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안테나를 어쩌나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나는 오늘까지 그 흔한 아파트에서 살아보지 못했다. 안테나 때문이다. 그 동안 이사를 세 번 했는 데, 그때마다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은 빔 안테나를 세울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세 번 모두 허허벌판에 집을 지어서 마음대로 안테나를 올릴 수 있었지만, 한번도 본격적인 자립식 타워는 세워보지 못했다. 지금 서 있는 것은 18m 짜리 삼각 타워 위에 7소자 트라이밴드 야기다. 주위에 집이 들어찼고, 한 50m 되는 곳에 빌딩도 서 있다. 태풍이 올 때마다 혹시 넘어가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고, 바람 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서울 시내 주택가에서 빔안테나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아파트 옥상에 안테나를 세운 햄들도 있다. 공동주택에다 안테나를 세우고, 케이블을 끌어들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어떤 열성적인 햄은 아예 공사중인 아파트에 설치대를 마련하고, 케이블을 끌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 옛날 이야기다. 요즘은 사람들이 점점 이악해져서 조금이라도 손해가 된다는 일은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피 이유는 대부분 허무맹랑한 것이지만, 미관상 어쩌고 하면 대항논리가 없다.

  KARL 홈페이지 게시판에 어느 OM이 아파트관리소장이 건교부 지침을 내세워 안테나설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어떡하면 좋아유" 하고 호소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도시에서 단파대 운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넓은 자기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안테나 세우는 일이 쉽지 않다. 자기 집이 있어도 주택단지에서는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샌프랜시스코시에 있는 한 미국 친구는 멀리 산에다 안테나를 세워놓고, 집에서 무선으로 연결해서 운영하는 방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와 다른 것은 ARRL이 중심이 되어 부당한 안테나설치 규제를 금지하는 입법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1년 5월 현재 이런 법을 제정한 곳은 13개 주에 달한다. 금년 들어 이 법을 제정한 주는 네바다, 알래스카, 아이다호이고, 뉴욕과 위스컨신주가  심의 중이다.       

  햄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이 안테나법은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1985년에 선포한 아마추어무선 안테나시스템의 제한적 우선권 부여정책에 근거를 두고 있다. PRB-1이라고 약칭되는 이 정책은 아마추어무선의 긴급통신과 공공서비스를 고려해서 지방당국이 부당하게 안테나 설치를 규제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 5월 주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주지사가 서명을 하고, 오는 10월 1일부터 발효되는 네바다주의 안테나법에 의하면, 시당국은 "아마추어무선 통신을 합리적으로 수용"해야 하고, "최소한의 규제"를 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역사적 또는 건축물 보존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도 안테나를 세우려는 회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난관을 개개인의 문제로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무선 전체의 과제로 보고, 무언가 단결된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아마추어무선은 단순한 개인의 취미와 훈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긴급통신과 공공봉사의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으므로 특별한 고려를 요구할 수 있는 충분한 이론적 근거는 있다.

  이상적으로는 미국처럼 아마추어무선용 안테나 설치를 부당하게 규제할 수 없도록 입법활동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운동은 미국의 경우처럼 이미 국회에 진출해 있는 햄의원을 중심으로 시작해볼 만 하다.  

  이와 함께 연맹에서는 아마추어무선의 긴급통신과 공공봉사적 성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책자를 마련하던가, 홍보활동을 하고, 아파트 관리소에 협조공문을 발송하는 등으로, 회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1년 07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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