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KARL도 달라져야 한다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한 때 우리 나라에서 "신바람론"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우리 나라 사람은 올바른 동기와 적절한 목표만 부여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신바람 나게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건 사실이다. 경제성장률이 매년 10% 대를 넘고 있던 무렵, 우리들은 중동을 비롯해서 세계 각지로 진출하여 한 밤 중에도 불을 켜놓고, 그야말로 신바람 나게 일을 했던 일이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자원이나 자본,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불리한 여건에 있었으면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낼 수 있었다. 외환위기 때 등장했던 금수집운동 같은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 것과는 대조적인 입장에 있는 것이 제도적 측면을 강조하는 "시스템론"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의 지만원씨가 즐겨 인용하고 있는 사례는 은행의 대기번호표제도다. 10 년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이 시스템 덕택으로 은행창구의 무질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서를 지키라고 무턱대고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는 질서를 지키지 않을 수 없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개선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대조적인 두 입장에도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극단적인 신바람론의 부정적인 사례는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북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면에 시스템론에도 한계는 있으며,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라서 시기와 상황에 따라서 어떤 데 중점을 두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로프 몇 개로 간단히 해결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수백 만원 짜리 시설을 해서 질서를 잡고 있고, 고속도로의 갓길운행 금지나 규정속도 운행 단속을 공중도덕에 대한 호소보다는 감시카메라 증설로 해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에게는 시스템적 접근이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우리 아마추어무선에서는 그 동안 "신바람적"인 정신적인 요소를 강조해 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추어정신의 "우호적" 또는 "비영리적" 같은 개념이다. 아마추어무선연맹은 실은 이익공동체이면서도, 다른 단체와는 달리 이 측면을 유독 강조하고 있었다. 이 것은 아마추어무선연맹이 발족했던 당시의 가족적 분위기에서는 통용될 수 있었지만, 회원수가 대폭 증가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게 된 요즘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맞지 않게 되었다. 심심하지 않게 발생하는 금전사고도 사후에 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모처럼 전국의 햄이 한 자리에 모이는 총회는 반갑고 즐거운 잔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번 총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에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던 것 같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복잡하고 다양해진, 그리고 많은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연맹의 업무를 그 짧은 시간 안에 토론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하기 때문에, 미심한 점이 남게 마련이다. 따라서 모든 의혹은 총회 이전에, 그때그때 투명하게 설명해서, 의혹의 여지가 없도록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선거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선거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 역시 지금의 전근대적인 대의원 선거제도를 개선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 같은 것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 회원들에게는 연맹에서 e-mail계정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다른 어떤 단체보다 앞서 전 회원이 참가할 수 있는 훨씬 더 투명하고 민주적인 선거가 가능할 것이다.

  은행창구의 무질서를 단숨에 해결한 것 같은 그런 묘안이 금방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양해져 가는 주리 주위의 변화 속에서 우리만 변화를 거부하면 결국 뒤쳐지고 만다. 두 번째 임기를 이끌어 가는 이번 연맹지도부에게 기대를 보낸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1년 06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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