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핸디와 함께 등산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나는 별로 등산을 하지 않는다. 한 때 열심히 산에 갔던 적은 있었지만, 요즘은 그저 어쩌다가 동창생들 모임에서 갈 때 따라갈 뿐이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어느 날, KARL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다가 6월 2일부터 3일까지 "소백산 철쭉제"가 열린다는 안내 글을 발견했다. 안준원(DS5WQT)OM의 글이었는데, 부끄럽게도 그 때까지 소백산에 가본 일이 없었고, 또 철쭉제란 행사도 궁금했기 때문에 메일을 보내보았다.

  즉시 안OM의 회신이 왔다. 영주시청에서 일한다는 소개와 함께, 행사의 스캐듈과 교통편, 숙박안내 같은 자세한 정보가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서 소백산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간단한 산이 아니었다. 주봉인 비로봉은 1,439m나 되어 하루 일정으로는 불가능했다. 안OM과 몇 차례 더 이메일을 교환한 끝에, 나는 밤에 서울을 출발해서 현지에서 일박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등산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6월 1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차를 몰고 서울을 떠났다. 오래간만의 장거리, 그것도 야간운전이라 몇 차례 헤맨 끝에 12시 반이 되서야 희방사 앞 모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7시, 우리는 등산을 시작했다. 희방사부터는 급경사였다. 모두 체력에 한계가 있고, 또 그날로 차를 몰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말고 갈 수 있는 데까지만 올라가기로 했다.

  얼마쯤 올라갔을까? 핸디에 신호가 들렸다. DS1HGD(하정석)가 국도를 달리고 있는 모빌국들과 교신하고 있었다. 밤중에 버스로 서울을 출발, 비로사 근처에서 몇 시간 눈을 붙이고 등산을 시작, 이미 비로봉에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역방향의 코스였으므로 어쩌면 아이볼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DS1HGD를 불러보았다. 출력 1W짜리 아이콤 핸디였는데, 금방 응답이 왔다. 나는 우리들의 코스를 설명하고, 흰머리에 까만 티셔츠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반시간 정도 더 올라갔을까. 숨을 몰아 쉬면서 연화봉에서 100m 가량 되는 곳까지 올라갔을 때, 나무 사이에서 갑자기 나를 부르면서 사람이 나타났다. 하정석OM이었다. 그의 오른 쪽 어깨에 핸디가 달려 있었다. 이렇게 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극적이 만남이 소백산에서 이루어졌다.

  서로 일행이 있었으므로 우리는 간단히 악수를 교환하고, 사진을 찍은 후, 헤어졌다. 그는 우리가 출발한 희방사 쪽으로 내려갔고, 나는 첫 목표인 연화봉으로 올라갔다. 일단 능선에 올라 선 다음에는 길이 그렇게 험하지 않았으므로, 제2 목표였던 제1연화봉까지 갔고, 다시 더 욕심을 내서 비로봉까지 올라갔다.

  가는 도중 계속 핸디를 들어보았다. 도로를 달리는 모빌국들의 교신이 많이 들렸다. 멀리 경상도의 산에서 부르는 신호도 들렸다. 그러나 산행 중 교신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행과 떨어져서는 안 되었다.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그런 곳은 다른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내 경우는 무엇보다도 숨이 차고 체력이 딸리니까 정신을 집중하기 힘들었다. 콜사인조차 반복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으므로 CQ를 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작 안준원OM과는 아이볼을 할 수 없었다. 원래는 연화봉까지만 갔다가 내려와 영주 쪽으로 가서 만날 생각이었으나, 비로봉까지 가는 바람에 등하산에만 8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우리는 그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후일을 기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죽령휴게소에서 그 지역 햄들이 철쭉제 특별국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돌아오는 길, 죽령에는 주차장에는 안테나가 달린 차량이 많이 모여있었다. 여러 햄들이 제5회 소백사랑-철쭉사랑 홍보특별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갈 길로 들어섰다.

  산에서 교신을 하고, 또 의외의 아이볼도 하고... 인터넷과 휴대폰의 보급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아마추어무선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활동분야는 얼마든지 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1년 08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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