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엉뚱한 모오스 통신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뉴욕시와 워싱턴시에 대한 비극적인 항공기 납치 테러공격이 있은 뒤, 미국이 그 보복으로 10월 초부터 아프가니스탄 내의 탈리반기지를 폭격하기 시작하자, 모든 신문과 방송은 10년 전의 걸프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다. 전쟁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첫 날부터 열심히 텔레비전 뉴스를 지켜보았다. 걸프전쟁의 스타로 등장, 텔레비전의 화면을 독차지했던 정밀무기가 그 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는 미군과 아프가니스탄이 철저하게 보도를 통제하는 바람에 기대했던 화면을 볼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GPS를 이용하는 유도장치가 도입된 것 이외에는 걸프전 당시와 비교해서 새로운 기술적 발전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 나는 어느 날, 한 텔레비전방송 뉴스의 무기해설에서 배경음으로 모르스부호가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해설자는 전쟁의 무언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그 모르스부호를 배경음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은 데, 귀를 기울여 보고는 배를 잡지 않을 수 없었다.

 "-.-. --.-  -.-. --.- -.-. --.-  - . ... - (CQ CQ CQ TEST) "

바로 콘테스트 때 우리들이 상대국을 찾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아마추어무선과 아프가니스탄전쟁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나는 누군가가 그 방송국에 알려줄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며칠 뒤 그 방송의 뉴스시간에 같은 배경음이 다시 나왔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가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겨 버렸다. 세 번 째 같은 배경음을 듣고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방송국과 관계가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참 설명해주었다. 햄들의 컨테스트가 어떤 것이고, 배경음으로 나오는 모르스부호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 후에도 이 방송국에서 그 배경음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송국의 '특별수사대'란 프로그램에서 똑 같은 효과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 일종의 효과음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 조그만 사건에서 몇 가지 흥미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첫째는 사람들이 모르스부호가 아직도 무언가 비밀스러운 통신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은 이번 전쟁에서 위성을 이용한 통신을 전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고, 그들 지상군의 통신망도 완전히 디지틀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뉴스프로그램 제작자는 그런 것을 화면으로는 잡을 수 없고, 그래도 분위기를 내자니 모르스부호가 생각났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아마추어무선 콘테스트의 한 부분을 사용했을까? 요즘도 활발하게 모르스부호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햄밖에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프간의 탈리반이나 여기에 대항하는 북부동맹군은 아직 모르스통신을 사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직도 값싸고 효율적이란 면에서는 모르스통신 이상 가는 것이 없다. 특히 게릴라전 같이 열악한 상황에서 전투를 하려면 장비가 간단하고 단순할수록 좋은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오랫동안 러시아(소련)의 영향권 안에 들어있었고,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모르스통신에 강했다.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모르스부호통신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다. 그 텔레비전방송 뉴스를 본 사람은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그 중에는 햄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우스꽝스러운 배경음이 몇 차례나 나가는 동안 아무도 이야기를 해준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모르스통신에 이해가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언젠가 아마추어무선이 소재가 된 미국과 우리나라 영화가 거의 동시에 나왔을 때, KARL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나 하이텔 아마추어무선 동호회에서 흥미 있는 토론이 벌어진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모두 영화에 나오는 아마추어무선의 운영방식과 그 장비에 관한 세밀한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심히 훑어보아도 그런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추세는 분명하다. 모르스통신은 어차피 사라지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나는 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모르스통신을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후에는 세계를 바꿔놓은 이 고전적 통신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1년 1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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