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호기심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요즘은 정말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르다. 작년 여름부터 장난하기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카메라의 핵심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촬상소자의 화소수가 매년 100만 단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화소수가 100만 단위로 올라갔다고, "메가픽셀 디지털 카메라 출현"이 요란스럽게 보도되던 것도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300만 화소 짜리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사실상 재래식 필름 카메라 못지 않은 해상도를 가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이 발전하면, 그 사진을 출력하는 프린터의 성능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프린터의 성능을 말해주는 척도의 하나인 dpi(인치당 도트수)가 300에서 600으로, 1,400 그리고 요즘에는 2,100 까지 올라갔다. 인쇄물에서는 dpi가 300 정도만 되어도 사진으로서는 실용상 문제가 없으므로 상당한 발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발전과정에서 내 유별난 호기심이 다시 한번 시련을 겪었다. 작년에 200만 화소급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자 서둘러 구입했고, 가정용 프린터에서 사진출력으로 정평이 있는 한 모델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지난 2월 말 시판되자마자 달려가 제 1호기를 샀다. 그리고 시험인쇄를 해보았더니, 웬걸 그림자 부분이 거칠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그 모델이 시판되기 시작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시키는 대로 해보고, 기술자라는 사람까지 왔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본사 기술자의 도움으로 문제가 화상파일의 dpi 설정에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지만, 장착된 값비싼 잉크의 반 이상을 소비한 다음이었다.

내가 아마추어무선을 시작한 것도 호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아마추어무선은 거의 통신을 전공하거나 이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나 하는 전문적인 취미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생긴 단파레디오에서 햄들의 교신을 듣고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즉시 무선공학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은 없지만, 야에스에서 처음으로 만든 트랜지스터 트랜시버 FT-100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한 사람은 나였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 이 트랜시버는 주한미군에서 일하고 있던 미국인 햄한테서 양도를 받은 것이다. 출력단은 진공관을 사용한 이 트랜시버는 문제는 많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경이로운 존재였다.

명기로 소문난 아이콤의 2m 핸디 IC-2N이 처음 나왔을 때, 마침 나는 취재를 하기 위해 오사카에 있었다. 그러나 아이콤의 본사가 있는 이 도시 어느 곳에도, 광고만 하고 있을 뿐, 물건은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오사카 마이니치신문 사회부차장이 경찰출입 기자를 시켜 본사까지 찾아가서 구해 주었다.

지금도 쓰고 있는 야에스 FT-900AT나, 켄우드 TM-V7A 같은 장비는 최초라고는 할 수 없어도, 거의 나오자마자 구입했기 때문에, 초기모델에서 흔히 나타나는 버그로 고생을 해야 했다. FT-900AT에는 저절로 전원이 나가는 문제가 있었고, TM-V7A는 사용 도중 제멋대로 밴드가 바뀌고, 스켈치가 풀렸다.

야에스의 일본 본사에서는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미국 햄들이 제공한 정보를 근거로 끈질기게 추궁하자, 결국 CPU를 바꾸어주었고,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TM-V7A의 경우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채, 문제가 생기면 그저 한번 전원을 껐다 키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호기심은 대부분의 경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 집에는 호기심의 희생이 된 무수한 장난감들이 있다. 하지만 호기심은 아마추어무선에서 중요한 활력소가 된다. 아마추어무선을 휴대폰 대용품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하면 절대로 오래 갈 수 없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휴대폰의 보급이 햄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아마추어무선에서 사용하는 기기의 성능과 용법을 좀더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아마추어무선을 통해서 우리는 기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세계로 얼마든지 호기심을 확장할 수 있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0년 05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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