용산 선인상가 주차장에서 열리던 햄개미시장이 여의도 샛강 쪽으로 옮겨간 다음부터는 별로 들릴 기회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차 없이는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서울국제햄페어가 열린다는 광고를 보고는 꼭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햄은 아니면서도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동생을 설득해서 그의 차를 탈 수 있었다.

10월 10일, 일요일 아침, 비가 뿌리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대로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발했다. 올림픽대로에서 보니까 건너편 행사장에 애드벌룬이 떠있었고, 주차장에는 많은 차가 서 있었다. 이런 날씨에도 모두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디로 빠져야 하는지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차는 국회의사당 진입구까지 갔다. 여기서 빠져나와 행사장 쪽으로 향했는데, 그 길 역시 간단하지 않았다. 몇 차례 고생을 한 끝에 겨우 입구에서 안내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온 사람이었더라면 더 헤매었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마치 이 행사를 헐뜯으려는 것 같아서 먼저 변명부터 해야할 것 같다. 이 글은 절대로 그런 뜻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런 행사를 차려낸 사람들의 용기와 노력을 치하하고 싶을 뿐이다. 단지 이번 시도에서 얻은 경험을 거울삼아, 이미 늦기는 했지만 내년부터라도 우리도 본격적인 햄페어를 한번 열어보자는 것이다.

햄페어(Hamfair), 햄페스트(Hamfest) 또는 햄벤션(Hamvention)이라고 부르는 이런 종류의 행사는 오래 전부터 아마추어무선활동에서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있다. 요즘은 화상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평상시에는 주로 음성이나 전기신호로만 만나고 있던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값싸게 장비를 사거나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데이턴에서 열리는 햄벤션이 유명해서, 지난 5월 14일부터 사흘 간 열린 이 행사에는 28,176명이 참가한 것으로 공식적인 통계가 나와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처 레이크 콘스탄트의 햄페어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금년에는 요코마하마로 장소를 옮긴 일본의 JARL햄페어도 이미 27회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매년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물론 이렇게 규모가 큰 행사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지방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이고 1년 내내 이런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선인상가 주차장에서 한 동안 열렸던 개미시장도 사실은 어디 내놓아도 부끄러울 것 없는 행사였다. 우선 교통이 편했고, 바로 주위에 햄장비 상점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자상가가 있었고, 식당을 비롯한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있었다. 장소가 좁은 것이 흠이었지만, 잘 키웠더라면 외국의 햄을 관광객으로 유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매달 열리는 햄 개미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것이다.

옮겨간 샛강자리는 교통이 불편한 데다가, 주위에 너무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더 나은 장소를 찾을 수 없다면, 현재의 여건 아래에서라도 좀더 개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필요한 것이 이 글 머리에서 지적한 것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통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로 마련해야 한다. 멀리서 찾아 온 사람, 외국에서 온 손님을 안내해 주고, 차를 대접하고, 앉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손님들에게는 콜사인 명패를 달아주면 더욱 아이볼 QSO가 쉬울 것이다. 또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각종 클럽도 이런 기회에 부스를 차려 놓고 그들의 활동을 선전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국제햄페어"도 그랬지만, 지금까지의 개미시장은 지나치게 상인중심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참여를 억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햄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업체를 초청하여 좀더 풍성한 행사로 만들 필요가 있다. 다만 이와 함께 햄들이 좀더 쉽게 장비를 가지고 나와서 팔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

매년 열리는 연맹총회까지도 포함해서 연맹이나 지부단위로 열고 있는 각종 행사도 모아서 햄페어를 중심으로 열어보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하다. 우리도 이제는 어엿한 햄페어를 열 때가 되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9년 12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