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우리 주파수는 우리가 지켜야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우리가 속해 있는 IARU(국제아마추어무선연합) 제 3지역 이사인 박영순(HL1IFM) OM이 얼마 전 흥미 있는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이 지역 모니터링책임자로 있는 인도의 B. L. 마노하르란 사람이 작년 11월 북한의 방송위원회에 보낸 항의편지의 사본이었다.

무척 정중하게 작성된 이 편지는 북한이 아마추어밴드인 3560kHz에서 정규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스트랄리아, 뉴질랜드, 일본, 북미 등지의 모니터보고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스퓨리어스와 하모닉스가 14040, 14250, 28950kHz에서 수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편지는 제3지역에서는 3500-3900kHz 사이의 주파수가 아마추어업무, 고정 및 이동업무에 배정하도록 되어 있고, 방송은 3900-4000kHz에서 하도록 되었다고 상기시키면서, 그 방송을 3250kHz로 옮기고, 스퓨리어스와 하모닉스가 나오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나는 즉시 그 편지에 수록된 문제의 주파수를 찾아보았지만, 그런 방송이나, 스퓨리어스는 나오지 않았다. 그 후 며칠 동안, 시간이 있을 때마다 다이얼을 돌려보았는데도, 잡음밖에 들리는 것이 없었다. 그 동안 북한당국의 태도로 미루어, 마노하르의 편지를 받고, 그 주파수에서 방송을 중단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혹시 스킵현상 때문에 안 들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1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경, 바로 그 주파수에서 심한 페이딩현상과 함께 러시아어로 내보내는 평양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간간이 노래도 섞여 나왔다. 마노하르의 편지는 틀림없었다.

마노하르를 만난 일이 있었던 박OM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는 인도정부의 체신부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사람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한다. 그의 집에는 어마어마한 감청장비가 설치되어 있고, 현역 시절 이상으로 열심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으로 보낸 그의 편지가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고 발송되었다는 이유로 IARU에서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마추어밴드를 외부침입자로부터 지키려는 그의 헌신적인 노력만은 높이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그의 서한에서 관심을 끈 것은 그에게 제출된 모니터링보고서에 북한과 가장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우리나라가 빠져있다는 사실이었다. 문제의 3560kHz가 아직 우리나라에어서는 아마추어무선에 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아마추어무선에 제대로 된 모니터링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얼마 전, 하이텔의 햄동호회에서 28MHz대에서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생활무선국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문제제기와 몇 차례의 항의에 그쳤을 뿐, 연맹차원의 본격적인 대응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일단 부여된 권리는 저절로 주어지고, 지켜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서는 주장하지 않거나 잊혀진 권리는 곧 상실되고 만다.

  얼마 전, 어느 일본인이 독도로 호적을 옮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독도를 지배하고 있고, 행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은 웃음거리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일본정부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주도한 노력의 일부인 것이다. 그런 주장이 없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영원히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국제법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 자체의 질서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자율감시제도는 있었지만, 외부 침입자로부터 우리 권리를 지키기 위한 본격적인 모니터링시스템은 없었다. 그 것은 한 나라가 주권을 수호할 군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서는 마느하르처럼, 감청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은퇴를 한 후, 자원봉사의 형식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햄이 많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시스템만 마련되어 있으면, 침입자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조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0년 03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